개울이 전하는 말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장승규 박미숙 이승민 박용 최정신 허영숙 임기정 조경희
이명윤 정두섭 이종원 김부회 이호걸 김용두 서승원 성영희
문정완 배월선 양우정 윤석호 정연희 김재준 신기옥  

개울이 전하는 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476회 작성일 23-12-13 05:49

본문

개울이 전하는 말

                                               /장승규




가던 길 멈추고 개울가 돌팍에 걸터앉으니

내 지나온 길이 

쪼르르 다가와 발아래 마주 앉는다


예전에 지난 길은 벌써 지워지고 없다

자주 넘어지던 산길도

길을 잃고 헤매던 청춘도

한 때의 꽃길마저도


잠깐 앉았다 상심해 일어나니

개울은 여울지며 말하네

이 길에

행복이란 목적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란다


보란 듯, 저는

지금도 흥얼대며 서로 이어 흐르는구나


(남아공 서재에서  2023.12.12)

추천1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흐르며 살아가는 법 – 장승규의 〈개울이 전하는 말〉을 읽고
장승규 시인의 〈개울이 전하는 말〉은 삶의 중간 어디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고요한 순간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는 단지 회고의 시가 아니라, 인생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깨달음을 개울이라는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잔잔히 전달한다.

“가던 길 멈추고 개울가 돌팍에 걸터앉으니 / 내 지나온 길이 / 쪼르르 다가와 발아래 마주 앉는다”—이 시작은 몹시 정겹고도 상징적이다. 시인은 외부의 흐름을 따라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만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 개울물은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의 ‘지나온 길’로 변화한다. 조용히 발아래 마주 앉는 그 흐름은, 곧 기억이자 삶의 축적이다.

“예전에 지난 길은 벌써 지워지고 없다”—기억 속에서조차 희미해진 과거를 언급하면서, 시인은 삶의 덧없음을 인정한다. “자주 넘어지던 산길”, “길을 잃고 헤매던 청춘”, “한때의 꽃길”이라는 표현들은 인생의 다양한 국면들을 상기시키지만, 그것들은 이제 물속에 씻겨 사라진 흔적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은 그런 식으로, 지나가면 지워지는 것. 그러나 그것이 부질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전환은 시 후반에서 일어난다.
“개울은 여울지며 말하네 / 이 길에 / 행복이란 목적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란다”—이 대목은 이 시의 핵심이자, 가장 큰 울림을 주는 구절이다. 행복은 도달해야 할 목표나 상태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개울의 말. 이는 자연의 흐름처럼,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삶 속에서 순간순간의 살아 있음 그 자체가 행복임을 시인은 깨닫는다.

그리고 마지막,
“보란 듯, 저는 / 지금도 흥얼대며 서로 이어 흐르는구나”—개울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누군가의 허락을 기다려서도 아니다. 그저 그 자신의 방식대로 흥얼거리며 흐른다. 이는 자유롭고 자족적인 생의 태도이며, 인간이 본받아야 할 가장 단순하고도 깊은 진리다.

마무리
〈개울이 전하는 말〉은 삶이란 흐름 그 자체임을, 그리고 그 흐름 안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완성이나 도착이 아니라 ‘방식’을 찾아가는 것임을 알려준다. 이 시는 독자에게 말없이 속삭인다.

“지금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조용히 우리 자신의 개울을 마주 보게 된다.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때의 꽃길
어쩌면 오늘 이 순간이 그 한 때의 꽃길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오늘 제일 젊은 날을 의미있게 보내야 할듯요

Total 961건 1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961
호박 새글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 0 00:27
960
좁교 새글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 06-14
959
꿈의 틀 댓글+ 2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 06-13
958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 06-13
957
통영, 연싸움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06-09
956
악수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 06-06
955
톺다 댓글+ 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 06-05
954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6-04
953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 06-04
95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5-31
951
설렘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5-27
950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 05-26
949
꽃마리꽃 댓글+ 6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5-23
948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5-20
947
버려질 순서 댓글+ 4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5-18
946
레몬은 시다 댓글+ 5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 0 05-16
945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5-12
944
동백숲 댓글+ 3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1 05-11
943
하얀밤 댓글+ 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5-09
942
밍크의 잠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5-09
941
장수 댓글+ 2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 05-07
940
뻥이요 뻥! 댓글+ 3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5-06
939
보시 댓글+ 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5-02
938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 05-02
937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4-30
93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 04-29
935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4-24
934
14연대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4-23
933
가금류들 댓글+ 3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4-22
9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4-18
931
지배인 댓글+ 3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4-14
930
봄꿈 댓글+ 4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4-10
929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4-08
928
삼식이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4-05
9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1 03-28
92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8 0 03-15
925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 03-10
924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3-07
923
묘사 댓글+ 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3-07
922
한 끼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3-06
921
댓글+ 5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3-03
920
청첩장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2-28
919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2-27
918
눈사람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02-03
9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02-02
916
첫 줄 댓글+ 2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2-02
915
초승달 댓글+ 3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 01-21
914
세월 댓글+ 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7 0 01-20
913
종점 저수지 댓글+ 3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1-09
9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2 01-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