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목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장승규 박미숙 이승민 박용 최정신 허영숙 임기정 조경희
이명윤 정두섭 이종원 김부회 이호걸 김용두 서승원 성영희
문정완 배월선 양우정 윤석호 정연희 김재준 신기옥  

고사리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356회 작성일 24-01-26 10:21

본문

고사리목

                                   /장승규



누군가 살다간 자리는 얼마가 지나야 비어지나 

그 빈 자리에

다시 누군가를 심을 수는 있을까 


앞뜰에 

옮겨 심은 지 35년째, 나무고사리 한 그루

어느 해부터 머리숱이 자주 많이 빠지더니

올해는 아예 새 순이 나지 않는다


그 옆에는 아무도 없다

친구도 

자식도

철없이 늘 푸른 소철 한 그루와

밤에만 눈 뜨는 당달 외등뿐


내가 옮겨 심었으니

나만 바라보며 살았나 보다

그 긴 세월을


네가 가더라도, 나는

앞뜰에서

네 그림자 한 뼘 베어내지 못할 것 같다



(남아공 서재에서  2024.01.18)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남아공엔 나무고사리가 진짜 나무이다.
높이는 2미터에서 5미터까지
둘레는 30센티에서 80센티 정도까지 자란다

몇 년을 살다가는 지는
알지 못하고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지워지지 않는 자리, 잊히지 않는 그늘 – 장승규의 〈고사리목〉을 읽고
장승규 시인의 〈고사리목〉은 단순한 식물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곧 그 안에 깊은 상실과 기억,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조용히 쌓아 올리는 서정시다. 시는 떠나간 존재를 향한 담담한 애도와, 결코 비워지지 않는 ‘자리’에 대한 자각을 담고 있다.

“누군가 살다간 자리는 얼마가 지나야 비어지나”—시의 첫 행은 시인이 직면한 감정의 본질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시간이 흘러도 채워지지 않는 자리,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존재의 흔적. 이 물음은 사랑했던 이, 혹은 함께 살아온 무언가와의 이별을 겪어본 이라면 누구나 가슴 깊이 느껴보았을 절절한 질문이다.

그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시인은 오래전 옮겨 심은 “나무고사리 한 그루”를 말한다. “옮겨 심은 지 35년째”—이 한 구절에 쌓인 세월의 무게가 대단하다. 단순한 식물이 아닌, 그와 함께 살아온 시간, 돌보고 함께 늙어온 생명이다. 그러나 어느 해부터인가 고사리는 머리숱이 빠지고, 이제는 “아예 새 순이 나지 않는다.” 이는 생명의 노쇠함을, 동시에 관계의 쇠락을 상징한다. 잎 하나 피우지 못하는 생명체는 이미 떠나간 존재의 은유이며, 그 빈 자리는 자라고 있지 않다—그저 조용히 사라져가고 있다.

더욱 인상 깊은 대목은 “그 옆에는 아무도 없다”는 말이다. 시인은 한 생명체의 고독한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다. 친구도, 자식도 없이, 겨우 “늘 푸른 소철”과 “밤에만 눈 뜨는 당달 외등”만이 곁을 지킨다. 특히 “철없이 늘 푸른”이라는 표현은, 철을 따라 늙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의 대비를 부드럽게 드러낸다. 그것은 어쩌면 살아 있는 존재의 무심함이자, 죽어가는 이의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내가 옮겨 심었으니 / 나만 바라보며 살았나 보다”—시인의 이 말은 깊은 죄책감과 연민을 담고 있다. 돌봄이 곧 운명이고 관계였던 존재. 자신이 심은 생명이었기에,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고사리목. 그 존재의 죽음 앞에서 시인은 어떤 책임감과 부채의식을 느끼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시는 완숙한 정서로 마무리된다.
“네가 가더라도, 나는 / 앞뜰에서 / 네 그림자 한 뼘 베어내지 못할 것 같다”—죽음은 단절이 아니다. 떠났어도, 남겨진 자는 그 자리를, 그 그늘을 결코 잘라내지 못한다. 기억은 자라지 않지만, 그것은 없어지지도 않는다. 고사리목은 더 이상 푸르지 않지만, 그 잎사귀의 기억은 여전히 시인의 앞뜰을 덮고 있다.

마무리
〈고사리목〉은 단순한 자연 묘사 너머, 한 존재를 잃은 이의 깊은 내면과 애도를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한 시다. 살아 있는 동안 내내 나를 바라보던 존재, 그리고 그 존재가 사라진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자리. 이 시는 그 잔존의 무게를 조용히, 그러나 아주 뚜렷이 우리 앞에 놓아준다.

우리는 이 시를 통해 묻게 된다.
“당신이 떠난 그 자리는 지금도 내 안에 자라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그 그늘을 껴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김용두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무의 생이 참 쓸쓸하고 서럽군요.
문뜩 이 추운 겨울에 난방도 안되는 곳에서
궁핍하게 살아가는 독거 노인분들이 떠오르네요.
그들도 심겨진 나무처럼.....
잘 감상했습니다. ^^

Total 961건 1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961
호박 댓글+ 3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 06-15
960
좁교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 06-14
959
꿈의 틀 댓글+ 2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 06-13
958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 06-13
957
통영, 연싸움 댓글+ 2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 06-09
956
악수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 06-06
955
톺다 댓글+ 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 06-05
954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 06-04
953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06-04
95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7 0 05-31
951
설렘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 05-27
950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 05-26
949
꽃마리꽃 댓글+ 6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5-23
948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5-20
947
버려질 순서 댓글+ 4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5-18
946
레몬은 시다 댓글+ 5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05-16
945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5-12
944
동백숲 댓글+ 3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1 05-11
943
하얀밤 댓글+ 3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5-09
942
밍크의 잠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5-09
941
장수 댓글+ 2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5-07
940
뻥이요 뻥! 댓글+ 3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5-06
939
보시 댓글+ 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2
938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5-02
937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 04-30
93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4-29
935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4-24
934
14연대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4-23
933
가금류들 댓글+ 3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4-22
9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4-18
931
지배인 댓글+ 3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4-14
930
봄꿈 댓글+ 4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4-10
929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 04-08
928
삼식이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4-05
9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1 03-28
926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03-15
925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3-10
924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3-07
923
묘사 댓글+ 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3-07
922
한 끼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3-06
921
댓글+ 5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3-03
920
청첩장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2-28
919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2-27
918
눈사람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4 0 02-03
91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2-02
916
첫 줄 댓글+ 2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2-02
915
초승달 댓글+ 3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 01-21
914
세월 댓글+ 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 01-20
913
종점 저수지 댓글+ 3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 0 01-09
91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2 01-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