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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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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62회 작성일 24-03-14 13:39

본문

벌거숭이

                             /장승규



간밤  

하늘에 천둥이 엄했다


멀리서 칠 때는 먼 일이려니 했다

머리 바로 위에서 칠 때는

오늘낮에

가만히 있는 공 뒤통수를 내려친 것이 겁이 났다

바닥에 엎드려 사는 잔디마저 짓밟고 

여기까지 온 것이 겁이 났다


뒤뜰에 늙은 가로등은 눈도 한 번 깜박 않는데

나는 황급히

뒷머리 감싸 쥐고 공처럼 가만히 있었다

결국은 잔디처럼 엎드렸다 


더, 더, 더 

하지 않겠소

가득 채우지 않겠소



(남아공 서재에서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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