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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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꽃
최정신
침대 밑 뽀오얀 꽃밭
한 계절 살아낸 부스러기가
씨알 되어 피워낸 무채색 수심이 만개한
옥토는 뒤척이던 꿈속 변방의 꿈
묵정밭 일구는 일상을 참빗 질로 고를 때마다
탕진한 시간이 내려앉아 피웠을 터
삼동을 견디지 않고 피는 꽃이 있을까만
맨바닥에서 독한 외로움이 한 이랑 가꾸어 놓고
은밀한 탈옥을 꿰뚫어 보았다니
구차하지만 소멸하기 억울한 기척들
근심 걱정도 발아하며
기쁨 한순간 덤으로 보태졌을
한 뼘 땅심에 뿌리내리지 못한 기구한
꽃 팔자를 지우고 이제 그만 긴 냉기를 거둬
연두가 초록을 마중하는 계절이
창턱으로 햇살 그림자 들이우는데
연분홍 메꽃이 회초리 낭창낭창 물오른
꽃매로 뭐 하느라 한 시절 기웃대다 놓쳤냐며
푸르른 날은 기다림이 없다며
산다는 게 죄다 그늘과 햇살 사이 건너며
피고 지는 일 아니겠냐며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아
이 꽃이 무슨 꽃인 줄 몰랐는데
오늘에 알게 되었네요
최정신 시인님
만개한 저 먼지 꽃처럼
활짝 피어나시길
좋은시 잘 읽었습니다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오래 된 글 묵정밭 일구다
저 꽃은 메꽃...임시인 닮은
먼지꽃은 글속 화자라 할까요
장승규님의 댓글

침대 밑 묵정밭에 핀
메꽃을 보셨군요.
그러다가 시를 보셨군요
산다는 게 죄다 그늘과 햇살 사이 건너며
피고 지는 일 아니겠냐며
제어창님의 댓글

제대로 핀 적도 없는 듯하여 아쉽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먼지꽃 마냥 생긴대로 살다 가야겠지요~~
건강하세요~~
무의(無疑)님의 댓글

모습이 늘 화창하여 쓸어담을 쓸쓸은 없을 듯한데,
"그늘과 햇살 사이 건너며 피고 지는 일"에 열심인 것은
'아직도'가 아니라
'지금부터'이기 때문이겠습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찬찬히 읽어보면 인생의 깊이가 가득한 시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더 읽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