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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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 서승원
이곳엔 너구리가 살고 있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고 영원히 그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믿음으로 그가 있다고 믿겠습니다
한 번쯤 만나도 좋을테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면
더운 여름 새벽을 핑계로 산책을 100일 정도 나갈 겁니다
그 안에 그를 볼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손이라도 내밀겠습니다
애완견을 쓰다듬 듯 손을 내밀어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 보겠습니다
물리지는 않겠지요
이곳은 도시이고 난 줄곧 이곳에 뿌리 내리고 살아왔으니
난 이곳의 주인
그러니 객이 주인을 무는 법은 없어야합니다
세상이 꼭 이치대로만 움직이지 않듯이 혹 물리기라도 한다면
나는 오폭이라 생각할 겁니다 난민촌에 떨어진 폭탄처럼
제 갈 길을 잃은 불쌍한 폭탄 멍청한 폭탄, 망할 너구리 주둥이라 욕 할 겁니다
욕하면서 크고 큰 아픔으로 죽어갈 겁니다
물이 흐르고 제법 수풀이 우겨지고 깊은 밤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이곳
이곳에 살고 있는 너구리라면 맛있을까요 멋있을까요 배고플까요 배부를까요
푯말 속 그림은 귀엽기만 하던데 그것도 믿을까요
언제까지 믿을까요 정말 믿어도 될까요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서승원이란 본명으로 오시니
더 반갑습니다.ㅎ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믿음으로 그가 있다고 믿겠습니다
중랑천 너구리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중랑천이 저희 집에서 가까워 여름이면 더 자주 나갈 수 있습니다
산책하거나 자전거 타기 좋게 참 잘 꾸며 놓은 곳
좋은 생각만 하며 그곳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너구리, 족제비, 고라니, 수달....
뭐 그런
원래
거기서 살았(었)는데
거기서 살면 안 될 것 같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믿음으로' '정말 믿'으면
언젠가 주인 행세를 하는 것들이
거기서 살겠지 싶습니다.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네 정말 그러네요 옛날에는 원래 거기서 살았었는데 사람들에 밀려 숨어 버린 동물들
그 앞에서 제가 주인 행세를 했으니...
혹 너구리를 만나면 못 본 척 그냥 지나가야겠습니다 너구리가 놀라지 않게
반성하는 마음으로요~~
임기정님의 댓글

혹시. 행여
너구리가 나타나면 음
안녕 해주세요.
그럼 저도 중랑 천길 따라
걷다 보면
손 번쩍 들어줄게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보호 더 열심히 해야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자연보호가 잘 안되어서 그런가 점점 너무 더위지는 느낌이네요
오늘밤도 무지하게 덥네요 일찍 자야 하는데 잠도 못자고...
이 더위에 좋은 거, 맛난 거 많이 먹고 우리 서로 체력 챙겨가며 살아요~~
최정신님의 댓글

글이 점점 성숙해지네요
늘 응원합니다^^☆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응원 감사드려요!
앞으로는 좀 더 꾸준히 습작하는 노력을 기울여 보겠습니다
허영숙님의 댓글

바쁘신 중에도 좋은 글이 나오다니
시인은 삶의 현장에 있는 모든 사물이
그리고 대상이
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자주 보여주세요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동인님들을 보면 저는 그래도 한가하게 사는 편인 듯 합니다
괜히 쓸데없이 바쁜척만 하면서..
못 써도 좋으니 되도록 지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영희님의 댓글

중랑천에 너구리 만나러 가보고 싶네요.
너구리가 놀랄까 조심조심...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씨 고우신 성영희 시인님 너구리가 놀랄까 조심조심
네 그 너구리에게도 가족이 있을 지 모르니 놀랄키면 안되겠지요
편안한 마음으로 가족에게 돌아가야 하니까요~~
남은 시간도 행복한 주말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