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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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낮
마루 끝에는 고양이가 앉아 있고
처마 밑으로 바람이 성가시게 들락거리고
마루 끝에는 고양이가 앉아 있고
마당의 작약, 붉은 입으로 햇살을 뜨겁게 받아먹고
마루 끝에는 고양이가 앉아 있고
늘어진 철길을 거두며
완행열차가 침목을 세며 느릿느릿 흘러가고
마루 끝에는 고양이가 앉아 있고
땡볕을 등진 우체부가 우편함 속에 그늘만 던지고 가고
오늘도 당신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고
신발 안으로 여름만 한 움큼 들어와 앉고
작은 몸에도 쏟아낼 울음이 가득하다는 듯
매미 종일 울어대고
마루 끝에는 고양이만 앉아 있고
추천1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허시인님!
반갑습니다.ㅎ
목록에서 이름을 보는 순간
기대 한 움큼이었는데, 역시
마루 끝에는 고양이가 앉아 있고
좋아요.ㅎ
임기정님의 댓글

요란하든 말든
앉아 있는 고양이
그림이 그려지네요
저 역시 먼치킨 고양이를
키워 본 적 있기에 그런가 봅니다
허영숙 시인님
잘 읽었습니다,
저물지도 모르고 푹푹 거리는 더위
잘 이겨내시길.
김용두님의 댓글

시인은 고양이 처럼
마루에 앉아 시적 대상을 응시하네요.
화자의 외로움이
울림을 크게 주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허영숙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