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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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후기
최정신
허공이 넝쿨에 감긴다
잠시 머문 시간에 희망의 씨앗을 잉태했을
인과율에 대해서는
무언의 결탁이 맺은 인연이라 하자
제풀에 겨워 피고 사위는 저린 시울에
동색 동명의 병인은 사랑통이 심한 일순이다
너를 기대지 않고는 일어서지 못했던,
시간만이 치유할 상흔이라면
망각은 익숙한 일상
부패한 기억에 소금을 뿌리는 것 말고 무얼 할 수 있을까
사랑 영원 같은 허상은 믿을 게 아님을
씁쓸한 모운暮雲이 머물다 간 자리
기척 없이 어둠에 젖게 되는 일은
너를 향해서도 빗장을 잠글 때가 왔다는
꽃 필 때 반가움이
꽃 질 때 이별이던
한 허무가 다른 허무를 다독이는
아직 시들지 못한 능소화가 제 목을 단두하는
폐허의 계절이 무사히 스쳐 가기를
가을하늘에 구름 엽서를 띄운다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능소화가 제 목을 단두하는
계절
너에게도 빗장을 잠글 때가 왔다는
아닙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이제 고국에도 가을이 당도했습니다.
저 글은 가까운 지인의 황혼이별...
능소화는 년 중 가장 뜨거운 계절 고혹적인 자태로
미처 시들지 못하고 떨어지더군요.
본인 글 해설은 하는 게 아님인데 ㅎ
우리 아직 싱싱하자구요 ㅎㅎ
임기정님의 댓글

황혼 이별이라니
요즘 들어 이별 소리만 들어도
마음 한쪽이 아픕니다
최정신 시인님 잘 지내시지요
가끔 용인에 있었을 때
떠 오릅니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한 이십 년 넘게 살아서 그런가?
몸 건강하시고
좋은 시 많이 쓰세요.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우리 이렇게 추억을 먹으며 익어가네요
임시인 특유의 진솔한 시도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