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르레알리슴的 청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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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08회 작성일 24-11-23 20:31본문
쉬르레알리슴的 청년 시대/김부회
고갱의 타히티와 고흐의 귀가 꿈을 꿨다
섬에서 곰팡이가 자랐다 앓는다 귀가
철분 모자란 동굴의 영양실조
이명의 귀를 나온 차가운 붓이 허공을 긋다가
펼쳐진 우산 위로 물방울을 볶아댄다
화성으로 가지 못한 청년, 그를
간이역이 잠깐 안는다 (다음 역 고시텔)
마른오징어처럼 오그라든 몸
검게 변주하는 가난 쏘나타 열선을 통과한
하루 치 비틀린 시간이 튀어나온 토스터 빵
편의점에서 파는 궁핍은 새카맣다
옥탑까지 가는 계단은 끝이 없다
오르내릴 때마다 파우스트의 등을 밟는 기분
지하와 지상이 = 부호를 쌓았다
등짝이 등가를 얹고 구부정 휘청,
없는 답과 여백 없이 다가올 내일 사이
등의 계절에 겨울이 온다
살릴까요? 죽일까요? 아가씨의 교살 지령이 머리에 솟구친다
숱 이야기, 뇌를 울릴 때마다 뒷골에서 올라오는 올
가닥가닥 앞이마를 덮는다
변신은 두 달에 한 번쯤 뽀글거렸다 풀어졌다
수정란 시절부터 박혀있던 몽골의 시퍼런 칩 chip
잘게 썰린 가족의 계보가 그랬고
썩어 문드러져 통째로 버린 파 다발이 그랬다
무슨 씨의 무슨 파를 따지다 문득,
도마처럼 길게 누운 골목에서
다질 것 없는 바람이 달그락 갈고 썬다
훔쳐 온 이름 겨울, 고드름처럼 툭툭
길바닥에 박힌다
가슴 절개된 라면 봉지를 튀어나온 궁색이 팔팔 끓는다
조미된 염화나트륨 효과로 한 끼 더 연장된다
거리와 도시에서
나는 빨치산이며 구월산 유격대다
쫓고 쫓기다 폐지 더미를 파먹는다
깨진 형광등이 와그작 밟힌다
입에서 등이 켜진다
고장 난 라디오처럼 찌르륵찌르륵 삶의 주파가 소음 범벅이다
어디선가 꽈리 하나 퍽 터진다
그림자 곁엔 그림자만 남고 주인은 허공을 부유 중이다
절대온도를 넘어 점령군 없는 화성으로 간다
칩이다, 문제는
계절은 다음 계절에 계류 중이고
머릿속 램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하루 치 부팅을 방해한다
생의 로그인 화면이 까맣다
푸시시 전원이 나갔다
공판장 한쪽에 입찰에서 떨어진 도루묵이 문드러지고 있다
폐타이어를 다리에 둘둘 감은 사내가
가스펠 송을 움켜쥐고 바닥을 유영 중이다
청년이 파랗게 휘청거리는 골목골목
*쉬르레알리슴 : 비현실적인 잠재의식이나 꿈의 세계를 탐구하여 표현의 혁신을 도모한 예술운동
시인의 말 [시란 무엇인가?]
김부회 시인,문학평론가
오래전 시를 배우고자 하는 열댓 분을 모시고 시의 기본 이론과 시를 짓는 방법에 대해1년간 강의를 한 적이 있다.첫날 첫 시간 시를 배우시고 쓰려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드렸다. 나름의 답변은 모두 달랐다. 하지만 귀결점은 하나, 자존감의 회복이라는 생각을 했다. 살면서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살아온 흔적을 남기는 것은 남이 나를 기억하는 것보다, 내가 타인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를 쓴다는 것의 여러 가지 목표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다. 무엇인가를 쓰기 위해서는 삶의 뒤안길을 더듬어 봐야 한다. 잘 살아왔든 그렇지 않든, 지금 이 시각의 내가 존재하는 것은 누적된 시간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누적된 시간에 대한 자기반성과 그것을 통한 미래지향적 사고 혹은 사고의傳承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달리기만 해도 바쁜 세상에 언제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만큼 존재하는 것이다. 요컨대 실천의 문제라는 것이다.내가 살아온 시간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바로잡는 것이 사람의 본질일 것이며, 잘된 부분이 있다면 널리 알려 모범이 되면 좋을 것이다.그것이 나눔의 본성이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구나 잘못을 하며, 누구나 거짓말을 하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인정이라는 말이다. 실수에 대한 인정, 잘못에 대한 인정, 거짓말에 대한 반성 등등이 수반되지 않으면 잘못은 잘못에서, 실수는 실수에서, 거짓은 거짓에서 그치고 말 것이다.
사람의 사고가 진화한다는 것은 인정에서 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인정을 하기 위해 가장 좋은 도구가 글을 쓰는 것이며 좁히면 시를 쓰는 이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시의 서정적인 측면에서 애써 억눌러온 나의 감정을 발견하고 그 감정에 충실하게 나를 표현하거나, 보고 들은 현상이나 사물의 풍경 속에서 남과 다른 내 생각의 독특한 점을 발견하고 자신의 재능을 더 발전시켜 나간다면 가장 좋은 시 쓰기의 이유가 될 것이며 시라는 장르가 가진 순기능의 목적이 될 것이다. 좋은 작품을 누구나 쓰고 싶어 한다.하지만 좋은 작품의 기준이라는 것이 때론 모호하다. 문장력, 수사법, 함축, 비유 모든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에 대한 진심이다. 글은 진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가짜가 아닌 진짜 글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진실에 대한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위에서 전술한 시를 배우는 분 중에 여든에 가까운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농사를 짓는 분인데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수업을 거의 빼먹지 않고 나오셨다. 수업하다 가끔 보면 졸기도 하고, 눈 감고 기도도 하는 분이다. 연말에 수료식을 하며 물었다. “많이 공부하셨어요?” 답변이 시다. “여기 나오는 게 공부여!” 정확하게 옳은 말씀이다.그 열정, 사랑, 끈기, 자세, 모든 점이 시의 기본이다. 문장은 나중 문제다. 어쩌면 나는 기술을 가르치고 할머니에게 정신을 배운 것 같다.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관계란 무엇인가? 모든 것에 붙여 원용해서 사용해도 통하는 말이다. “여기 나오는 게 공부여!” 지금도 앞으로도 잊지 못할 가르침에 고개가 숙여진다.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부회 시인님!
오랜만에 글을 올리셨네요.
좋은 시와 "시란 무엇인가"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건강은 어떠세요?
많이 나아지셨는지요?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회장님 염려 감사합니다. 건강은 그럭저럭입니다. ^^
만성이라.
암튼, 늘 수고에 깊은 감사 드립니다.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鵲巢님의 댓글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형님 시와 칼럼까지 모처럼 감동을 머금고 읽었습니다.
특히 시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너무 좋습니다. 랩송처럼
아무튼, 겨울 초입에 들어섭니다. 건강도 꼭 챙기시고요....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우님도...건강 먼저 챙기시고. 하시는 일 어렵지만
다들 어려운 시기니, 스스로 힐링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도 여전히 많이 쓰시고...감사합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시는 김부회 시인님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엄지척하고 갑니다.
金富會님의 댓글의 댓글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제는 열정만 있다는 것 입니다. ^^
좋은 시를 써야 하는데....늘 중언부언이니...
그래도 읽어주시니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임 시인님...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