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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섭
나는 나를 지배하는 주(主)를 대신한다
지배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봉투 든 왼손이 아니라 맞잡은 오른손이라는 주의 믿음, 그러나 주는 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므로, 나는, 점심은 전라도 땅끝에서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두 번 반 절하고, 저녁은 대관령을 넘어가 죽을 때까지 사세요 이미 만수인데 무강을 기원한다 요즘은 지배 범위가 넓을수록 지배 능력을 아무 때나 뽐내는 게 유행이어서, 나는, 화요일 밤 축 늘어진 피로를 노블레스 웨딩 컨벤션 시티 에메랄드 홀에서 짧게 푼다 수요일을 대독하자마자 금요일을 찬조하고 붉디붉은 일요일에 검은 넥타이를 다시 맨다 지배는 내 목숨, 지배는 내 몫, 숨, 집에는 적막뿐이어서, 뒤울림으로 번지는 나는, 나를 지배하지 못하는 나,는
삼천리 화려강산에 배치된 지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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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술
한 방에 훅 간다고 끊으라는 서신이 왔다
겨우 밥술이나 뜨고 사는 게 다 부은 간덩이 때문인데 끊지 않으면 밥술 놓는다는 말, 김거래 이접대 박상납 최권모 안술수... 친구들은 어쩌나, 여왕벌 정마담은 또 어쩌나, 끊으면 밥술이 떨어지고 안 끊으면 밥술을 놓는다는 밥술과 씨름하다가 이면지로도 활용 못 하는 앞뒤 빽빽한 사연을 일단, 쉿! 구겨서 던진다
늦었다, 한유착 백마진과 bar 심벌에서 밥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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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 빤히
너를 기다리는데
너는 오지 않고
양 갈래머리 여자애가 서너 살쯤 여자애가 오종종 와서 저기 벌레가 있어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고 가보자, 가보자 한다 너는 오지 않고 너는 늦는다 하고, 나는 꼬마 아가씨에게 부드럽게 속삭인다 밟아! 밟아? 응 밟아! 왜 밟아?
서로가
놀랍다고 빤히
신기하다고
빤히
다층, 2025년 봄호
댓글목록
이시향님의 댓글

밥술과 나랏말싸미 - 빤히를 재미나게 읽으며 시인님께 지배 당하는 듯^^
장승규님의 댓글

밟아! 밟아? 응 밟아! 왜 밟아?
역시 무의님입니다.
사진의 구두가 예사롭지 않네요.
무의(無疑)님의 댓글

역시
라는 말 참 좋은데,
누군가
"뽑고 싶은데 뽑을 수가 없"답니다.
이따위로 쓰지 말라
는 말의 완곡한 표현 ^,^
두 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