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불성(狗子佛性)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구자불성(狗子佛性) / 정두섭
어느 경지라야
저 지경이 되는 걸까
밤새 안녕하지 못한 2층 강 씨가 세 치르듯 버리고 간 개라서 속명은 개새끼요 법명은 줄행랑인데 계단참에서 장좌불와의 자세를 풀지 않고 있다 떠돌이 고양이가 계단을 훔쳐 가도 뭉툭한 이빨 감추고 억센 뒷발 구겨 접어 계단인지 개인지 당최 모르는, 이름하여 도 닦는 개가 몸 바쳐 빚 갚아도 시원찮을 개가 매어 길러 계단 밖으로 한 발짝도 내디딘 적 없는 개가 닳고 닳은 목줄 풀어준 지 오래이나 더 오래된 계단에 발이 묶인 개가 일생 품었지만 풀지 못한 여생의 화두를 품은 늙은 개가 허겁지겁 눈꺼풀을 송두리째 밀어 올리는 깨달음을 기다리는 사냥개가 “행랑아, 밥 먹자 밥”
개털을
깃털로 바꾸는
참구에 목을 맨 개가
담보한 목숨을 마침내 거슬러 받고
계단의 힘으로 계단을 동여매고
그래도 식구랍시고
꼬리 친다,
꼴에
꼴
에
.
.
.
......................................................
등 / 정두섭
형편 좀 빌리자는 깨복쟁이 만나러
대낮에도 어둠침침 계단을 내려가서
안부는 무슨 안부를 서로 묻지 않은 채
무너미 국민학교 폐교된 얘기와
보름 지나 알았다는
삼식 아재 죽은 얘기와
뽕짝이 좋아졌다는 요즘 얘기 마시다가
돌아서 가는 등이 하도나 새까매서
돌아본 그가 다시 돌아서 가기 전에
캄캄한 내 등도 보여줬다, 등외 등등의 등을
* 성파시조문학 3호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처처부처라더니
개까지 불성을 가졌나 봅니다.ㅎ
속명은 버리고 법명으로 쭈욱 가시지요.
법명이 좋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요즘 형편 빌리자는 이야기가
도통 나오지 않지요
그냥 말 돌리다 돌아올 수밖에 없는
그 등이나 내 등이나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