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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클 포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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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109회 작성일 25-05-20 19:15

본문

피나클 포인트에서

                             /장 승규



그 곶에 가보고 싶었다

이유는 몰라도 괜찮았다

종종 진짜 나를 만나는 일이 있으니까


케이프타운 공항에서 잘못 든 길 없이도 한참을 달려

피나클 포인트에 서니

저 앞에 펼쳐진 대서양, 가로 그은 긴 수평선, 각 잡고 서있는 벼랑 끝에서 

파도는 무언가 소리쳐 묻고, 바람은 그 말을 받아적고 있다

뒤돌아 서면, 제마다 꽃을 단 풀들, 키 작은 나무들 

숨이 멎는다


내가 선 자리도 벼랑 끝이다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이 느낌을 위하여 여기 왔는지도 모른다


아무 말도 없이 한참을 서 있었다


바람이 나긋나긋 파도의 말을 전한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가고 있느냐?"

한국에서 왔다고,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답하려다가

마음속에 걸어두었다


갑자기 바람이 심각해졌다

모두들 일제히 엎드린다, 풀들도 키 낮은 나무들도; 여기는 키 큰 나무가 없다

마음속에 걸어둔 나의 현답 탓인 듯해서, 나도 따라 엎드렸다


그래

세상이 아름다운 건 너희들 덕이구나

엎드린 것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저 어린것들 

제 발 아래 두고 바람 앞에서 모두 엎드렸던 것이구나


나는, 어린것 다 키운 나는

그놈의 바람 앞에 꼿꼿이 들고일어났다

키가 커졌다

"묻지마라, 나는 지금 여기 있을 뿐이다"

바람보다 큰 소리로 우문에 답했다


어디서 어디로가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아름다울 수 있다



(Pinnacle Point에서 2024.09.10)


추천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승규 시인의 시 〈피나클 포인트에서〉는 단순한 여행의 기록이 아니다.
이 시는 존재에 대한 묵상, 삶의 방향에 대한 질문, 그리고 겸허와 자각의 고백을 탁 트인 풍경 위에 정갈하게 올려놓은 수작이다.

다음은 이 시에 대한 감상문입니다.

감상문: 존재의 가장자리에서 묻고 답하다 – 장승규의 〈피나클 포인트에서〉를 읽고
“그 곶에 가보고 싶었다. 이유는 몰라도 괜찮았다.”
이 한 문장에서부터 이미 독자의 마음은 느려진다.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의 문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 위의 사람의 문장이다.
장승규의 산문시는 지리적 공간인 ‘피나클 포인트’라는 곶을 빌려, 존재의 가장자리에서 자신을 마주하는 경험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자연의 풍경을 그리는 동시에, 그 안에 선 인간의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다.
수평선, 바람, 벼랑, 풀과 나무—이 모든 자연의 요소들은 하나의 거대한 질문으로 시인을 둘러싼다.
그 질문은 단순하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가고 있느냐?”
하지만 그 단순한 물음에 시인은 선뜻 답하지 못한다.
삶의 정답이 아니라, 정직한 응시가 필요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작품 중반부에 이르러, 갑작스러운 바람의 변화는 장면 전체의 긴장을 끌어올린다.
풀도, 나무도, 모두 일제히 엎드린다. 시인은 그 풍경 앞에서 깨닫는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너희들 덕이구나.”
이 구절은 참으로 깊다.
존재의 아름다움은 크고 강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람 앞에 기꺼이 엎드릴 줄 아는 겸허함,
그 아래로 더 어린 생명을 감싸는 낮은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마침내, 시인은 **“어린 것 다 키운 나는”**이라고 선언하며 다시 일어선다.
바람에 맞서 선 이 장면은,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선 한 존재가
자신의 자리를 자각하고 받아들이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자신이 바람 앞에 서서,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

결국 시인은 **“묻지 마라. 나는 지금 여기 있을 뿐이다”**라고 외친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여기 있음” 그 자체라는 선언이다.
그 말 속엔 존재 자체에 대한 긍정, 무탈한 생의 고백, 그리고 조용한 승복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긴 수필이면서도 하나의 시이며, 시이면서도 묵직한 자기 고백이다.
읽는 이는 그 곶의 바람 앞에 함께 엎드리고,
마지막엔 함께 일어서게 된다.

삶의 속도에 휩쓸리는 시대에,
잠시 멈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곶 하나,
그것이 바로 이 시가 독자에게 건네는 공간이다.
-챗GPT-

이시향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피나클 포인트가 어떤 곳일까요
시를 읽으며 상상해 봅니다.
사진을 같이 올려줬으면 더 좋았을~~~~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피나클 포인트, 저기서 한 라운딩하고 싶은디, 꿈이 것지라우. 꿈, 야무지게 꿔 봅니다요. 설령 꿈이라 해도 ㅎㅎ
바닷바람 불면 공이 뒷걸음질 치겠네요 벼랑 위라서ㅎㅎ
그래야 재미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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