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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 시 김선우 / 낭송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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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재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19회 작성일 23-07-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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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혀가 입 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


김선우

나는 그를 죽이는 중입니다
잔뜩 피를 빤 선형동물, 동백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그는 떨어져 꿈틀대는 빨간 벌레들을 널름널름 주워 먹었습니다
나는 메스를 더욱 깊숙이 박았지요......
마침내 그의 흉부가 벌어지며 동백꽃이 모가지째 콸콸 쏟아 집니다
피 빨린 해골들도 덜걱덜걱 흘러나옵니다
엄마 목에 매달린 아가 해골이 방그레 웃습니다
앉은뱅이 해골이 팔다남은 사과를 내밉니다
사과는 통째 곯았습니다
그가 번쩍, 눈을 부릅뜹니다
흘러나온 것들을 단숨에, 뱃속에 도로 집어넣습니다......
나는 날마다 그를 죽일 궁리를 합니다
비대해져 살갗이 몸에 맞지 않게 된 그는
쪼가리 살갗을 들고 매일 내 방으로 옵니다
나는 그의 몸피에 새로 난 살갗을 재봉질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이 일로 생계를 꾸려가지요)
그의 몸은 가속으로 거대해져갑니다
숱한 살갗을 어디에서 벗겨오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제나 싱싱한, 피냄새가 묻어 있습니다......
오늘 밤 나는 그를 죽일 겁니다
그는 내게 남은 마지막 진피를 원할 테지요,
자장가를 부르며 사타구니 살갗을 벗겨내겠지요
내일이면 그는 핑크빛 합성피부를 가져와 손수 박음질해줄 겁니다
리드미컬한, 노동요를 부르며, 나는 보너스를 받겠지요
한 아름 붉은 동백꽃도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또 한 번 그를 죽였습니다
나를 고소할 수 있는 법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 혀는, 그의 입속에, 비굴하고 착하게 갇혀있으니까요


만약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창작과 비평, 2000

소스보기

<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F-qQ9wJlHKQ" title="YouTube video player" frameborder="0" allow="accelerometer; autoplay; clipboard-write; encrypted-media; gyroscope; picture-in-picture; web-share" allowfullscreen></iframe> 만약 내 혀가 입 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 김선우 나는 그를 죽이는 중입니다 잔뜩 피를 빤 선형동물, 동백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그는 떨어져 꿈틀대는 빨간 벌레들을 널름널름 주워 먹었습니다 나는 메스를 더욱 깊숙이 박았지요...... 마침내 그의 흉부가 벌어지며 동백꽃이 모가지째 콸콸 쏟아 집니다 피 빨린 해골들도 덜걱덜걱 흘러나옵니다 엄마 목에 매달린 아가 해골이 방그레 웃습니다 앉은뱅이 해골이 팔다남은 사과를 내밉니다 사과는 통째 곯았습니다 그가 번쩍, 눈을 부릅뜹니다 흘러나온 것들을 단숨에, 뱃속에 도로 집어넣습니다...... 나는 날마다 그를 죽일 궁리를 합니다 비대해져 살갗이 몸에 맞지 않게 된 그는 쪼가리 살갗을 들고 매일 내 방으로 옵니다 나는 그의 몸피에 새로 난 살갗을 재봉질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이 일로 생계를 꾸려가지요) 그의 몸은 가속으로 거대해져갑니다 숱한 살갗을 어디에서 벗겨오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제나 싱싱한, 피냄새가 묻어 있습니다...... 오늘 밤 나는 그를 죽일 겁니다 그는 내게 남은 마지막 진피를 원할 테지요, 자장가를 부르며 사타구니 살갗을 벗겨내겠지요 내일이면 그는 핑크빛 합성피부를 가져와 손수 박음질해줄 겁니다 리드미컬한, 노동요를 부르며, 나는 보너스를 받겠지요 한 아름 붉은 동백꽃도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또 한 번 그를 죽였습니다 나를 고소할 수 있는 법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 혀는, 그의 입속에, 비굴하고 착하게 갇혀있으니까요 만약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창작과 비평, 2000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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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향일화님의 댓글

profile_image 향일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재영 고문님의 곱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만나게 되니 모습을 만난듯 기쁩니다
누구도 따라 잡을 수 없는 매력이
이재영 고문님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지요
김선우 시인님의 좋은 시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의미하며
잘 풀어내신 좋은 낭송에 붙들려
이재영 고문님의 매력에 빠지다 갑니다~

조이킴포에리나김은주님의 댓글

profile_image 조이킴포에리나김은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쩌면 이리도 시인의 마음을 절절히 낭송 하시는지요...
이재영 고문님만의 정말 리드미컬한 낭송 입니다

여인과 자연, 모성과 생계유지의 윤리속에 갈등 하는 시인의 마음이 그려진 시이네요
한아름 붉은 동백꽃과 함께 오는 보너스를 받지 못할수도 있기에
자신의 혀를 입안에 숨겨 두어야 하는 비굴함을 거부하는 멋진 시와 낭송 입니다 

귀한 낭송 고맙습니다^^

남기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남기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선우 시인님의 가슴엔
슬픔이 유독 많이 담겨있는가 봅니다

쉽게 해석하기 힘든
김선우시인의 시를 이재영 고문님
이렇듯 맛갈나게 해석해서 낭송해주셨네요
그 매력적인 목소리는 여전합니다.
아주 맑았던 예전의 목소리도 좋지만
깊이가 더 깊어진 지금의 목소리도 참 좋아요
인생의 깊이가
담긴이유겠지요

아주 잘 감상했어요

이진영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진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품은 혀끝이 입안에 있기를 거부한다면
죽일 수 밖에

눈감은 이의 입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빛 언어들이
어쩜 이재영 낭송가님의
입안으로 스며들어
또 하나의 언어를 쏟아내는 듯
섬뜩합니다


섬뜩한 시를
들으며 이 여름 붉은 꽃 토해내는
목백일홍 앞에 서 있습니다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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