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추천 64] 윤사월(閏四月) / 박목월 (AI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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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eWool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44회 작성일 20-05-06 20:47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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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eWool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詩감상】
박목월은 참으로 한국의 자연을 잘 이해하고 있는 시인이다.
그의 시 <나그네>에서도 그랬지만, 이 <윤사월>에서도 한국의 자연은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다.
송화가루가 날리는 것을 보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바람에 날리는 송화가루는 소나무가 많은 우리 자연의 한 특색이다.
4월도 늦게(물론 음력이다) 송화가 질 때, 바람이 불면 송화가루는 실로 안개처럼 날린다.
이것은 날이 계속 가뭄이 들 때 더욱 현저하다.
바람에 날리는 송화가루가 뽀얗게 온 산을 가릴 때, 사람들은 괜히 마음이 아득해지고 슬퍼진다.
이것은 철이 4월인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 나라의 과거 4월은 보리고개와 직결된다.
참으로 숨가쁜 보리고개다. 이것이 또 윤사월일 때는 그 숨가쁨이 턱에 닿는다.
한 달을 덤으로 더 살아야 한다는 것은 죽음 그것만큼 뼈아프다.
이처럼 아득하고 긴긴 날을 꾀꼬리가 운다.
피를 토하듯 운다. 해는 길고, 몸은 허기지고,
꾀꼬리는 자지러지게 울어대고, 송화가루는 안개처럼 날리는 윤사월,
사람들의 마음은 생명이 갖는 원초적인 고독을 절박하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한국 농촌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 가난한 풍토에서 더욱 가난한 것은 산 속의 외딴 산지기네다.
산지기 잘 사는 예는 예로부터 없었다. 잘 살면 산지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남의 산소나 지켜주고, 위토(位土)나 얻어 붙여서 입에 풀칠이나 겨우 하며 사는 것이다.
이 가난한 집에서도 더욱 가난한 사람은 눈 먼 처녀다.
눈 먼 처녀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날리는 송화가루도 보지 못하고, 노란 꾀꼬리도 보지 못한다.
오직 귀 기울여 듣고, 마음으로 이해할 뿐이다.
이처럼 가난하고 소박한 한 인간과 자연이 영혼으로 교감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의 멋이다.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외딴 집의 눈 먼 처녀가
그 숨가쁘고 허탈한 철에 꾀꼬리 소리는 그 처녀의 맑은 영혼에 얼마나 맑고 아프게 울릴까?
제3연은 이 시에서 참으로 절묘한 시적 기교의 구실을 하고 있다.
(권웅: <한국의 명시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