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산행(山行)/박만엽 (낭송:박태서/영상:시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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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산행(山行) ~ 박만엽 모진 겨울을 벗어난 天地 새록새록 되는 봄기운에 한 번쯤은 말을 걸 뻔도 한데 山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숲 속에 있는 모든 것은 자기들을 짓밟는 인간처럼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에 처절한 반항 때문이지 이것들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산을 떠받치는 거대한 호수 주변에 흔들리는 들꽃들을 보고 산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 가슴에 품고 있던 추억을 묻어 버리려고 온 내가 산과 친해지면 비밀이 누설될까 봐 나도 침묵을 지키기는 마찬가지였다. 혼자 오르기 섭섭하고 두려워 뭇 사람들과 동행하지만 그들도 추억을 묻어버리려고 산을 오른다. 정상에 오르자 저마다 괴성을 지르는 것으로 보아 모두가 은밀히 그곳에 추억을 묻었나 보다. 이젠 새로운 아름다운 추억을 산에서 내려오면서 만들 차례이지만 추억 만들기에 자신이 없는지 묻어둔 추억을 다시 꺼낼 듯 뒤를 돌아보며 그들은 알 수 없는 방언을 내뱉으며 산에서 내려온다. [미주 세계일보 2009년 3월 26일 (목요일) (A-6)면 세계 시단((詩壇)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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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산행(山行) ~ 박만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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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겨울을 벗어난 天地
새록새록 되는 봄기운에
한 번쯤은 말을 걸 뻔도 한데
山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숲 속에 있는 모든 것은
자기들을 짓밟는 인간처럼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에
처절한 반항 때문이지
이것들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산을 떠받치는 거대한 호수 주변에
흔들리는 들꽃들을 보고 산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 가슴에 품고 있던 추억을 묻어 버리려고
온 내가 산과 친해지면 비밀이 누설될까 봐
나도 침묵을 지키기는 마찬가지였다.
혼자 오르기 섭섭하고 두려워
뭇 사람들과 동행하지만
그들도 추억을 묻어버리려고 산을 오른다.
정상에 오르자 저마다
괴성을 지르는 것으로 보아
모두가 은밀히 그곳에 추억을 묻었나 보다.
이젠 새로운 아름다운 추억을
산에서 내려오면서 만들 차례이지만
추억 만들기에 자신이 없는지
묻어둔 추억을 다시 꺼낼 듯
뒤를 돌아보며 그들은 알 수 없는
방언을 내뱉으며 산에서 내려온다.
[미주 세계일보 2009년 3월 26일 (목요일)
(A-6)면 세계 시단((詩壇)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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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재관님의 댓글

좋은낭송시 즐감하고 갑니다
즐겁고 행보한 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