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詩 이은심 (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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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su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3회 작성일 22-10-03 04:19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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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기시인님의 댓글
정민기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운 영상시입니다.
장미의 입안에 가시가 돋친 이유
정민기
안중근 의사가 남기신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명언이 있다
그 명언, 하나도 틀리지 않는가 보다
하루가 멀다고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어느 집 담장에 핀 장미꽃 입안에
뾰족하게 생긴 이빨도 아닌데 가시가 돋아 있다
바람 부는 날, 흔들리는 장미 가시를 보면
마치 녹 빛 지네가 어기적어기적 기어가는 것 같아
나뭇가지는 나무도 모르게 한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장미 입안에 출입하는 것은 벌레도 즐겨 하지 않아
온종일 허기에 지쳐 혓바닥이 온통
침방울이 번져 향기롭다
간밤 잠을 설친 태양이 울기라도 한 것처럼
두 눈이 벌겋게 솟아오른다
장미를 찾아왔던 사람들은 한두 명은 꼭 가시에
상처를 입고 되돌아갔다
다음을 기약이라도 한 듯
얼굴은 장미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바람이 건네주는 시원함에 기회를 놓칠까, 얼른
입을 벌리는 장미
너무 오래 불어온 바람이 담장에 기대어 비틀거리고 있다
인생 막장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더니 밥 한 공기
쓱쓱 비벼 먹는다
편두통이 심해
새파랗게 질린 가을 하늘 아래
뒤늦게 책을 읽으려는 입안에 가시 돋친 장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