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여행 / 마파람 / 영상:향기초 / 포토:이시향 > 영상시

 



창백한 얼굴의 그녀가 

씁쓰레 웃음을 띠며

물끄러미 창밖을 주시한다



창밖엔 유월의 하얀 햇살이 

장대비처럼 쏟아지고

어디쯤 그늘막에 숨어 우는

뻐꾹새 소리 은은하다



뇌리 깊숙이 각인된  

암울했던 기억마저

뻐꾹새 소리에 묻혀버리고

다시금 돌아보는 세상은

참 푸르고도 곱다



머물렀던 것들과의 

긴 눈 맞춤

그녀의 수척한 눈가에

잠시 이슬이 비치다 사라지고



심신을 짓누르는 

피곤의 무게에 부쳐

하얀 시트가 깔린 침대 위에

몸을 누이고 눈을 감는다 



움츠린 어깨너머

어디에선가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아련히 밀려드는 

고향의 퀴퀴한 흙냄새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여행지의 팽팽한 긴장감에

납덩이보다 더 무겁던 몸은 

그새 바람처럼 홀가분해지고

양 어깨에 돋는 하얀 깃털의 날개



이제 그녀는

주저했던 여행을 서둔다

시간마저 두려워 손닿지 않는 

아득히 먼 곳으로의 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