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싣고온 참뜻 / 최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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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싣고온 참뜻
솔거 최명운
바닷가를 걷는데
강풍에 곧바로 나아갈 수 없어
난간 대를 잡고 건넜다
가마솥 같은 찜통더위 연속이더니
처서 지난 후부터
실감할 정도로 시원하고
가을이 성큼 왔다
파란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처럼
선명했던 나뭇잎은 누르스름하게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고
소연한 혼돈 뒤섞여
갈피 잡을 수 없을만큼 무질서했지만
초승달이 보름달로 변하는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자리잡혔다
저마다 비밀에 둘러싸여
풀리지 않을 거 같았던
여름 더위는 가고 가을이다
이제 폭염의 참뜻을 헤아려 봐야 한다
덧셈 뺄셈을 할 수는 없지만
진퇴양난에서도 나아갈 수 있었기에
보람의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가을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