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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런 바람이 

한바탕 호들갑을 떨고 지난다

잠시 삐걱댔던 관절은 

이내 조용해지고

간간이 숙면을 부르는 

가늘고도 긴 하품소리



죽은 나무에도 수액을 공급하면

다시 새순이 돋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일까

날마다 숨결을 고르던 물관에다 

치렁치렁한 링거 줄을 

명예로운 훈장인양 

자랑스럽게 달고 있는 고목



한 세대가 오면 한 세대는 

가야하는 것이 당연할 진데

누구라서 추상같이 지엄한 명을 

거역할 수 있을까



왁자그르르 

한줄기 소란스런 바람이 

다시 불어오고

부르르 흔들리는 삭정이



한 가닥 문명의 줄에 

실낱같은 호흡을 연장한 체

바싹 마른 삭정이를 

잠시 흔드는 것조차 고되

자꾸만 신음을 흘리는 저 고목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힘줄 툭툭 불거지던 

푸른 여름날을 돌아보며

아직도 키 높이를 

더 키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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