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는 가을 > 영상시

발가벗는 가을  
率巨 崔明雲

지독한 더위 말끔히 사라지고 
어느새 백미의 가을이다
달맞이꽃 비련 위로하듯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또한 인연도 시나브로 떠나가고 
그 자리에 가을 국화가 차지한다 
가을은 인생의 정점 
꼭짓점에 앉아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 위태로우며 
다방면으로 고루 갖추고 
생각해야 할 숙제며 일정이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임을 만난 것 같은 포근한 가을 
파란 유리알 같은 높은 하늘 
덧술의 향미에 취하는 
가을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아쉽다 
시설 하우스에 매달린 
수세미 조롱박 
운치해서 야릇한 분위기다 
잘 어울리는 청과 홍의 조화 
발가벗으며 모든 걸 주고 떠나는 
그지없이 거둠질하는 가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