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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 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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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ssu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413회 작성일 16-01-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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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쓰기 첫째조건은 정직한 마음” 다섯번째 시집 ‘말똥 한 덩이’ 낸 공광규씨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배추나무 잎사귀를 말린 시래기를 넣고 적당히 된장과 멸치를 풀어 국을 끓이면 그 맛이 썩 괜찮다. 여기 산골 출신 사내가 하나 있다. 그 사내, 오랜만에 어린 시절 고향에서 맛보던 시래기를 도심 골목 담벼락에서 발견하고 반가워하다 큰일 치를 뻔했다. 빌딩 숲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이/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넘겨졌다/ 점심 먹고 식당 골목을 빠져나올 때/ 담벼락에 걸린 시래기 한 움큼 빼서 코에 부비다가/ 식당 주인에게 들킨 것이다/ (……) / 한몫 보려는 식당 주인은 그동안 시래기를 엄청 도둑맞았다며/ 한 달치 월급이 넘는 합의금을 요구했다/ 시래기 한 줌 합의금이 한 달치 월급이라니!/ 그는 야박한 인심이 미웠다/ 더러운 도심의 한가운데서 밥을 구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 그리움을 훔쳤다, 개새끼야!’/ 평생 주먹다짐 한 번 안 해본 산골 출신인 그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미운 인심에게/ 주먹을 날렸다 (‘시래기 한 움큼’에서) 시인이 최근 내놓은 다섯 번째 시집 ‘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에서 들려주는 시 한편이다. 평이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듯 펼쳐가다 읽는 이들이 방심한 새에 결정적인 펀치 하나 날린다. “그래, 그리움을 훔쳤다, 개새끼야!” 이 대목에 이르면 사내의 다혈질이 걱정은 되지만 누구나 통쾌하게 공감할 법하다. 헌데 고상한 시라는 게 이렇게 시정 잡담을 전하는 수준이어도 되는가? 이 정도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한 편 더 들어보자. 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마른 명태처럼 늙어가는 아내가/ 신혼 첫날처럼 얘기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어/ 나도 어처구니없게 그냥/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량사 한 채/ 주방에서 요리하고/ 화장실서 청소하고/ 거실에서 티브이를 봅니다/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은/ 목탁처럼 큰 소리를 치다가도/ 아이들이 공부 잘하고 들어온 날은/ 맑은 풍경소리를 냅니다/ 나름대로 침대 위가 훈훈한 밤에는/ 대웅전 꽃살문 스치는 바람 소리를 냅니다. (‘무량사 한 채’ 전문)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음직한 평범한 이야기인데 재미있고 뭉클하다. 시정의 이야기라도, 누구나 겪는 일상이라도, 어느 대목을 잡아채서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감동과 재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인이다. 아내가 등장하는 시 한편 더 따라가 보자. 아내를 들어 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고/ 새끼 두 마리가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다// 먹이를 구하다가 지치고 병든/ 컹컹 우는 암사자를 업고/ 병원으로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 (‘아내’ 전문) 공광규는 이번 시집 뒤에 통상적으로 붙는 평론가나 지인의 해설 대신, 본인의 산문 ‘양생의 시학’을 실었다. 그는 “누가 나에게 왜 시를 쓰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나는 잘 살기 위해, 좋은 삶을 위해, 나를 살리기 위해 시를 쓴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한 마디로 양생(養生)을 위한 시 쓰기”라고 설파한다. 양생을 위한 시 쓰기의 조건은 가장 먼저 정직한 마음이 담긴 시 쓰기인데 “유행을 따라 쓰기나 겉멋 부리기, 문예잡지 중심의 치켜세우기나 자기 사람에게 문학상을 챙겨주는 것, 주례사 비평이나 시집 뒤의 해설, 정직하지 못한 평설 쓰기, 표현은 그럴듯하지만 진정한 마음과 일치하지 않는 시를 쓰고 발표하는 일”이 양생을 방해한다고 적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솔직히 시를 발표하는 잡지의 경향에 시를 맞추거나 심상과 어법을 남의 시에서 빌려오는 표절을 일삼아오지 않았던가.” 이번 시집의 표제작 ‘말똥 한 덩이’는 이렇게 흘러간다. 청계천 관광마차를 끄는 말이/ 광교 위에 똥 한 덩이를 퍽! 싸놓았다/ 인도에 박아놓은 화강암 틈으로/ 말똥이 퍼져 멀리멀리 뻗어가고 있다/ 자세히 보니 잘게 부순 풀잎 조각들/ 풀잎이 살아나 퇴계로 종로로 뻗어가고/ 무교동 인사동 대학로를 덮어간다/ 건물 풀잎이 고층으로 자라고/ 자동차 딱정벌레가 떼 지어 다니다/ 전철 지렁이가 땅속을 헤집고 다니고/ 사람 애벌레가 먹이를 찾아 고물거린다. (‘말똥 한 덩이’ 전문) 조용호 선임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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