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傳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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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1,511회 작성일 16-03-05 03:14본문
사진 : 찬란한 은빛소녀님
글 : 마음자리
방자傳 - 2
야석과 춘향. 그들의 첫 만남은 춘향의 돌 잔칫날이었더라.
물론 성참판댁 인연붙이들이라 그 이전에 왜 만남이 없었겠냐만, 그 만남이래봐야 고작 엄마와 유모의 등에 업힌 채였으니
장소팔과 고춘자가 온다한들 무슨 이야기꺼리를 만들 수 있으리요.
음식 손맛내기로 남원골에 이름난 야석애미가 돌잔치에 불려온 것은 당연지사라 부엌을 넘나들며 진두지휘 바쁠 적에,
비록 뒤뚱거리긴 하나 엄마 등 떠나 홀로 걷기에 재미 붙인 야석 또한 월매집 안마당을 두 팔 휘젓고 뛰어다니기 바쁘더라.
따스한 봄날이라 벗겨버린 아랫도리, 꼬추 또한 제 흥에 겨워 달랑달랑 바쁘더라.
기생집 돌상이니 왜 아니 떡 벌어졌을까. 보기만 하는데도 군침 넘어가는 소리가 여기서 꿀떡 저기서 꿀떡, 방아타령은 남았는데
그때 나온 꿀떡타령은 어디로 사라졌나...
색동저고리 춘향이는 곱게 키운 보람인가, 요리 봐도 어여쁘고 조리 봐도 어여뻐라. 웃음마다 보조갠데 피부는 또 왜 그리 뽀오얄꼬.
기생집 돌잔치라 입소문을 줄였어도, 때가 춘궁기 그때인지라 소나무 껍질도 베어먹을 사람들 너도나도 몰렸는데, 그 배고픈 사람들이
먹기를 제쳐두고 춘향이 한 웃음 한 동작에 감탄과 찬탄이니, 춘향이 그 앞날이 자못 염려스럽더라.
그때, 낑낑 청마루로 기어올라 돌상으로 냅다 달려가는 달랑꼬추 하나 있었으니, 물어보나마나 야석이었더라.
창졸간의 일이어서 누구 하나 말리지를 못하고 병아리 채어 가는 솔개 쳐다보듯 보고만 있는데, 돌상에 달려들어 먹을 것 하나
집어먹고 내려오겠거니 짐작하던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더라.
돌상을 가로 돌아 춘향이 곁에까지 뒤뚱뒤뚱 냅다 달린 야석,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춘향이 뽀얀 볼에다가 잽싸게 입을 맞추고는 덥석,
옆자리에 앉았더라.
"어허~ 저런 저런~"
구경꾼들 어리둥절도 잠시, 온 마당 가득 웃음소리 박수소리 담을 넘는데, 춘향모 월매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 그 표정이
참 묘할 수밖에 없더라.
"저...저 놈이 환장을 했나~!"
제일 당황한 사람은 야석애미였다. 서둘러 잔칫상을 향해 화살 되어 날아가는데, 쏜살같다는 말이 예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쏜살이 과녁에 닿기 직전 그만 멈추고야 말았는데...
누구나 갑작스러운 일에 울고불고 하리라 짐작했던 춘향의 그 다음 행동 때문이었다.
옆에 앉은 야석을 빤히 보던 춘향이 울기는커녕, 방긋 웃더니 손에 든 송편을 야석 입에다가 넣어주더라.
야석 또한 당연하다는 듯 송편 한 입 덥석 베어 물고 다시 한번 춘향의 볼에 입 맞추더라.
누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만류할 수 있으랴.
쏜살 같이 날아가던 야석애미도 멈추어 버렸고, 묘한 표정의 월매도 웃고 말았다. 구경꾼들 박수소리 웃음소리가 절정으로 치닫자
잔칫집 주변 어슬렁거리던 동네 개들이 모두 놀라 요란하게 짓더라.
야석과 춘향, 그 둘의 첫 만남은 그러하였다.
남원골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춘향이 돌날 동네 개 짖은 사연>이 바로 그 이야기였는데, 이제 그 이야기 흔적조차 찾을 길 없으니
세월의 무상함은 곳곳에 있더라.
댓글목록
마음자리님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래 방자傳 1편에 올려진 댓글을 보다가, 찬란한빛님 올려두신 댓글을 보고
얼른 지혜의 향기>여행정보방에 달려가 보았더니, 찬란한빛님이 최근에 남도천리 전남기행문을
올려두셨네요.
그래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제 부끄러운 글에 여농 권우용 선생님의 사진과
찬란한 빛님의 사진을 번갈아 같이 올려보면 좋겠다는 생각.
찬란한 빛님 허락 받기도 전에,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고 나니, 더럭 걱정이 됩니다.
찬란한빛님 사진은 책으로 출판도 되는데, 제 글에 이렇게 멋대로 같이 사용해도 되는지...
늦었지만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찬란한은빛소녀님의 댓글
찬란한은빛소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자리님,
걱정일랑 내려 내려놓으세요.
좋은 작품에 제 사진은 영광입니다.
방자전, 흥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찬란한빛님,
흔쾌히 허락주셔서 감사합니다.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자리님
1편에서 2편으로 말씀을 안 하셔도 연이어 있겠거니 생각이 들었습니다
춘향이는 이도령이 바로 연결디는데 방자랑 시작이 재미있겠다 싶습니다
특히 보리산 선생님이 좋아하시더군요
비틀어 본 고전 마음자리님 글을...
기대하고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편안 하신 시간으로 다가오네요 좋은 시간 되시어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루에 한편씩 올릴 생각입니다.
고전 비틀기는 쓰면서도 즐거운 일이지요.
재미있다 하시니 신이 납니다.
사노라면.님의 댓글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일단 아래에 1편보고 다시오겠습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또 긴 글로 사노라면님께 불편함을 드리네요. ㅎㅎ
천천히 읽으세요.
보리산(菩提山)님의 댓글
보리산(菩提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자리님,
너무나 재미있게 전개되어 또 박수 보냅니다
감사 합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리산 선생님,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니 제가 감사드려야지요.
저별은☆님의 댓글
저별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춘향이 아기적 부터 예뻐 사랑의 시샘이 장난이 아니었군요
어릴적 춘향이 글을 만나보게 해주시여 감사드립니다
마음자리님 경칩입니다
동면속에 개구리도 얼음을 깨고 봄마중 하는 절기
먼 이국 땅에서도 행복하신 멋진봄 되세요 감사히 봅니다 ~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있는 이야기를 비틀거나 보태보는 재미도 꽤 솔솔하거든요.
산그리고江님의 댓글
산그리고江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나 거꾸로 읽어도 재미 있습니다
좋은 글솜씨 여러사람 즐겁게 하십니다
건강 하십시요
여농권우용님의 댓글
여농권우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는 이바구
고운 작품에 머물다 갑니다.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우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