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傳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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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1건 조회 1,450회 작성일 16-03-09 08:11본문
사진 : 여농 권우용님
글 : 마음자리
방자傳 - 5
가문 좋은 데다가 기본 학문 있지, 기생오라비처럼 얼굴 얄씩하고 피부 곱겠다, 몽룡이 남원으로 내려오자 목젖 출렁할 정도로 침삼키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더라. 과년한 딸을 둔 양반님네들은 물론이요, 아직 달거리도 하지 않은 솜털 보송보송한 딸 둔 양반님네들까지
잘 하면 쌀 한 되빡 주고 한 가마니로 돌려 받을 수 있는 인연을 꿈꾸며 김칫국을 마셔대니 어허~ 그 침삼키는 소리 요란도 하였더라.
어디 양반님네들 뿐이었으랴. 멋진 정분 하나에 목숨을 거는 기생들은 또 어떻고. 남원골 드나들며 아녀자 화장품 실어 나르던 방물장수가
두어 달만에 발품 장사 때려치우고 고리채 업주로 등장했을 정도이니 그 광기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겠더라.
그 와중에 역시 남다른 사람이 하나 있거니, 바로 춘향모 월매였더라. 성참판 꿰어차고 평생 먹거리를 장만해낸 월매이니 그 지모가 어찌
범인들과 한 줄에 서랴. 춘향이 미모야 더 손댈 데가 있나. 가만히 두어도 만개하기 직전의 꽃송이 같았거늘. 자기가 낳았지만 정말 자기
배로 낳았을까 의심 가는 그 어여쁜 꽃송이, 집안에서 한 발짝도 못나오게 단도리를 해놓고는, 월매 치마에 불이 붙었더라.
몽룡 발 닿을 이 요로 저 요로에 소문 잘 내는 사람 찾아다니며 천하 제일 미색은 춘향이라 입질을 해대도록 조처를 해놓더라.
잘만 인연 되면 너 하나 평생을 내가 책임 못 지랴~ 엽전 닷냥에 훗날의 약속까지 빈틈없이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춘향이 딴 마음
못 먹게 다잡아 두기 여념이 없었더라. 그 서슬 얼마나 퍼랬는지 춘향이는 야석과의 첫 정분을 입도 뻥긋 못하였더라. 하긴 춘향도 태어나,
본 바가 기생이요 배운 바가 기생이라 춘정에 더해진 씨름판의 열기로 스치듯 입맞춤한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평생을 우려먹을 그런
순정녀는 아니었더라.
이때, 몽룡 근황 또한 자못 궁금 터라. 한양서 배운 못된 버릇 아까워서 어이 남을 줄꼬.
제 아비 퇴정 할 무렵이면 타고난 그 목소리 낭랑하게 글을 읽고, 밤만 되면 바람난 암코양이 되어 문이 열렸으면 문을 넘어서, 문이 닫혔으면
담을 넘어서 밤거리 헤매기를 마다 않더라.
죽어나는 것은 방자가 된 야석이었는데, 몽룡을 배행하는 임무를 맡은 터라 그 뒤치다꺼리에 두 손 두 발이 모자랄 지경이요, 몽룡이
기생 희롱하며 밤을 세워 놀 적에 한창 잠 많을 열 일곱 나이 방자는 기생집 썰렁한 툇마루에 때 거른 주린 배를 안고 졸기가 다반사라~
몽룡 배행 두어 달만에 피골이 상접하였더라. 그래도 방자 희망은 오직 하나, 다가올 단오 날만 어서 오라 손꼽아 기다리더라.
춘향이 앞에 남자로 다시 설 날만 기다리더라.
춘향이가 이번 단오에 광한루로 그네 타러 나온다더라~
몽룡이 발 닿는 곳마다 귀 따갑게 들어온 천하절색 춘향이 아니었던가. 줄을 대어보려도 줄 댈 곳 없고, 혹 줄이 닿았다 하더라도 쉬 끊어져
쉽사리 볼 수 없던 춘향 아니었더냐. 기생의 딸이라 하나 성참판 피붙이라니 함부로 대문짝 발로 차며 불러 낼 수도 없는 일, 운짐 달아
기회만 엿보던 천하 난봉꾼 몽룡의 귀에 그 소문이 들어갔더라. 그것이 월매가 미리 다 짜놓은 안배인 줄 알 길 없는 몽룡, 다가오는
단오 날만 생각하면 가슴 설레었더라.
이런 자다가 날 벼락이 있나?
밤에 나가 놀았으니 잠 부족하야 낮이면 질펀하니 잠만 자던 몽룡이 씨름판 나갈 차비 서두르는 방자를 불러서는 광한루를 나가잔다.
이런~ 육실할 넘~ 이런~ 쳐죽일 넘~ 가슴속에 이는 천불 간신히 달래면서,
"도령님이 모르셔서 그렇지, 오늘 광한루에 나갈라치면 인산인해 사람들 틈에 치여 옷 버리고 몸 버리기 십상이라 이런 날 그냥 하루
푹 쉼이 어떠하올런지...?" 말끝을 흐려보았지만
"어허~ 이런 날이 고을 구경하기엔 제격이라~ 옷 버리고 몸 버리는 것이 무에 대순가. 얼른 앞장서거라." 버틸 수가 없었더라.
그 날 그 후의 이야기야 더 들어 무엇하리. 대저 금수강산 이 땅에 태어난 목숨 치고 그 뒷이야기 모를 이 그 누가 있을꼬.
그 이야기를 안다면 바로 그날, 몽룡과 춘향 사이를 오가며 인연의 끈을 이어주던 방자의 가슴에 남은 서릿발 보다 더 시퍼런 한 또한
짐작하기 어렵지 않겠구나. 사랑하는 임을 입 한번 뻥긋 못하고 상전에게 이어준 그 한 때문에 방자가 몽룡을 일러 난봉꾼이라 무고한다고
혹 생각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그렇지 아니하였더라.
춘향과 몽룡의 첫날밤, 그 원전을 읽어보면 저절로 알 터, 내 가서 부리나케 원전 그대로 글자 하나 흘리지 않고 가지고 올 터이니, 부디
이야기 듣는 님네들은 옛 기억 더듬어 고문 읽을 준비들이나 부지런히 하소서.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천하 난봉꾼이 되어 버린 이도령...
혹시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오호 통제라 하지는 않는지...^^*
불쌍한 지고 불상한 지고 ~~
이도령 모시고 다니는 방자 넘~!
환절기 감기조심하시어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물가에님은 아직 이도령편인가 봅니다.
불쌍한 그 이도령 다음 편에서 더 망쳐놓을 생각인데, 큰 일입니다.
물가에님 마음 아프게 만들 것 같아서...ㅎㅎ
저별은☆님의 댓글
저별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그 방자 야석이 불쌍타
어찌 상놈의 씨를 받아 팔자에
마음에둔 춘향이를 상전과
이어주는 다리역할을 하여야 한다니
기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입니다
수없이 보고 듣고한 춘향전 다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음 작품을 기다립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지요? 방자 불쌍한 거 맞지요.
그러니까 야석이 저를 찾아와 하소연 했겠지요. ㅎㅎ
산그리고江님의 댓글
산그리고江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분 상승을위해 치맛바람 날린
결혼 풍습이 월매가 원조 입니까~? ㅎ
방자놈 가슴쓰린 다음이야기도 기다려집니다
건강하십시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요즘이나 그 때나 치맛바람은 여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ㅎㅎ
사노라면.님의 댓글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밤에 나가 놀았으니 잠 부족하야 낮이면 질펀하니 잠만 자던 몽룡이 씨름판 나갈 차비 서두르는 방자를 불러서는 광한루를 나가잔다.
이런~ 육실할 넘~ 이런~ 쳐죽일 넘~ "
방자 대신 욕 한번 시원하게 잘 해 줬습니다 ^&^
우째요 방자 시름판에 나가야 춘향이 만나는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시는곳도 꽃샘추위가 있는지요
여기는 한참 심술중입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 말입니다. 방자 속 타는 줄도 모르고, 그 넘의 이도령이...ㅎㅎ
이 곳은 벌써 봄입니다. 초여름 같은 날씨인데, 요 며칠 비가 많이 오네요.
여농권우용님의 댓글
여농권우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긴 글 잘 읽고 갑니다.
글이 좋아서인지 제 사진도 빛이나는듯...
고운 작품에 쉬어 갑니다.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우시기를.....
마음자리님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사진 활용하게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농 선생님.
보리산(菩提山)님의 댓글
보리산(菩提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또 박수 한번더 보내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