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렷한 첫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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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982회 작성일 15-07-27 01:17본문
그 이전의 기억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여러 기억들...
엄마 품에 안겨 자다가...
"허~ 아직도 엄마 품에 안겨자나...? 내려와."
아버지 으름장에 슬그머니 내려와 차마 딴자리 혼자 자진 못하고 엄마 무릎이라도 베고
아버지 눈치 살피며 훌쩍이며 잠들던 기억.
엄마 품을 떠나던 첫날에 대한 기억...희미하다.
오줌을 지리고 잠이 깬 새벽. 누구하나 도와줄 이 없는 외로움.
마르기만을 기다리며 초조해하던 기억...희미하다.
짚차를 타고 식구들과 어딜 가다가 깜박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차안에는 나만 뎅그마니...
밖은 깜깜하고 두려움에 떨다가 식사하고 나오던 식구들 얼굴보고 엉엉 울던 기억...희미하다.
아버지 출근 길. 나 먼저 쫓아나와 대청 마루 끝에 손내밀고 용돈타던 기억.
사진으로 남아있지만...희미하다.
정원에서 무슨 꽃인지...따서 그 끝을 빨면 달콤한 물 쬐끔 나오던...그러다가 벌에 쏘여
울던 기억...희미하다.
엄마가 점심때 만들어주던 콩고물 묻힌 주먹밥...맛있었던 기억...아직 그 맛 혀 끝에
맴돌아도...희미하다.
맛있는 설탕. 맛있는 밥. 비비면 더 맛있을거 같아 몰래 비벼서 먹어보다가 한숟갈 밖에 못먹고
퉤퉤 뱉던 내 첫 독창적인 요리에 대한 기억...희미하다.
그런 시절, 그런 나이의 어느날...골목에서 혼자 놀다가 뭔가를 집으려고 몸을 구부렸는데...
다리 사이로 보이는 세상이 뒤집어졌다. 세상이 거꾸로 섰다!!!
그 상태로 멈추어서 세상을 보았다. 사람들이 땅에 매달려 걸어다니고...
집들이 땅에 간신히 매달려 대롱거렸다.
얼른 좀 더 넓은 길로 달려나가 엉덩이 사이로 머리를 박았다.
온 세상이 뒤집혀 땅에 매달려서는 나 살려라~ 하하하 너무나도 재미있는 세상.
큰길까지 달려나갔다.
도로가 보이고...달려 오고가는 자동차들...
얼른 엉덩이 사이로 머리를 들이미니...하하하~ 세상은 여전히 대롱대롱. 차들도 빠르게 대롱대롱.
가장 또렷한 나의 첫 기억. 오랫동안 즐겼던 나만의 놀이.
누구 1963년 정도에 대구 대봉동. 옛 경북고등 도로 건너편...
엉덩이 사이에 머리를 박고 하하하 하얗게 웃고있던 어린아이 보신분 없나요?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주 어릴때의 것까지 모두 기억하시는군요
아마도 어려움이 없이 사랑으로 자라신 덕분인것같습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요
안 좋았던것 부터 잊어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야 살아 갈수 있으니...
물가에도 초등 입학전 것도 가끔 생각나고
초등학교때 것은 거의 기억을 다 하는데 우리 동창들은 그것 조차 기억에 없는 친구가 많더군요
63년이면 참 까마득한 옛날 같은데...상상을 해 봅니다
사진의 꼬마가 엉덩이 사이에 머리를 넣고 세상을 꺼구로 보는....
건강 하게 잘 지내시어요 마음자리님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아주 어릴 적 일들이 많이 기억이 납니다.
남들이 신기해하더군요.
평범했던 일상보다는 신기했거나, 놀랐거나, 무안했거나,
잘못을 했을 때의 기억이 더 또렷하게 남더군요.
다연.님의 댓글
다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쿠쿠 마음님 글읽다가 가스에 올려놓은
남비 탔다네요 ㅎ
부유한 가정에 구김없이 잘컸을
개구쟁이 꼬맹이 마음님
대구 대봉동. 옛 경북고등 도로 건너편...
엉덩이 사이에 머리를 박고있던 꼬맹이가 마음님이셨구나요 ㅎ
지금의 대봉동은 많이 변했지요
날마다 좋은날되이소예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쓰는 글마다 길다보니 냄비까지 태우시고...ㅎㅎ 죄송해요.
부유한지 가난한지도 모를 어린 나이엔 잘 살았던 것 같아요.
그게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끝이 났지만, 아무 생각없이 살았던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날들 같습니다.
산그리고江님의 댓글
산그리고江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때 미원과 설탕은 혼돈하여
미원을 먹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뭐라고 표현할수 없는 느글거림(?)..
사랑 듬뿍 받고자란 막둥이 추억이 곱습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런 실수 저도 했어요. ㅎㅎ
미원도 있고 미풍도 있었어요.
사노라면.님의 댓글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첫 기억?
왼쪽 가슴에 손수건 달고 입학하든때 생각이 남았습니다
엄마 손 놓고 줄 서야 하는데 어찌나 무서웠든지..
철봉에 올라가 뒤돌기 할때 잠깐 세상이 꺼꾸로 보이지요
어릴적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입학실날이 참 좋았었는데...새 친구들 만나는 기쁨에. ㅎㅎ
근데 그때부터가 고생 시작이었지요. 집이 기울고...
세상이 거꾸로 보이던 그 신기한 기억은 지금도 남아있어
가끔 남들이 안 볼 떄, 해보곤 합니다. ㅎㅎ
베네리님의 댓글
베네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맛깔스럽게 우러나는 글 과 사진 앞에서.
조용히 눈감으며 떠 오르는 기억 한줌 마음에 담아갑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