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의 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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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4건 조회 2,284회 작성일 15-07-10 01:56본문
유달리 눈이 크고 피부가 희어서, 엄마나 누나의 등에 업혀 다닐 때부터 보는 사람마다
혼혈아가 아니냐고 입을 대던 그 아이는 걸음마가 제법 익숙해지면서 가출을 하기 시작하였다.
가출을 하기 시작한 나이는 대략 추정해 볼 때 한 살 반에서 두 살 무렵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걸음마가 익숙해지면 초보 운전자처럼 어딘가를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유독 그 아이의 가출이 특이했던 것은 그 아이의 가출 행장에서 비롯되었다.
아직 기저귀를 차야했을 나이였으니, 그 당시 아이들의 모습을 추정해볼 때, 아마도 밑이 터진 내복으로
고추 하나 달랑 내민 그런 복색이었을 것이다. 이 또한 다른 아이들과는 별로 특이하다고는 볼 수 없는 일.
정작 특이한 것은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그냥 집을 나가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아기 때부터 유난히 총명했던 아이였던지라, 일단 집을 나가면 여러 가지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들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한 행동이라 추측은 해보지만, 정작 본인도 어른이 되고 나서 그때 자기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기억에 없다하니, 단지 그렇게 추측만 해볼 뿐이다.
일단 부엌에 들어간 그 아이는 주전자와 냄비 혹은 바가지 혹은 그릇들을 최대한 챙길 만큼 챙겨서
밖으로 나왔는데 그때까지도 무언가를 더 잡을 손의 여유가 있으면 빗자루나 쓰레받기를 드는 것으로
마지막 구색을 갖추었다 한다.
그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냄비는 머리에 썼을 것이고, 한 손엔 주전자 한 손엔 빗자루를 들고, 양쪽 겨드랑이엔 놋그릇을 하나씩 끼고,
아랫도리에 고추 하나 달랑 내 놓고 서있는 모습. 그 표정의 진지함 또한 가관이었을 터이다.
모든 행장이 다 갖추어지고 나면 그 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다는데, 그 동작의 민첩함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지경이라, 그 아이 엄마가 잠시 빨래 걷는 사이, 혹은 그 아이 누나들이 마당에서 고무줄 놀이에
잠시 빠진 사이, 혹은 그 아이 형이 미심쩍은 영어 단어를 콘사이스에서 잠시 찾는 사이 없어지곤 했다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 아이를 돌보는 책임을 나누어 가진 그 아이 식구들의 면피를 위한 변명만은 아닌 것 같았다.
한 두 살 정도의 그 아이가 그 특이한 행색으로 여러 눈의 관심을 피해 가출한다는 것은 사실 동작의 민첩함이란
노하우를 제외하고는 달리 마땅히 설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부지불식간에 그 아이의 가출을 당한 가족들의 놀람은 항상 컸지만, 걱정이 크지 않았음은 그 아이의 또 다른
가출의 특이함 때문이었다.
놀라 달려나간 가족들은 사방으로 난 길을 나누어 달려가며 그 아이를 찾았는데, 그 아이의 걸음이 얼마나
빨랐던지 처음의 단서를 추적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하더라도, 최초의 단서를 발견하면 그때부터 그 아이를
찾은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특이함이란 그 아이가 가출한 다음, 집과는 다른 세상의 신기함을 만날 때마다, 어떤 표식, 즉 가지고 간
물건 중에 하나씩을 떨어트려 두고 가는 방식이었는데, 그 첫 단서를 찾으면 그 길로 죽 따라가면 그 아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길 도중에 그 아이가 흘려두고 간 것들을 하나 하나 수거해야하는 부담은
있었지만 어린 그 아이가 가져나간 것이 무엇 그리 무거웠으랴. 그 아이를 찾아오면 되는 것이었으니...
그 길 끝에, 아니...그 아이가 멈춘 곳에 이르러 그 아이의 모습을 본 식구들의 후일담을 종합해보면,
그 아이 표정에 집을 잃어버렸다는 두려움은 전혀 없고, 이젠 어디로 갈까...하는 고민의 흔적만 호기심 가득한
얼굴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고 전한다.
크고 맑은 두 눈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충족되지 못한 아쉬움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고 전해지는 걸 보면...
내가 그 가족의 일원으로 태어나기 전까지 그 아이는 그렇게 여러 가족들을 놀라게 만드는 가출에 대한
집념으로 똘똘 뭉친 막내로 살았다고 한다.
댓글목록
마음자리님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로 단장된 집에 자꾸 가출에 대한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ㅎㅎ
어제 올릴 때와 오늘 올릴 때의 편집기 방식이 다르네요.
어제 편집기 기능과 HTML 기능을 같이 두면 좋을 것 같은데요.
작음꽃동네님의 댓글의 댓글
작음꽃동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에디터가 편해요 ㅎ
다른 동네에서는 다들 에디터로 글 올리니깐여
숙영님의 댓글
숙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형님 가출기?
넘 재미있어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저보다 3살 많은 작은형이 어릴 때 가출이 아주 심했다더군요. ㅎㅎ
두고두고 우리 가족들이 우려먹는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사노라면.님의 댓글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건을 챙겨들고 나가서 그 물건을 챙기면 찿아올수 있는 개구쟁이의 가출
'형제는 용감했다' 입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ㅎㅎ 가출 유전자를 타고난 형제였던지...
저별은☆님의 댓글
저별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ㅎ 형님의 가출기 인가요 ㅎ
어릴적 부터 물질적인 애착이 많으셨던가 봅니다
어른들이 가출 잘하는 아기 때문에 간이 떨어졋다 붙었다 수없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ㅎ
울 아들 겨울 발을 뗄적 장난감 말을 타고 마냥 큰길을 따라 따라 가다가 피곤하여 잠이 들어
남의집 에서 재우는 통에 얼마나 울고 불고 찾았던지요 ㅎ
그런 아들이 얼마나 멋지게 자랐는지요 ㅎ
즐거운 웃음을 머금게 하는글 늘 감사히 봅니다 건강하세요 ~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은형 가출 이야기는 가족이 모이면 자주 입에 오르는
재미있는 이야기꺼리였지요.
처음엔 많이들 놀란 모양인데, 나중엔 그저 그러려니 하며
쉽게 찾았다 합니다.
저별님 경우는 정말 많이 놀라셨겠네요.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악이 로그아웃 하고 보면 들리고 로그인 하면 안 들리고...
왜 그런지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
우리님들 올린 음악도 그렇고 물가에 올린 음악도 듣는 재미가 쏠쏠 했는데...
물가에는 중3 때 3일 가출을...
우리집 세 살던 집이 진주로 이사를 갔는데 그곳에 가서..
방학이지만 아무래도 이상했던 아짐씨 우리집에 신고를 해서 잡혀갔었지요...ㅎ
꼬맹이 둘이 우리집 살때 키우다 시피해서 보고 시퍼 갔기도 했지만
말없이 갔으니 가출이라고 하더군요...ㅋㅋ
마음자리님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춘기 소녀가 애써 보살피던 꼬맹이들이 멀리 이사를 갔으니
왜 안보고 싶었겠어요.
ㅎㅎ 눈치 채셨으면 그 마음 다 아셨을 텐데 한 일주일 머물게
했다가 신고해주시지.
산그리고江님의 댓글
산그리고江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골계 닭인가요?
어릴때 부터 당차고 여느 남자아이들 보다 씩씩하게 자란형제 같습니다
3대독자 외아들이라고 어머니 치마폭에 쌓여서...ㅎㅎ
부러운 시절입니다
건강 하십시요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3대 독자 외아들이면 어떻게 자라셨을지 상상이 갑니다. ㅎㅎ
산그리고강님도 늘 건강하세요~
사노라면.님의 댓글
사노라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시 오께요
점심 챙기느라고 댓글 인사 하다 나갔습니다
그런데 요즘 안 보이시네요?
바쁜일이 있으신가요?
이제 팬이 되어 기다린답니다
마음자리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노라면님,
주말이면 달라스 오가느라 시마을에 들어오질 못합니다.
그래서 월요일 저녁이나 화요일 아침이면 님들 작품 즐기느라
행복하게 바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