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29일 오전7시.
둘째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일어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릉, 따르릉."
그녀는 자던 아이들이 깰까봐 얼른 받았다.
'그이구나. 벌써 도착했나 보네.'
그는 추석연휴를 마치고 그날 새벽 3시에
현장으로 출발했었다. 그런데 전화기 저편에서는
시끄러운 잡음과 함께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김병선씨 댁인가요?"
"네,맞는데요?"
"김병선 씨와는 어떻게 되십니까?"
"부인인데요, 실례지만 누구시죠?"
"네, 고속도로 순찰대입니다.
부인 말고 다른 분은 안 계십니까?"
순간 등줄기를 타고 돋는 소름,
"아무도 없는데요. 아이들하고 저밖에 없어요."
"그럼, 다른 형제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십시오."
"왜 그러시죠? 제게 말씀해 주세요."
"아니오, 다른 분 전화번호를 주십시오."
"교통사고인가요?"
"네."
"많이 다쳤나요?"
"다른 분께 모두 말씀드릴 테니 전화번호를 주십시오."
"아뇨. 제게 말씀해 주세요.
다른 분 전화번호,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그녀는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말을 해야만 했다.
"아저씨, 그 사람.그 사람.죽었나요...?"
"............"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다시 물었다.
"아저씨, 그 사람......... 죽었나요?"
"네.........."
그녀는 그 순간 공중 위로 붕 뜬 느낌이었어요.
발이 땅에 닫지 않았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귀가 멍해지더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저씨, 안돼요. 아저씨, 안돼요. 난 어떡해요.난 어떡해요..."
"진정하세요. 이제 다른 분 전화번호를 주십시오.
확인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녀가 현실로 돌아왔다.
"아니에요. 아저씨, 저 진정할게요.
제가 다 할게요. 아저씨, 어디서 사고가 났나요?"
"영동고속도로 xx터널 안입니다."
"아저씨가 보시기에 그 사람 고통스럽게 간 것 같나요?"
"아뇨. 사고 후 바로 운명하신 것 같습니다."
"그 사람 상처는 많나요?"
"아뇨. 머리에 약간의 피만 났을 뿐 깨끗합니다."
"제가 가면 그 사람 보여 주나요?"
"아마..... 그럴 겁니다."
그녀는 인적 사항 등을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그렇게 그녀와 아이들을 남겨 두고 멀리 떠났다.
이별은 그 어떤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그녀는 원주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도 그저 멍할 따름이었다.
그를 떠나보내며 그녀는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녀는 다가가서 말했다.
"태진이, 여진이 걱정 마시고 편히 가세요.
나 믿죠? 내가 열심히 잘 키울게요.
내가 할 일 모두 마치고 당신한테 갈게요.
그럼 꼭 마중 나와야 해요.
수고했다고 어깨도 두드려주고.
먼저 가서 편하게 쉬고 계세요."
그들의 결혼 생활은 그렇게 5년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둘 사이가 좋아서 하늘이 시샘한 건지도 몰라."
그녀가 모든 절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친구들이 찾아와 그렇게 말했다.
정말 많이도 좋아했다.
5년을 넘게 살면서도 저녁 시간만 되면, 문 밖에
발소리만 나면 가슴이 설레었으니........
서로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화선아, 내가 그렇게도 좋니?"
"응. 너무 좋아."
끔찍하게 서로를 아꼈던 것이 죄가 된 것일지도 몰랐다.
5만 번의 환생 끝에 만나는 게 부부의 인연이라는데....
그렇게 맺어진 인연 치고는
너무도 짧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가 남겨준 선물이 있었다.
두 아이. 잠든 아이들을 눕히면서
그녀는 말했다.
"고마워요. 좋은 인연 맺어줘서."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들을
[부부로 산다는것]이라는 책으로 옮긴 것입니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달콤한 행복만을 쫓아갈 수는 없는것..
수많은 갈등과 고민,
역경을 넘어 서로 존재의
근거가 되어주는 일이라 합니다.
부부의 사이뿐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존재의 이유가 되어주는
그런 '나' 가 되어 줍시다.
-부부로 산다는것 중에서-
- html 제작 김현피터 -
♬ 일자상서 / 김부자 ♬
아버님전에 어머님전에
눈물로 일자상서 올리나이다
타향객지 직장살이 불효한 딸 자식은
주야장천 근심 걱정 떠 날날이 없으신
우리 부모 만수무강 비옵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