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자의 기도 > 함께 읽는 글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함께 읽는 글

  • HOME
  • 지혜의 향기
  • 함께 읽는 글

(운영자 : 김용호)

   ☞ 舊. 함께 읽는 글

 

★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 구절, 선인의 지혜로운 글 등을 올리는 곳입니다 
시나 영상시, 시감상문, 본인의 자작글은 다른 게시판(창작시, 영상시란, 내가읽은시 등)을 이용해주세요

☆ 저작권 위배소지가 있는 음악 및 이미지는 올릴 수 없습니다


충정로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자의 기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28회 작성일 18-11-16 08:48

본문

충정로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자의 기도 
(충정로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이 씀)


신년주일설교 (2014.1.5/주민교회/이훈삼목사)


둥지 를 잃은 집시 에게는
찾아 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 의 아름다움도
집시 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 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 으로 일에 미쳐
하루 해가 아쉬었는데

모든 것 잃어 버리고
사랑 이란 이름으로 따로 매였던

피붙이 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 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 하겠노라 이를 깨물든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굼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 할까 조바심 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 로 얼굴 숨기며

아려 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 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든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 들도

인생을 강등 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 아이만이 아니다.


50 평생의 끝 자리에서 잠자리 를 걱정 하며

석촌공원의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 앞에서 춤춘다.
뒤엉킨 실타래 처럼... 난마 의 세월들...

깡 소주 를 벗 삼아 물 마시듯 벌컥 대고
수치심 잃어 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렛줄 서너발 사서
청계산 소나무 에 걸고 비겁한 생을 마감 하자니

눈물을 찍어 내는 지어미 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돼! 아빠 "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 해야지

교만 도 없고, 자랑 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 하다고 주저 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 가야지...
걸어 가야지...

(2010년 5월 22일자 조선일보에서)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1,318건 148 페이지
함께 읽는 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968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9 0 11-05
3967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0 11-05
3966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9 0 11-06
3965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5 0 11-06
3964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0 11-06
3963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4 0 11-07
3962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0 0 11-07
3961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0 11-07
3960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3 0 11-07
3959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2 0 11-07
3958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0 09-07
3957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 0 09-07
3956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1 0 11-08
3955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7 0 11-08
3954 竹 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5 0 11-09
3953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 0 11-09
3952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3 0 11-10
3951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2 0 11-10
3950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3 0 11-10
3949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0 11-12
3948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2 0 11-12
3947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5 0 11-12
3946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 11-13
3945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 0 11-13
3944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 0 11-13
3943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0 11-14
3942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9 0 11-14
3941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8 0 11-14
3940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1 0 11-15
3939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6 0 11-15
3938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 0 11-15
3937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5 0 11-15
3936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1 0 11-16
3935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 0 11-16
열람중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9 0 11-16
3933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7 0 11-16
3932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8 0 11-17
3931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6 0 11-17
3930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2 0 11-17
3929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1 0 11-19
3928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1 0 11-19
3927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7 0 11-19
3926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5 0 11-19
3925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 0 11-20
3924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9 0 11-20
3923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3 0 11-20
3922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7 0 11-21
3921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8 0 11-21
3920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5 0 11-21
3919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7 0 11-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