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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교만과 겸손 / 소록도 강길웅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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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2회 작성일 19-06-07 07:18

본문


▲ - 소록도성당 강길웅신부님 -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교만과 겸손 / 소록도 강길웅신부


광주에서의 일입니다. 성당에 다니는 어떤 똑똑한 할머니가
계신데 말 가지고는 누구에게 져 본 적이 없는 분입니다.
이를테면 '말발'이 아주 센 분입니다. 그런데 그 집에
똑똑한 며느리가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저 며느리는 이제 죽었다. 라면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묘했습니다.
어쩐 일인지 시어머니가 조용했습니다. 그럴 분이 아닌데
이상했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들어올 때 시어머니는 벼르고 별렀습니다.


며느리를 처음에 꽉 잡아 놓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시집살이를 시킵니다. 생으로 트집을 잡습니다.
그러나 며느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며느리는
그때마다 시어머니의 발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느닷없이 "친정에서 그런 것도 안 배워 왔냐?"
하고 트집을 잡았습니다. 그때 며느리가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친정에서 배워 온다고 했어도 시집와서 어머니한테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모르는 것은 자꾸 나무라시고 가르쳐 주세요."
하고 머리를 조아립니다. 그러면 그때 시어머니가 할 말이 없습니다.

또 그랬습니다. "그런 것도 모르면서 대학 나왔다고 하느냐?"
시어머니가 공연히 며느리를 사납게 흔들어 봅니다.
그래도 며느리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요즘 대학 나왔다고 해야
옛날 초등학교 나온 것만도 못합니다. 매사에 그런 식입니다.
시어머니가 아무리 건드려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막말로 아무리 찔러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시어머니가 스스로 피곤하게 됩니다.
무슨 말대꾸라도 해야 큰소리를 치며 나무라겠는데 이건
어떻게 된 것인지 뭐라고 한마디 하면 그저 시어머니 발밑으로
기어 들어가니 불안한 것은 오히려 시어머니 쪽이었습니다.


사람이 그렇습니다. 저쪽에서 내려가면 이쪽에서 불안하게 됩니다.
안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쪽에서 내려가면 또 저쪽에서
불안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먼저 내려가는 사람이 결국은
이기게 됩니다.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먼저 올라가려고 하니까
서로 피곤하게 되는 것입니다. 좌우간 나중에 시어머니가
그랬답니다. "이젠 네가 알아서 해라."

시어머니는 권위와 힘으로 며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러나 며느리가겸손하게 내려가니까 아무리 어른이라 해도
겸손에는 이길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잡으려다가 오히려 며느리에게 잡혔습니다.


교만은 겸손을 이길 수 없습니다.

내려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죽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겸손보다 더 큰 덕은 없습니다. 내려갈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올라간 것입니다. 아니, 내려가는 것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만남의 첫째 방법은 내려가는 것입니다. 억울해도 내려가고
자존심 상해도 내려갈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합니다.
그러면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은총을 얻습니다.


만남의 둘째 방법은 자신을 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자신을 활짝 열어 주셨습니다. 하느님으로서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 주셨지만 인간으로서 인간의 모습도 그대로 보여
주셨습니다. 그분도 슬플 때는 슬프게 우셨으며 십자가의 죽음
앞에서는 두려움에 떨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성전의 장사꾼들한테는
화를 내셨고 위선자들에게는 저주에 가까운 말씀도 하셨습니다.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여신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자존심도 체면도생각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우리도
문을 열기를 원하십니다. 요한 묵시록 3장 20절에 보면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열어야 하느님도 만나고 자기 자신도 만납니다.


사람은 겉은 멀쩡하지만 속에는 누구나 지저분한 것이 들어 있기
때문에 좀처럼 열지 않습니다. 그러나 열지 않으면, 열지 않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불행합니다. 우리는 문민정부 초기에
재산 공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추고 숨기면서 살고 있는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떳떳한 재산 증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는 날 자기는 죽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을 연다는 것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의 죄가 얼마나 크고 또 얼마나 많으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끄집어 내놓으면 그 인생은 참으로
깨끗하고 심지어는 아름답게 됩니다. 아무리 더러운 인생도
그가 진심으로 참회하여 꺼낼 수만 있다면 그는 그 시간부터 더 이상
더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언젠가 안 믿는 사람이 저를 찾아와서는 자기 인생
고백을 하는데 알고 보니 그야말로 오색잡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엉엉 울면서 "이런 죄인도 하느님을 믿을 수 있나요?"
라고 했을 때, 그가 얼마나 순수하고 깨끗하게 보였는지 모릅니다.
누가 그 형제에게 침을 뱉고 돌을 던지겠습니까?
누가 그를 단죄하겠습니까? 그날 그 사람만 은혜 받는 것이
아닙니다. 사제인 저도 함께 은혜 받았습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의 모습이 참으로
형편없어 보입니다. 한마디로 베드로는 다혈질로
성질이 급하고 인내심이 부족하며 경솔하고 덤벙댑니다.
학문도 한참 모자라지만 인격도 한참 부족합니다.
예수님의 수제자가 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것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모자라는 이유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주님을 보다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완전하지 못하며 흠이 많고 죄가 많습니다.
그리고 한 번만 잘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번 성사를 보고
노력하지만 우리는 번번이 넘어지며 죄를 짓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실망해서 더 이상 성사를 보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베드로를 보면 위로가
되고 용기가 주어집니다. 그분도 우리와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개방한다는 것은 부끄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일입니다.


자신을 여는 날 그는 치유될 수 있고, 개방하는 날
그는 엄청난 은혜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섭고 두려운 일입니다.
죽는 것만큼이나 무섭습니다.


- 소록도 강길웅신부님의 은총피정 중에서 -

<html 작성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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