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멀리 떨어져 살던 아들을 보기 위해 어머니 가 상경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모자는 밤새 정다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서로가 바쁜 삶을 사는 터라 이튿날 헤어져 야 했기에 아들은 힘들게 사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월세를 내려고 찾아 둔 돈 20만원을 어머니 지갑에 몰래 넣어 드렸습니다.
어머니를 배웅하고 돌아 온 그는 지갑에서 뜻하지 않은 돈을 발견하고 놀라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해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책상에 펴놓았던 책갈피에서 20만원과 어머니의 편지를 발견했는데
"요즘 힘들지 방값 내는데 라도 보태거라"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독일 작가 케스트너의 소설에 나오 는 이야기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아들과 어머니 모두 이득도, 손해도 없는 교환을 한 셈입니다.
그러나 케스트너는 이런 경제 방정식과 다른 ‘윤리 방정식’을 보여 줍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 20만원을 썼고, 어머니가 준 20만원이 생겼으니 40만원의 이득이 있었습니다.
어머니 역시 아들을 위해 20만원을 썼고, 아들이 준 20만원이 생겼으니 40만원의 이득이 생겼습니다.
그러니 도합 80만원의 순 이득이 발생했다는 것 입니다.
이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서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할 때 경제 방정식으로 나타나지 않는 순 이득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윤리 방정식이 표시하는 숫자에다 "기쁨"이라는 막대한 "이득"을 덤으로 줍니다. 참, 아름다운 계산법입니다.
이상한 돈의 흐름
관광수입으로 살아가는 마을이 있었다. 그런데 불경기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여행객 한 사람이 와서 민박집에 방을 잡았고, 20만 원의 숙박료를 지불했다. 민박집 주인은 정육점으로 달려가서 고기값 20만 원을 갚았다. 정육점 주인은 세탁소로 달려가서 세탁 비 20만 원을 갚았다. 세탁소 주인은 맥줏집으로 달려가서 맥주 값 20만 원을 갚았다. 맥줏집 주인은 민박집으로 달려가서 숙박비 20만 원을 갚았다. 돈이 순식간에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민박집 주인에게 돌아왔다. 그런데 여행객이 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20만 원을 돌려 받아 떠나 버렸다. 돈을 번 사람도 없고, 돈을 쓴 사람도 없다. 그러나 마을에는 이제 빚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