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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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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1회 작성일 24-12-1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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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넓고 넓은 바닷가에 조개마을이 있었다.
조개마을에는 바지락과 다슬기와 고둥이 많이 살았다.
그러나 백합은 단 한집밖에 없었다.
그래서 백합은 제 몸매를 은근히 뽐내면서 지냈다.
태풍이 불어와 바다를 아주 심하게 할퀴고 간 뒤였다.
깊은 바다 산호초마을에서 진주조개가 하나 떠밀려 올라왔다.
조개들은 다투어서 구경을 갔다.
하나 진주조개는 그저 평범한 조개일 뿐이었다.
오히려 겉모양은 말한다면 백합한테 훨씬 못 미쳤다.
바지락이 말을 걸었다.
"진주 씨앗을 좀 얻을 수 있어?"
진주조개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의 진주는 씨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해야 그 값진 보석을 가질 수 있지?"
"진짜로 사랑을 하면!"
이번에는 다슬기가 나서서 진주조개한테 물었다.
"진주를 가지면 어때? 몸도 마음도 편하고 좋아?"
"아니야. 몸은 아주 아파. 견디기 어려울 만큼."
"그런데 뭐하러 가져? 그것 때문에 도리어 아파지는데."
조개들은 피씩 웃으며, 뿔뿔이 흩어졌다. 백합만이 혼자 남았다.
백합이 물었다.
"진주를 가지고 사는 것과 가지지 않고 사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그것을 말해줘."
"그것은 사는 의미에 관계된 것이야.
진주를 가지지 않으면 지금 당장은 편하지. 주어진 시간에 먹고 즐기며
살면 그만이니까."
"진주를 가졌을 때는?"
"희망을 가졌다는 뜻도 돼. 언제 어디서 죽음이 나타나더라도 두렵지 않아.
죽음이란 그저 껍질과 살이 없어지는 것일 뿐 진주란 보석은 영원히 빛나면서
살게 되는 것이거든."
그 날부터 였다.
백합한테 말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나들이하는 시간도 줄었다.
대신 해당화 그늘 밑에 앉아서 명상하는 시간이 길어져갔다.
백합은 흰 구름이 지고 피는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였다.
어느 날이었다.
백합은 바지락을 공격하는 불가사리를 보았다.
이럴 때는 자기 몸을 먼저 숨기는 것이 모든 조개들의 습관이었다.
그러나 이날의 백합은 달랐다.
뜨거움이 가슴에서 치솟자 냅다 불가사리의 머리통을 물고 늘어졌다.
한참 후에야 백합은 정신을 차렸다.
눈을 떠보니 늙은 뼈 고둥이 상처를 꿰매고 있었다.
"넌 아주 훌륭했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웠으니까.
그런데 이번 일로 모래 한 알이 네 심장 깊숙이 박혀버렸다는 걸 알아두어라."
"그럼 어떻게 되는가요?"
"십중팔구는 죽게 되지. 그러나 하늘이 도운 다면 진주가 되기도 하지."
백합은 엎드려 울면서 기도하였다.
"저는 죄 많은 조개입니다.
내 기쁨을 나누어 가질 줄 몰랐으며 남의 아픔을 덜어줄 줄 몰랐습니다.
내 안의 교만과 질투와 욕심이 악마임을 미처 알지 못하였으며 물 한 모금,
바람 한 모금의 작은 것에 감사할 줄을 몰랐습니다.
이제 저는 남은 날을 오직 참회하며 살고자 하오니
이 세상을 떠날 때 눈물 한 방울 남기는 것을 허락하소서."

출처 : 정채봉 <생각하는 동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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