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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철의 문화재 이야기(8)] 선조들이 건물을 지을 때 기준으로 삼은 좌향(坐向)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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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90회 작성일 15-11-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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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건물을 지을 때 기준으로 삼은
좌향(坐向) 개념


‘아는 만큼 보인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부족한 현시대에 이 문구는 문화재를 바르게 보는 절대 진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안다고 생각했던 사실조차도 잘못된 정보였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의 수비 포지션이 좌익수인지 우익수인지 혼동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화재 현장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오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좌우의 개념과 관련된 ‘좌향(坐向)’시각이다. 지금 당장 문화재 현장의 안내문이나 문화재 관련 책자를 살펴보라. 여러 군데서 그 오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문화재의 좌향 개념을 이해할 때 대부분 관찰자 중심의 서양시각에 의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서양시각으로 우리 문화재를 보면 위치와 명칭이 일치하지 않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국사책 속에 등장하는 지명을 우리의 눈에 익숙한 서양식 지도에서 찾아보면 그 좌우가 반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 문화의 올바른 계승은 우리 선조들의 시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면 우리는 아직 출발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 앞마당, 어도위에 서 있는 이 학생의 시각에서 좌우를 보면 관찰자 중심의 서양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조훈철

우리는 사물을 바라볼 때 좌(坐)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여기에서 좌(坐)란 내가 앉아 있는 자리이다. 즉, 내가 중심이 된다. 내가 중심이 되어 앞을 바라보는데 그 방향을 향(向)이라 부른다. 따라서 내가 앉아서 앞을 바라보는 것을 두 글자로 ‘좌향(坐向)’이라 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주인시각이 된다. 우리의 모든 건축 문화재의 배치는 주인시각을 바탕으로 조성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동양에서 도성계획을 세울 때 지켜야 할 주요 원칙 가운데 하나가 ‘좌묘우사(左廟右社)’이다. 이는 궁궐의 왼쪽에는 종묘를 짓고, 오른쪽에는 사직단을 건설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기준이 되는 궁궐이 경복궁이다. 경복궁은 조선 최초의 정궁이다. 임금은 남쪽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남향으로 건립한 것이 이 궁궐이다. 이 곳이 조선의 수도 한양도시계획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남향을 한 경복궁을 기준으로 왼쪽에 종묘를, 오른쪽에 사직단을 조성했다. 그런데 아무런 생각 없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복궁을 바라보면 경복궁 왼쪽에 사직단이 있고 오른쪽에 종묘가 있는 것 같다. 이는 우리 선조들의 생각과 정반대의 개념으로 건축물을 읽어내는 것이다.

문화재 안내서에 좌우가 뒤바뀌어 잘못 기술되는 이유

국사교과서의 지명이나 관직명에 좌수영, 우수영, 좌수사, 우수사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순신이 전라좌도수군절도사로 승진한 뒤 전라좌수영에 부임한 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 좌우를 가름하는 것은 수도 한양에 있는 정궁(正宮) 경복궁의 근정전 용상에 앉아서 남쪽을 바라보는 임금의 시각이 그 기준이 된다. 그래서 지도상 전라좌수영이 있는 도시는 해남이 아니고 여수가 되는 것이다.

사찰의 경우에도 좌우의 개념은 똑같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불교 신도들이 법당에 들어가면 부처님과 양 옆에 계시는 두 분 보살님을 친견하게 된다. 이 두 분의 보살을 협시보살이라 부르며, 부처님과 두 분의 보살을 합쳐서 삼존불이라 한다. 아래의 사진은 석가모니 부처님과 문수(文殊), 보현(普賢)보살을 모셔둔 법당이다. 이때 좌우 두 분의 보살 가운데 좌협시보살은 문수보살이다. 부처님이 좌정해 계시는 위치, 즉 주인시각으로 봤을 때 좌측에는 문수보살이 있고, 우측에는 보현보살이 있다고 한다.

서울시 관악구 소재, 관음사 대웅전 (보현보살, 석가모니부처, 문수보살). /조훈철.

경기도 고양시 서오릉에 가면 영조의 원비 정성왕후의 무덤 홍릉(弘陵)이 있다. 그 안내판을 자세히 보면, ‘우허제(右虛制)’란 용어가 눈에 띈다. ‘우허제’란 왕비가 먼저 승하(昇遐)하여 능을 조성할 경우 왕이 훗날 왕비와 함께 묻히기 위하여 능의 오른쪽을 비워 두는 것을 말한다. 이때 능의 오른쪽이란 기준이 되는 돌아가신 분의 봉분에서 정자각쪽을 바라볼 때 오른쪽이란 의미이다.

전국적으로 문화재 현장에서 간행되는 안내문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좌우 개념을 틀리게 기술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는 우리 문화재를 보는 올바른 원칙을 가르쳐 주지 않은 교육 부재에서 생긴 현상이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 문화재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우리 주변의 문화재 해설서를 한번 살펴보시길 권한다. 우리 문화재가 세계적인 문화재로 발돋움하기를 원한다면 그 문화재를 만든 우리 선조들의 시각을 이해하는 훈련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시급한 작업일 것이다.

필자 약력 - 조훈철
前 동국대학교박물관 선임연구원
경북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불교미술, 한국건축사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동국대학교 및 대학원, 중앙대학교, 용인대학교, 경주대학교에서 한국미술사, 불교미술, 한국건축사, 문화재개론 등을 강의한 바 있다.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을 목도한 후, 문화재 관련자료를 재수집하면서, 일반인을 위한 문화재공부법에 관한 책을 현장 경험을 위주로 시리즈별로 현재 집필하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재 공부법'이 있다.






출처 : 조선일보 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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