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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화재 사랑] 가까이 보면 이야기가 들린다 ‘옛 그림 속 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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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9회 작성일 16-02-14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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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보면 이야기가 들린다 ‘옛 그림 속 조연’




청홍(靑紅)을 걸친 기생, 양반과 악공이 어우러지다 <쌍검대무>
신윤복(申潤福)의 <쌍검대무(雙劍對舞)>는 널리 알려진 풍속화다. 어느 세력 있는 재상가 마당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무희가 칼춤을 추고 있다. 재상 집이라 단정하는 이유는 장침에 기대앉은 남자의 허리띠가 자주색이기 때문이다. 자주색 허리띠는 당상관급 이상만이 맬 수 있다. 그가 앉은 돗자리도 다른 사람들이 깔고 앉은 것과 격이 다르다. 파란색 테두리를 한 고급스러운 물건이다. 이렇게 높은 사람 앞에서 두 명의 무희가 칼춤을 춘다. 무희들은 트레머리 위에 전립을 쓰고 붉은색과 파란색 전복을 입었다. 곱게 단장한 모습으로 악공이 연주한 장단에 맞춰 버선발을 들고 칼춤을 춘다. 나비처럼 사뿐히 내려앉는가 싶더니 순간적으로 뛰어오르고, 멈추는가 싶더니 어느새 하늘을 가른다. 옷자락이 휘날리도록 힘차게 춤추는 무희들의 모습에 구경하는 사람들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한다. 무희의 몸짓을 출렁이게 하는 악공은 모두 6명이다. 피리 부는 사람이 둘이고 해금, 대금, 장구, 북이 각각 한 명씩이다. 3현 6각을 제대로 갖추었다. 어디 그뿐인가. 기생을 둘씩이나 불렀으니 오늘 연회가 상당한 비용이 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생 옆에 앉은 남자들도 재미있다. 손에 부채를 들고 파란색 허리띠를 한 앳된 남자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갓은 결혼한 남자만이 쓸 수 있다. 벌써 가장의 무게에 짓눌린 것일까. 잔뜩심통 난 표정이 뭔가 마뜩잖은 일이 있는 듯하다. 갓 대신 노란초립을 쓴 남자는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총각이다. 꼬마 신랑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지만 ‘싱글’의 자유스러움이 느껴진다. 악공들 옆에 앉은 차선을 든 남자는 신분이 불확실하다. 꼬마 신랑 앞에 앉은 남자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갓을 삐딱하게 쓰고 갓끈까지 풀어져 있는 모습이 술에 취한 듯하다. 맨 오른쪽에 있는아이는 잔심부름을 하는 상노(床奴)인데 손에 담뱃대를 들고 있다. 각 인물의 특성을 손에 잡힐 듯 정확하게 그려낸 <쌍검대무>는 조선 후기의 양반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확실한 시각자료다. 그런데 <쌍검대무>에서 주인공은 누구일까. 장침에 기대앉은 높은 양반일까. 아니면 칼춤을 추고 있는 무희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악공이나 기생일까.


송악산 만월대 아래 모여 잔치를 벌이다 <기로세련계도>
똑같이 연회장면을 그린 김홍도(金弘道)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신윤복이 양반과 기생 혹은 한량과 여인을 특화해서 그렸다면 김홍도는 소재에 제한이 없었다. 그는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그린 풍속화를 비롯해 산수, 인물, 도석, 화조 등 다양한 장르를 소재로 삼았다.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는 1804년 9월에 개성의 노인들이 송악산의 옛 궁궐터인 만월대에서 가진 계회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그림은 일반적인 계회도 형식을 따라 발문과 계회장면과 참석자로 구성했다. 그림 윗부분에는 홍의영(洪儀泳)이 계회를 개최하게 된 내력에 대해 적었고, 중간에는 김홍도가 계회장면을 그렸으며, 하단에는 계회에 참석한 노인 64명의 이름과 정보가 적혀 있다. 계회장면은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구름과 안개에 잠긴 송악산과 차일 아래에서 펼쳐진 연회장소다. <기로세련계도>는 김홍도 말년을 대표하는 작품답게 산수와 풍속 양면에서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 걸작이다. 그러나 계회도인만큼 송악산보다는 계회장면에 더 정성을 들였다. 조감도법으로 그린 연회장에는 큰 차일 아래 병풍을 둘렀고 64명의 노인이 각상을 받고 앉았다. 그들 뒤로는 겸인들이 서 있고 그들 앞으로는 시동들이 연신 술과 음식을 내오느라 분주하다. 잔칫날에 가무가 빠질 수 없다. 두 명의 무동이 악단의 음률에 맞춰 춤을 추며 흥을 돋운다. 신윤복과 김홍도의 작품에 나오는 무희와 무동을 비교해보면 두 사람의 뚜렷한 개성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똑같이 춤추는 사람을 그려도 신윤복은 예쁜 무희를, 김홍도는 남자 무동을 그린다.

고려 왕조의 자취를 간직한 채 풀만 무성하던 옛 왕궁터에서 오랜만에 큰 잔치가 열렸다. 그 소식은 소문을 타고 개성 시내에 쫘악 퍼졌다. 구경꾼들이 빠질 수 없다. 연회장 바깥에는 연회를 준비한 사람들과 음식을 장만한 사람들 그리고 견마꾼들로 북적거린다. 동네 사람들, 나무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볼거리가 궁금한 사람들도 전부 모였다. 잔칫집이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각설이까지 등장했다. 구경꾼들은 비록 오늘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서 잔칫상을 받을 수 없지만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즐겁다. 행사장에서 들리는 풍악 소리에 맞춰 절로 춤을 추는 사람도있다. 원님 덕에 나팔 부는 격이다. 언제 정보를 입수했는지 구경꾼들을 대상으로 술을 파는 주모도 나타났다. 행사준비 요원과 구경꾼들을 어림잡아 세어 봐도 오늘의 주인공인 64명의 노인들보다 훨씬 더 많다. 그렇다면 <기로세련계도>에서 주인공은 누구일까. 64명의 노인일까 아니면 구경꾼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각설이나 술 파는 주모일까.


명작에는 위대한 조연이 있다
<쌍검대무>에서 구경하는 양반을 지운다면 어떻게 될까. 양반 대신 무희나 악공을 지우면 또 어떻게 될까. 그림이 되지 않는다. <기로세련계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로회에 참석한 64명만 있다면 그림은 정말 밋밋했을 것이다. 배역은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조선 시대에 왕과 왕비는 어느 누구보다도 높은 지위에 있었지만 화가를 주인공으로 만든 그림이라면 이들은 조연에 불과하다. 무사를 주인공으로 만든 작품이라면 무사가 주인공이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니다. 다시 말하면 조연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주연도 되고 조연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을 보면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연까지 샅샅이 관찰하게 된다. 오히려 조연을 보는 재미가 더 크다. 좋은 작가는 이렇게 조연까지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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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 문화재 사랑(Vol 135) 2016년 02월호..........
글‧조정육(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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