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삼모, 『사하라 이야기』 중에서 (낭독 박성연) > 삶의 지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삶의 지혜

  • HOME
  • 지혜의 향기
  • 삶의 지혜

☞ 舊. 삶의 지혜

   

☆ 삶에 도움이 되는 생활상식이나 생활의 지혜 등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 저작권 위반소지가 있는 이미지나 음악은 올릴 수 없습니다


[문장] 삼모, 『사하라 이야기』 중에서 (낭독 박성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69회 작성일 16-02-20 10:08

본문





“이토록 처절하게 아름다운 구조의 끈을 본 일이 있는가”


삼모, 『사하라 이야기』 중에서
『하서, 조금만 더 버텨요! 이제 나올 수 있어요!』
하서는 두 손으로 여전히 바위를 끌어안고 머리를 팔에 힘없이 늘어뜨린 채,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뒷좌석에서 시트를 꺼내 반은 안고 반은 질질 끌다시피 하면서, 축축한 진흙이 발목에 잠기는 곳까지 와서 힘껏 던졌다. 역시 그건 가라앉지 않고 진흙 위에 떴다.
『예비 타이어!!』
난 스스로에게 고함치면서 뒤 트렁크를 열어 타이어를 끌어내었다. 다시 진흙 구덩이 쪽으로 와서 조금 전 내던진 시트를 밟고 올라가 타이어를 던지자 하서와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져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기온이 영도까지 떨어지지 않았겠지만, 몇백 개의 작고 날카로운 칼날이 몸을 찌르는 것 같은 추위에 그대로 고꾸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절대로 멈출 수가 없었다. 진흙구덩이 속에 하서를 쳐박아둔 채 차 안에 숨어 들어가 움츠리고 있을 순 없었다.
나는 자키로 차 오른쪽 부분을 들어 올려 타이어를 떼어내며 좀 더 빨리 움직이라고 스스로 재촉했다. 내 손발이 아직 움직여주고 있을 때 하서를 끌어올려야 했으니까!
앞바퀴 다음엔 뒷바퀴, 이 작업을 이렇듯 순식간에 해치워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 난 정확히 몇 분 만에 타이어 두 개를 해체해 버렸다. 하서는 뻣뻣하게 바위에 엎드려 시종 꼼짝하지 않았다. 『하서! 하서!』
손바닥만한 돌멩이를 던져, 자극을 받은 그가 깨어나길 바랬지만 이미 정신을 잃었는지 그는 반응이 없었다.
떼어낸 바퀴를 끌어안고 비탈을 내려와 예비 타이어를 차례로 밟고 지나가, 들고 있던 앞바퀴 타이어를 진흙 속에 던졌다. 이렇게 왔다갔다 한번을 더 왕복한 다음, 세 개의 타이어와 차 시트는 길게 줄을 이어 묽은 진흙 강 위에 두둥실 떠있게 되었다.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겨 마지막 타이어에 올라섰지만 하서와는 아직 약간의 거리가 더 남아 있었다.
『내 원피스! 』
내가 입고 있는 길이가 땅까지 닿는 면 원피스는 치마폭도 비교적 넓었다. 진흙에 놓은 다리를 출렁출렁 건너 차로 돌아와 원피스를 한 번에 벗어내 하서의 재크나이프로 찢어 네 조각으로 나눈 다음, 서로 단단하게 땋고 엮어, 맨 끝 부분에는 망치를 매달았다. 한 무더기의 끈을 가슴팍에 안고 다시 타이어 다리 위에 올라섰다.
『하서, 여기요! 이걸 던질 테니 잘 잡아요!!』
끈을 앞뒤로 왔다갔다 흔들다가 힘을 약간 뺀 후 그를 향해 던지자, 진흙 위에 떨어지기도 전에 하서는 그걸 잡아냈다. 그가 끈을 잡아 나와 양끝을 서로 맞잡고 있는 그림이 되자, 가슴이 푹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나는 타이어 위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 작가-삼모(三毛)-중국의 소설가. 1932년 중경 출생. 본명은 진평. 스페인 마드리드대학과 독일에서 공부, 귀국하여 대학에서 가르치던 중 약혼자의 죽음으로 대만을 떠나 스페인으로 가서 카나리아 국적의 남자를 만나 결혼. 남편이 사고로 사망한 후 대만에 거주하며 집필활동. 건강악화로 투병하던 중 자살로 생을 마감. 향년 48세.

▶ 낭독_ 박성연 – 배우. 연극 '베르나르다알바의 집', '목란언니', '아가멤논' 등에 출연.

▶ 출전-『사하라 이야기』 구순정 옮김(중명 1999년 6월)
▶ 음악_ The Film Edge /Suspense-중에서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양연식

배달하며

사막 깊은 외진 곳에서 조난을 당한 남편, 그리고 아내. 생명 이외의 것들은 모두 구조의 끈이 되기 위해 해체된다.
그들을 실어왔던 자동차 시트들, 타이어 하나 하나, 입고 있는 홑겹의 원피스까지 찢어져 끈이 되기 위해 연결되고, 그 끝에 묶인 망치는 절박한 비명이자, 애절한 기도. 꺼져가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타오르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횃불.

문학집배원 서영은







퍼온 곳 :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학나눔(문장)
맨위로!!



추천0

댓글목록

Total 698건 11 페이지
삶의 지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98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3 0 02-18
197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9 0 02-18
196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1 0 02-18
195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7 0 02-18
194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7 0 02-18
193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6 0 02-18
192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3 0 02-18
191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5 0 02-18
190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6 0 02-18
189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6 0 02-18
188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4 0 02-18
187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5 0 02-18
186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5 0 02-18
185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7 0 02-18
184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5 0 02-18
183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31 0 02-19
182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5 0 02-20
181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0 0 02-20
180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7 0 02-20
179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7 0 02-20
178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8 0 02-20
177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1 0 02-20
176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8 0 02-20
175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7 0 02-20
174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3 0 02-20
173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2 0 02-20
172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9 0 02-20
열람중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0 0 02-20
170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9 0 02-20
169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7 0 02-20
168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5 0 02-21
167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3 0 02-23
166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2 0 02-20
165 아기참새찌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2 0 03-15
164 아기참새찌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6 0 03-16
163 아기참새찌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5 0 03-16
162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8 0 03-17
161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5 0 03-17
160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3 0 03-17
159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0 0 03-17
158 아기참새찌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3 0 03-27
157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4 0 03-31
156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5 0 03-31
155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8 0 03-31
154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6 0 03-31
153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9 0 03-31
152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5 0 03-31
151 아기참새찌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1 0 03-31
150 아기참새찌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1 0 03-31
149 약초 농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 0 04-0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