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득이의 귀천 > 유머

뺑소니 차에 치여 그대로 하늘로 올라간 만득이,
저 멀리 왼편에는 '지옥'  오른편에는 '천국' 이라고 쓰인 곳을 향해 걸었다.
잔뜩 고개를 숙인 사람들이 순서대로 웬 노인 앞에서 번호표를 받더니
누구는 왼편, 누구는 오른편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빳빳이 쳐든 만득이가 수염이 허연 노인 앞에 섰다.
선 채로 노트북을 한참 두드리던 노인이 만득이를 쳐다봤다.
"에이, 데이타 베이스가 또 말썽이군. 그래 자네는 꼿꼿이 걸어오는 걸 보니
얼굴대로 착하게 살아온 모양인데 저 둘 중에서 들여다보고 맘대로 선택하게나 ! "

만득이 먼저 '지옥'을 들여다봤다.
음풍농월에 주지육림, PC방, 노래방, 선술집은 땡겼는데 도무지 뜨거운 열기로
구경조차 힘들었다.

반대편 '천국'을 들여다보았다.
사랑과 평화가 넘쳤고 시인들이 금으로 만든 벤치에서 노래를 부르고, 넘 넘 넘 좋았다.
그런데 PC방, 만화방, 맥주집이 눈 씼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만득이가 머뭇거리며 노트북으로 테트리스에 열중하는 노인을 들여다보자
노인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 그래, 결정하기 어려운 모양이군. 자네 컴터는 잘 하는가? "
" 두말하면 잔소리쥬. 동네 컴터학원 수석 졸업유. "
" 그럼 여기서 게임이나 하면서 올라오는 사람들 안내 어떤가? "
" 아이구 감사합니다유. 참말루 감사합니다유... "

노트북을 만득이에게 넘겨준 노인이 허리를 쭈욱 펴고 '천국'으로 들어가면서
주의사항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 서 있어야 해. 앉으면 노트북 아답타 짧은 전원선이 위에서 빠져서 첨부터 시작해야 돼.
뭐시라? 윈도우10 이냐구? 나 그런 거 몰러. MS-DOS 6.0 이지, 아마. 인터넷은
2400 bps 모뎀일게야. 여기서는 하이텔이나 천리안만 써. 그리고 말이지 식사는 셀프서비스고,
테트리스 1000만점을 넘어야 다음 사람한테 인계할 자격이 돼. 몇 시간 걸렸냐구?
가만, , , 헤아려보니 딱 6개월 걸렸어. 그럼 수고하게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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