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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로 떠나는 '탐매(眈梅) 기행'..문화닷컴 트레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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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찬란한빛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61회 작성일 22-03-1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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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평문씨 집성촌이자 전통마을인 대구 달성의 인흥마을 앞마당에 가득 피어난 홍매화. 폭죽 터지듯 한꺼번에 핀 매화의 분홍빛이 더없이 화사하다 숨소리 한번 크게 내지 못하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듯 위태롭게 건너온 시간이 3년. 그런데 그 보람이 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와르르 쏟아지는 코로나19 확진자 사태 속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3년째 봄을 맞는 처지라니요…. 이런 상황이니 봄이 잘 보일 리 없습니다. 봄꽃 개화소식에 두근거리지도 않고 흥이 안 났던 건 그래서 당연한 일이었나 봅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맞서 싸울 수단 하나 없이 그냥 벌판에 버려진 듯한 무력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무력감 때문에 가능해진 것도 있긴 합니다. 다름 아닌 ‘들뜨지 않고 봄꽃과 마주하기’입니다. 인적 없는 곳에서 차분하게 봄을 감상하는 일. 올해는 그게 가능합니다. 구태여 찾아낸 위안입니다. 팬데믹 와중에도 인파로 북적이는 섬진강 변 매화농원의 꽃 사태는, 그래서 올해는 건너뛰어도 좋겠습니다. 그 대신 봄의 북상 소식에 화신을 가늠해가면서 명매(名梅)를 찾는 탐매(耽梅) 기행은 어떨까요. 이름난 매화 좀 보겠다고 전국을 누비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내로라하는 귀한 명매를 한자리에서 두루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명매를 만나러 가는 뜻밖의 목적지는, 대구입니다. # 전국의 이름난 매화가 다 여기에 대구에 내로라하는 전국 명매의 후계목만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 있다. 생활 쓰레기 410만t이 쌓인 쓰레기 매립장을 친환경 생태 공간으로 바꿨다고 해서 주목받았던 도시 수목원인 대구수목원이다. 수목원에는 4년 전에 새로 카페를 만들면서 기존의 매점을 철거한 자리에 작은 매화정원을 조성했다. ‘이야기가 있는 매화원’이다. 손바닥만 한 이 작은정원에서 나라 안의 내로라하는 이름난 매화의 후계목들이 자란다. 도심의 수목원이라 관람객들로 제법 붐비는데도 매화원 주변은 적요하기 이를 데 없다. 매화가 아직 덜 피기도 했지만, 관람객들이 명성 높은 매화의 귀한 사정을 몰라봐서 그렇다. 매화원 앞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노라니 어쩐지 억울한 느낌이 들었는데, 지나가는 이들의 소매라도 붙들고 끌고 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매화정원의 나무 앞에 세워놓은 안내판을 찬찬히 읽어본다. 과연 장안에 이름났다는 매화가 모두 여기 있다. ‘ 매화 좀 보러 다녔다’면 절대로 모를 수 없는 이른바 ‘명매’들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걸 다 모아 한자리에 심었을까. 지금부터 정원의 매화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우선 경남 산청의 ‘삼매(三梅)’가 있다. 단속사 옛터에다 고려말 한학자 강회백이 심었다는 정당매와 남명 조식이 말년에 세운 산천재 앞에서 자라는 남명매, 그리고 산청 남사마을의 원정매를 합쳐 ‘산청삼매’라고 부른다. 정당매도, 남명매도, 그리고 본래 나무는 늙어서 말라 죽고 그루터기만 남은 원정매도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모두 500살에서 600살 사이의 늙은 나무들이다. 전라도의 ‘호남 오매(五梅)’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4대 매화’도 망라한다. 정원에는 꽃이 너무 붉어 검게 보인다는 구례 화엄사의 흑매도 있고, 순천 선암사의 법당 무우전을 온통 구름처럼 장식하는 선암매도 있으며, 기품 있는 꽃을 짙은 향과 함께 피워올리는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도 있다. 안동 병산서원 마당에서 마주 보고 자라는 병산 백매와 병산 홍매도 있고, 하회마을의 서애매, 도산서원의 도산매도 있다.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도 있고, 청도 운문사의 운문매도 있으며 양산 통도사의 자장매도 있다. 하나하나 세어보니 명매만 열여덟 종류다. 명매 중에 열여섯 종류는 한 그루씩 있고, 전남대 교정의 대명매와 보성의 납월설중매는 각각 두 그루씩 있으니 모두 스무 그루다. 여기다가 명매는 아니지만, 용의 형상처럼 가지를 뒤틀며 자라는 특징적인 매화나무 운용매와 붉은 꽃잎에 노란 꽃술의 흑룡금매 등 독특한 품종의 매화나무 다섯 그루를 보태면 매화정원에서 자라는 매화나무는 모두 스물다섯 그루다. ▲인흥마을 드넓은 목화밭 너머로 홍매화와 백매화가 피어난 모습. 목화밭은 인흥마을의 남평문씨가 중국에서 목화를 들여온 문익점의 후손이라는 연유로 조성한 것이다. # 명매(名梅)의 대를 잇는 나무들 대구 수목원 매화원에서 자라는 명매들은 모두 ‘후계목’들이다. 이름난 명매의 ‘대를 잇고 있는’ 나무라는 얘기다. 생명이 세대를 건너가며 자라는 건 당연한 일. 이곳의 후계목이 눈길을 끄는 건 본래 명매의 형질을 그대로 유지하며 비슷한 시기에 같은 모양과 같은 색깔, 같은 향기로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보통 매화는 세 가지 방법으로 번식한다. 씨앗으로 번식하는 경우도 있고, 접목으로, 혹은 삽목으로 번식하기도 한다. 접목이란 본바탕 나무를 키워 번식하고자 하는 나무의 가지를 접붙여 키우는 방식이고 삽목이란 나뭇가지를 끊어다가 그걸 그냥 땅에다 심어 기르는 방법이다. 매화는 씨앗으로 키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열매를 목적으로 심은 매실나무는 그렇게 기르기도 하지만, 꽃을 보기 위해 심는 매화나무는 보통 접목으로 키운다. 어미나무의 형질을 그대로 물려받기 위해서다. 당연히 질문이 있을 수 있겠다. 다른 나무 둘을 붙이는 접목보다 씨앗으로 기르는 게 더 형질을 잘 보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꽃을 보는 매화나무는 ‘좋은 매화나무’의 형질을 물려받기 위해 접목을 한다. 씨앗으로 키운 어린 매화나무의 밑동을 잘라낸 뒤 형질을 이어받고 싶은 매화나무에서 꺾은 가지를 붙이는 방식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접을 붙이면 나무는 바탕나무가 아니라 붙인 가지의 형질을 따라간다. 바탕이 무슨 나무건 매실나무를 붙이면 매화가 피고, 자두나무를 붙이면 자두 열매가 열린다. 밑동과 뿌리의 역할은 없다고 봐도 좋다. 그러니 한 나무의 가지를 꺾어다 접목을 하면 그렇게 자란 나무의 꽃은 가지를 꺾어온 원래 나무의 꽃과 형태도, 색도, 향기도 똑같다. 반면 씨앗을 심어 키운 나무는 어떤 형질을 가지게 될지 알 수 없다. 씨앗에는 그 나무와 수정한 다른 매화나무의 형질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씨앗을 채취한 원래 나무와 그 씨앗으로 키운 나무의 꽃과 열매가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쉽게 말해 접목이란 어미나무의 한쪽 팔을 떼어다가 그걸 기르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니 이른바 명매를 그 형질 그대로 보전해 똑같은 꽃을 보겠다면 씨를 받아 심는 것보다 가지를 꺾어다가 접목하는 것이 정답이란 얘기다. 씨를 심는 게 아니라 접목으로 매화를 키우는 것이 어쩐지 정통적인 방법이 아닌 듯 느껴지지만, 꽃을 보는 매화나무는 예로부터 그렇게 길러왔다. 평생 ‘꽃에 미쳐’ 살아서 ‘화광(花狂)’이라고도 불렸던 유박이 300여 년 전 지은 화훼서 ‘화암수록’에 “언제부터 매화 접붙이기를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는데, 다만 매화는 접을 붙여야만 매화”라는 구절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접목으로 나무를 키운다는 건 실은 대를 잇는다는 것보다 복제하는 일에 가까워 ‘후계’라고 하는 것도 맞지 않는 얘기지만, 그것보다 더 나은 표현이 없으니 그렇게 부를 수밖에…. ▲대구 경상감영공원에 피어난 홍매화를 살펴보고 있는 정옥임 씨. 공원의 매화나무는 모두 그가 길러낸 것들이다. # 대구의 거의 모든 매화를 길러내다 대구수목원 매화정원에서 자라는 명매의 후계목을 길러낸 주인공은 대구에서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 정옥임(70) 씨다. 수목원 매화정원의 매화나무는 모두 정 씨가 기증한 것이다. 정 씨는 동구 지묘동 변두리에서 매화농원을 운영하며 30년 넘게 접붙인 매화나무를 길러내는 일을 해왔다. 전국의 이름난 매화는 물론이고, 좋은 매화가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불원천리 찾아가 애원하다시피 해 꺾은 새순 가지를 받아다가 접을 붙여 명매의 후계목을 만들어왔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데다 그게 돈벌이도 안 되고 힘에도 부쳐 지금은 용돈 벌이라도 할 겸 보험 판매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래도 매화나무에서 아주 손을 뗀 건 아니다. 손바닥만 한 땅만 남았지만 허름한 농원에서 지금도 소일 삼아 명매를 만들고 있다. 정 씨는 대구수목원 매화정원에 가면 안쓰럽기도 하고 화도 치민다고 했다. 명매를 소홀하게 대접하는 것 같아서다. 보통 접목할 때는 두어 그루 이상을 하게 되니, 농원에는 기증한 명매를 만들면서 키운 똑같은 매화가 몇 그루 더 있다. 수목원에 넘겨줄 때는 가장 좋은 것을 골라서 보냈는데, 지금은 수목원 매화가 농원것보다 생육이 좋지 않다. ‘소홀했다기보다는 애정이 모자라 그런 것 같다’는 게 정 씨 나름의 진단이다.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돌보는 이의 마음가짐 탓이니 해결할 방도가 없다. 대구수목원뿐만 아니다. 지금 대구에서 매화를 볼 수 있는 곳의 매화나무는 정 씨가 다 대다시피 했다. 대구에서 매화마을로 가장 이름난 곳이 달성의 인흥마을. 남평문씨 집성촌인 인흥마을에는 곳곳에 매화나무가 있다. 마을 앞의 한쪽 마당에서 매화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데, 꽃이 절정인 지금 가보면 딱 좋은 곳이다. 이 마을의 매화도 모두 정 씨가 길러낸 것들이다. 이즈음 만개한 대구 도심 한복판 경상감영공원의 매화도 모두 그의 손에서 자란 것들이다. 정 씨와 인흥마을의 인연은 20년 전쯤 남평문씨 집안의 부탁으로 인흥마을을 대표하는 고택 수봉정사에 마당에서 자라던 고목 인흥매의 가지를 접붙여주면서부터다. 지금 본래 인흥매는 죽고 없지만, 수봉정사 마당에는 정 씨가 그때 접을 붙여 키워낸 인흥매 후계목이 대를 이어 자라고 있다. 정 씨가 길러서 문씨 문중에 넘겨준 인흥매 후계목은 여러 곳으로 보내졌는데, 그중 한 곳이 대구의 학당인 문우관이다. 문우관을 찾아가 보니 낮은 담장 너머 앞마당에서 인흥매가 잘 자라고 있었다. ▲정옥임 씨가 접붙여서 길러낸 내로라하는 명매 후계목의 매화. 왼쪽부터 화엄사 화엄흑매, 송광사 송광매, 산청 정당매, 백양사 고불매, 통도사 자장매, 화엄백매, 안동 도산매. 모두 정 씨가 찍은 사진이다. # 명매를 찾아다니며 보낸 세월 정 씨는 어쩌다 매화 후계목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됐을까. 그는 매화마을로 이름난 전남 광양 출신이다. 매화 접붙이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나이 사십이 넘은 1993년 무렵부터지만, 어린 시절부터 광양에서 동네 어른들이 접을 붙여 나무를 길러내는 걸 보고 자랐다. 여중생 시절에는 농고에 다니던 작은 오빠를 도와 접붙이기를 했다. 접붙이는 일은 그저 ‘거기 살다 보니 몸에 익은 일’이었다. 강변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이 수영에 익숙하고, 농촌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낫을 쥐여 주면 벼 베는 일쯤은 해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농원을 열게 된 건 경남 마산에서 분재원을 하는 초등학교 동창에게 ‘일을 거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마산에 내려간 그는 3년 동안 식물 공부를 하면서 분재로 키운 식물을 수석에 붙이는 석부작 일을 배웠다. 그런데 그는 분재 대신 매화 접붙이는 일을 택했다. “미적 감각이 모자랐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근사한 분재를 만들지 못했어요. 솜씨가 없었던 거지요. 그래서 택한 것이 매화 접붙이기였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매화를 좋아했거든요.” 농원을 열고 매화 접붙이기에 나선 그는 좋은 매화나무를 만들기 위해 명매를 찾아 전국 곳곳을 다녔다. 차가 없으니 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이름난 매화는 오래된 절집이나 고택에 있는데,산중이나 외딴곳에 있어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접목에 쓰는 매화 가지를 꺾는 시기를 딱 맞춰야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꽃이 피기 직전에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새 가지를 꺾어야 하니, 조금이라도 늦거나 이르면 안 된다. 어찌어찌 시간에 딱 맞춰 그곳까지 간다고 해도, 선뜻 가지를 꺾어주는 곳은 드물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늙은 나무의 후계목을 키워내야 한다’는 취지를 설명해도 가지를 얻기는커녕 빈손으로 내쫓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허락을 다 받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나무 가지를 꺾다가 사정을 모르는 이들로부터 문화재훼손 신고를 당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고마웠던 곳은 화엄사다. 화엄사의 흑매는 해마다 봄이면 그걸 보러오는 행락객들이 절집 마당을 꽉 채울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워낙 이름난 매화라 스님을 찾아가 조심스럽게 ‘ 매화 한 가지만 꺾어달라’고 부탁했는데, 뜻밖에 ‘좋은 일을 하신다’는 말과 함께 흔쾌히 가지를 꺾어줬다. 접을 붙여서 후계목을 길러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년. 후계목을 완성하자마자 가장 먼저 화엄사에 보냈던 건 물론이다. ▲인흥마을의 고택 담장을 끼고 이어지는 골목길. # 10년째 기르는 매화…눌인매화숲 대구에서 매화에 얽힌 인연을 찾자면 양도영 한라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고고학을 전공하고 영남대 박물관에서만 25년을 재직하다 2005년 퇴직한 그는 10년째 경북 청송에서 매화숲을 가꾸고 있다. 부산 출신인 그가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한 대구가 아니라 청송에 매화숲을 두고 있는 건 ‘순전히 동네 이름 때문’이라고 했다. “‘눌인(訥仁)’이란 ‘어눌하지만 어진’이란 뜻입니다. ‘눌재(訥齋)’를 호로 쓰신 문중의 훌륭한 선대 어르신이 계세요. 그걸 보고 스스로 ‘눌인’이라고 호를 붙였더니 주변에서 다들 한마디씩 하더군요. 뛰어난 인물이라야 스스로를 ‘어눌하다’며 낮추는 법인데, 그렇지도 못하면서 감히 그런 호를 쓴다고요. 그래서 눌인이란 호를 슬그머니 지워버렸지요.” 그러다가 청송에서 안동권씨 급사중공파 후손의 무덤 발굴작업을 했는데, 거기 지명이 놀랍게도 ‘눌인리’ 였단다. 그는 처음엔 여기다가 땅을 사서 눌인이란 이름을 호가 아니라 지명으로 이름 옆에다 쓰면 되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 무렵 그는 민속학을 연구하러 중국을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중국 곳곳에 있는 매화원의 매력에 반했을 때였다. 눌인리에서 땅을 물색하던 그는 여기다가 매화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가 청송 현동면 눌인리의 임야 7만여 평을 사서 10년째 매화 숲을 꾸미게 된 사연이다. 매화원에다 걸어놓은 이름이 ‘눌인매화숲’이다. 매화숲을 다 조성하기도 전에 ‘눌인’이란 이름을 얻었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땅을 구입하고 처음에는 10년생, 20년생 매화나무를 트럭으로 실어다가 마구 심었다. 숲이 어느 정도 매화나무로 들어찬 뒤부터는 전국에서 명매의 후계목을 구해다가 심었다. 국내의 이름난 명매의 후계목은 거의 빠지지 않고 매화숲에 심었다. 민속학 연구를 위해 해외를 다니면서도 이름난 매화가 있다면 찾아가서 가지를 구해 매화숲에다 접목으로 길러냈다. 매화숲에는 안동의 도산서원에 있다가 임진왜란 와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셋째아들이 일본으로 가져가 지바(千葉)현 매화공원에서 자라고 있는 도산매의 가지로 접목해 키운 후계목도 있다. 중국·일본뿐만 아니라 베트남이나 대만에서 수집한 매화도 적잖다. 눌인매화숲은 미완성이다. 숲에는 줄잡아 10만 그루가 넘는 매화나무가 있다지만, 공간이 잘 정리되지 않아 그만한 규모감을 느낄 수 없다. 숲 안에는 아직 몇 개의 허름한 정자와 석조물 몇 개뿐, 변변한 시설도 없다. 가족단위로 나들이 삼아 꽃놀이를 다녀오기에 적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요한 산중에서 뒷짐 지고 느긋하게 매화를 감상하고 싶다면 찾아가도 좋다. 다만 산중이라 매화 개화가 늦어 적어도 열흘쯤 더 지나야 꽃이 피기 시작한다. 평소 숲은 자물쇠로 잠가놓지만, 매화가 피기 시작하면 양 이사장은 그곳으로 거처를 옮겨 문을 활짝 열어두고 방문객들을 맞는다. 입장료는 물론 없다. 눌인매화숲은 청송군 현동면 눌인 2리에 있다. 차량 내비게이터나 포털사이트 지도 주소창에 ‘눌인리 산99번지’를 찍고 가면 된다. ■ 매화를 감상하는 네 가지 기준 청나라 사람 궁몽인(宮夢仁)은 ‘독서기수략(讀書紀數略)’에서 ‘매유사귀(梅有四貴·매화를 감상하는 네 가지 기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 번째 ‘가지가 드문 것이 귀하고, 번잡한 것은 귀하지 않다’. 두 번째 ‘늙은 것이 귀하고, 젊은 것은 귀하지 않다’. 세 번째 ‘수척한 것이 귀하고, 비대한 것은 귀하지 않다’. 네 번째 ‘다소곳이 오므린 것이 귀하고 활짝 핀 것은 귀하지 않다’. 대구·청송=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게재 일자 : 2022년 3월 17일 목요일 ★문화닷컴 트래블에서 옮김: 찬란한 빛/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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