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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의 여유, 기항의 설렘 3400명 ‘한 배’를 타다..속초서 떠나는 ‘일본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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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찬란한빛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0회 작성일 23-07-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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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의 여유, 기항의 설렘 3400명 ‘한 배’를 타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문화일보 입력 2023-07-06 10:06 박경일 기자 하코다테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야경. 하코다테는 ‘일본 3대 야경 명소’로 꼽히는데, 잘록한 지형에 들어선 도시의 화려한 불빛과 양쪽 만(灣)의 바다가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망대 언덕 위에 서면 저 아래 길 끝의 항구에 불은 환하게 밝히고 정박 중인 코스타세레나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속초서 떠나는 ‘일본 크루즈’ 갑판서 보는 일출·일몰 장관 카지노·파티… 지루할 틈 없어 모르는 이들과 자연스레 친분 시간과 여유가 주는 이색 경험 속초 출항해 日 3개 도시 기항 오타루 청의 호수 비현실 색채 하코다테 ‘日 3대야경’ 눈호강 아오모리 현립미술관도 가볼만 한국을 모항으로 하는 전세선 롯데관광, 2010년 관광상품화 코로나 후 3년 만에 운항 재개 11만t급… 63빌딩보다 더 길어 오타루·하코다테·아오모리(일본)=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크루즈 여행이 돌아왔습니다. 지난달 대형 크루즈 전세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강원 속초에서 출항해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오타루(小樽)와 하코다테(函館), 혼슈(本州) 최북단 도시 아오모리(靑森) 등의 기항지를 들르고 돌아오는 두 번의 일주일 항해를 마쳤습니다. 코로나19로 크루즈 전세선 운항이 중단된 지 3년 8개월여 만의 일입니다. 크루즈 여행이 돌아왔습니다. 지난달 대형 크루즈 전세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강원 속초에서 출항해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오타루(小樽)와 하코다테(函館), 혼슈(本州) 최북단 도시 아오모리(靑森) 등의 기항지를 들르고 돌아오는 두 번의 일주일 항해를 마쳤습니다. 코로나19로 크루즈 전세선 운항이 중단된 지 3년 8개월여 만의 일입니다.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로 향하는 코스타 세레나호의 갑판 위에서 수평선 위로 뜨는 일출을 감상하는 여행자 부부. 이들은 남편의 환갑을 기념해 크루즈 여행을 선택했다. # 벼르고 별러서 떠나온 여행은 즐겁다 크루즈 여행이 ‘악몽’이던 적이 있었다. 승객과 승무원 수천 명을 태운 채 항해 중인 크루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했을 때다. 공포에 질린 각국 정부는 승객의 하선은 물론이고, 크루즈가 항구로 들어오는 것까지 막았다. 정박할 수도, 내릴 수도 없어 목적지 없이 바다에 떠 있어야만 했던 그때, 크루즈는 ‘떠다니는 세균 배양접시’로 불렸다. 역사상 크루즈를 부르는 가장 모욕적인 이름이었다. 그때만 해도 크루즈가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게 기우였다는 것을 지난 6월 17일 2300여 명의 들뜬 승객을 태운 채 긴 뱃고동 소리를 인사처럼 남기고 속초항을 출항하는 코스타 세레나호의 갑판 위에서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시작된 크루즈 여행에서 새삼 깨닫게 된 건 ‘함께하는 여행’이 이토록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터널이 길고 어둡지 않았더라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고마움이었다. 다시 시작된 크루즈 여행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받는 듯한 여행이었다. 크루즈 승객들은 대부분 벼르고 별러서 온 이들이었다. 금혼식이나 은혼식에 맞춰 온 노부부도 있고, 은퇴나 환갑, 혹은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러 온 가족도 적지 않았다. 크루즈는 여전히 소중한 이들의 시간을 기념하는 가장 훌륭한 여행 방식이었다. 크루즈 여행이 이전보다 더 즐겁고 낭만적이라 느꼈던 이유는, 사랑하는 이들과의 여행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알게 된 이들이 타고 있어서였으리라. 승객들은 다시 시작한 크루즈 여행에서 작정하고 크루즈를 마음껏 즐겼다. 다음은 일주일의 항해 기간 중 그 모습을 지켜본 이야기다. 크루즈의 선내 정찬 식당에서 식사 도중 종업원들이 춤과 노래로 승객들의 흥을 돋우는 모습. # 크루즈 여행이 지루하다고? 크루즈 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크루즈 여행의 단점’을 묻는다면 십중팔구 ‘지루하다’는 답이 나온다. 해외에서 이름난 크루즈 여행을 해봤다는 이들의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다. 크루즈 여행은 지루하지 않다. 아니, 지루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답이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유의 대부분은 ‘소통의 어려움’ 때문이다. 크루즈 여행 최고의 즐거움은 다양한 선상 프로그램 참여와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승객들과의 교유에 있다. 선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벤트와 공연의 재미도 재미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승객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교유하는 즐거움이 크다. 수천 명을 수용하는 유람선은 하나의 마을이나 다름없다. 일상 공간의 마을에서 이웃은 단절돼 있지만, 평등한 조건 속에서 같은 동선으로 움직이는 크루즈에서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같이 밥을 먹고, 공연을 보고, 게임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맺는 관계는 매사 이해득실을 따지는 일상 공간에서의 관계와는 다르다. 크루즈 여행이 아니라면 해볼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이다. 그런데도 한국인에게 크루즈 여행이 지루했던 건 한국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가 없어 비행기를 타고 나가 외국 선사의 유람선을 탔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크루즈에 탑승하는 건 번거로움 이상의 불편이 있다. 다름 아닌 언어 소통의 불편이다. 소통이 불편하니 크루즈의 다양한 선상 프로그램 참여도, 함께 여행하는 이들과의 교유도 쉽지 않다. 주눅이 들어 내내 객실에만 있다가 돌아온 여행자에게 크루즈는 ‘재미없고 지루한 여행’일 따름이다. # 전세선, 크루즈의 즐거움을 찾아주다 한국인에게 크루즈 여행의 즐거움을 찾아준 건 한국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 전세선(船)’ 운항이다. 롯데관광개발은 2010년 이탈리아 크루즈 회사인 코스타 사로부터 5만t급의 유람선을 빌려 부산을 모항으로 일본을 운항하는 크루즈 여행 상품을 만들었다. 이게 세계 최초의 ‘크루즈 전세선’ 운항이었다. 크루즈 여행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모자랐던 당시 한 번 운항하는 데 200석 규모의 전세기 10여 대에 맞먹는 승객을 확보해야 하는 전세선 운항이란 모험이었다. 한국을 모항으로 하는 ‘한국인을 위한 크루즈 여행’의 매력은 상상 이상이다. 다채로운 선상 프로그램마다 참가자들이 넘쳐난다. 공연의 객석은 만석이고, 건강 강연에도 참가자들이 넘친다. 아침의 요가 클래스도, 바의 댄스 플로어도 꽉꽉 들어찬다. 노래자랑에는 참가자들이 줄을 선다. 모두 그렇게 유쾌하게 잘 놀 수 없다. 크루즈에서 즐기기 위해 댄스복을 맞춰 입고 온 이들도 있고, 갈라 디너의 드레스 코드에 맞춰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이들도 있다. 비로소 ‘크루즈의 진짜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세계 최초의 크루즈 전세선 운항은 성공적이었고, 그 뒤로 해마다 한국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 전세선이 떴다. 2010년 2138명이었던 탑승객이 2019년에는 1만2147명까지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도 커졌다. 전세선 운항으로 크루즈 정박시설이 정비돼 덩달아 해외 크루즈의 기항도 잦아졌던 것. 2009년에는 내한 관광객 중에서 크루즈 편으로 입국한 관광객 비율이 불과 1% 남짓이었는데, 2016년에는 이 비율이 11.3%까지 높아졌다.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1명 이상이 크루즈를 타고 한국을 찾게 된 것이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전 세계의 크루즈 산업은 그야말로 괴멸적 타격을 입었다. ‘떠다니는 세균 배양접시’의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전 세계 크루즈 선박이 일제히 멈춰 섰다. 그렇게 3년 8개월이 흘렀고, 이제 다시 한국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 여행이 시작됐다. 홋카이도의 소도시 비에이의 ‘청의 호수’. # 더 다채로워진 크루즈 여행 팬데믹 이후 새로 시작된 한국을 모항으로 하는 크루즈 운항에 투입된 전세선은 캐주얼급 대형 유람선인 ‘코스타 세레나호’다. 크루즈 선박을 보유한 코스타는 세계 최대 크루즈 선사인 미국 카니발의 자회사로 10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타 세레나호는 11만4500t급. 선박의 크기로 줄을 세우면 코스타가 보유한 10척의 크루즈 선박 중 5번째이다. ‘중간 크기’라고 하지만 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거대하다. 배의 전장이 289.6m에 달한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으니 이렇게 비유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높이보다 40m가 더 길다’. 수용인원도 엄청나다. 3617명의 승객에다 1000여 명의 스태프를 포함해 최대 4800명까지 태울 수 있다. 배 안에는 대극장과 카지노, 면세점, 마사지숍, 8개의 수영장과 자쿠지, 8개의 레스토랑과 스낵바, 10개의 바와 라운지가 있다. 롯데관광개발이 운항한 코스타 세레나호는 강원 속초항을 모항으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오타루(小樽)와 하코다테(函館), 그리고 혼슈(本州) 최북단 도시 아오모리(靑森)에 들렀다가 다시 속초항으로 돌아왔다. 배는 똑같은 구간을 두 번에 걸쳐 운항했는데, 탑승한 배는 두 번째 운항편, 그러니까 ‘2항차’ 운항편이었다. 크루즈의 승선은 보통 일이 아니다. 승객 수천 명의 여권과 일본 입국 서류 확인, 짐 검색과 운반, 객실 배정, 선내 지불 신용카드 등록 등을 일일이 하고 선상 생활 안내와 비상시 대비 훈련까지 해야 한다. 승객 분산이 이뤄지지 않거나 한 단계라도 차질을 빚으면 승하선 시간이 몇 배나 더 걸린다. 크루즈 선사와 여행사의 경험과 실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3년 8개월 만에 다시 운항하는 크루즈의 승하선 절차는 놀라울 만큼 매끄러웠다. 대기 시간 없이 자연스럽게 배에 오를 수 있었다. 정찬 레스토랑의 식사 시간을 승객이 선택할 수 없다든지,세심한 주문 응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든지 하는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기항지에서의 승하선과 선내 불편에 대한 여행사의 응대 등은 팬데믹 이전보다 더 다듬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선내 공연이나 참여 프로그램 등은 팬데믹 이전보다 오히려 더 다채로워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코로나 이전보다 더 능동적으로 즐기는 승객들이었다. 하코다테의 하치만자카 아래 항구에 정박한 코스타 세레나호가 보인다. # 시간과 여유…크루즈 여행의 선물 모항 출항 이틀째 되는 날 오후, 부산에서 왔다는 두 명의 70대 남성 승객이 선미 쪽 후미진 야외 공간에서 색소폰과 마이크를 들고나와 자기들만의 공연을 했다. 누가 출연료를 주는 게 아닌데도 정찬 식사도 마다한 채, 음식을 식판에 담아와 허겁지겁 먹고는 조용조용 색소폰을 불고 속삭이듯 노래를 불렀다. ‘유람선에서의 공연’이 버킷리스트의 하나였다고 했다. 남들 앞에 서기엔 솜씨가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지켜보던 승객 사이에서 후한 박수가 쏟아졌다. 승객의 선내 공연은 선사가 엄격하게 통제하는 금기. 이날 작은 공연은 승객의 버킷리스트임을 알게 된 여행사 직원이 슬쩍 눈감아줘서 가능했다. 남편의 환갑을 기념해 함께 크루즈 여행을 왔다는 부부는 매일 이른 새벽 갑판에 나와 선상 일출을 감상했다. 부부의 크루즈 여행의 감상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승객들은 크루즈 여행이 지루한 공항 대기나 까다로운 출입국 절차가 없고, 이동 수단이나 숙소를 고민할 일도 없으며, 짐을 싸서 이동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것보다 더 큰 크루즈 여행의 장점은 ‘여유 있는 시간’이었다. 동창이나 이웃끼리 여행 온 승객들이 적잖았는데, 이들이 가장 만족스러워했던 건 ‘일행과 차분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것’이었다. 6박 7일 일정 중 기항지 관광 없이 전일 항해를 한 이틀이 주는 여유는 특별했다. 고교 동창과 함께 부부동반 여행을 왔다는 장오득(69) 씨는 “크루즈 여행이 아니라 비행기로 가는 해외 여행이었다면 바쁜 이동과 빡빡한 관광 일정 탓에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었을 텐데, 이렇게 차분하게 휴식하면서 추억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눌 시간이 주어지니 정말 좋다”고 했다. # 비현실적인 푸른 물빛을 만나다 지금부터는 크루즈에서 내려 들렀던 기항지 세 곳의 매력에 관한 이야기. 크루즈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기항지에서 즐기는 여행이다. 크루즈 여행을 하면 기항지에서 내려 대표적인 관광지를 둘러보는 몇 개의 관광 프로그램을 비용을 내고 선택할 수 있다. 이번 항해에서 코스타 세레나호가 기항한 오타루와 하코다테, 아오모리는 그리 크지 않은 중소 도시다. 도시 규모가 작고 크루즈항과 시내가 그리 멀지 않아 굳이 별도 비용을 내고 선택 관광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자유롭게 여행하기 좋은 곳들이다. 좀 무리가 따르긴 하지만, 렌터카를 빌려서 더 먼 곳으로 여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항지 관광은 어디까지 가볼 수 있을까. 이번 취재에서는 기항지마다 체류시간이 허용하는 가장 먼 곳까지 가봤다. 오타루에서는 배에서 내려 곧바로 렌터카를 타고 목가적인 전원 풍경 속을 달려 도카치다케(十勝岳) 아래 작은 마을 비에이(美瑛)의 ‘청의 호수’까지 갔다. 청의 호수는 비현실적인 푸른 물색으로 이름난 곳인데, 2013년 호수를 찍은 사진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운영체제 배경화면으로 쓰이면서 유명해졌다. 청의 호수는 본래 있었던 게 아니다. 1988년 도카치다케 화산 분출에 따른 토석류 유입을 막기 위해 인근의 비에이 천에 보(洑)를 설치했는데, 보 뒤로 물이 흘러들면서 만들어진 게 청의 호수다. 물색이 파랗게 보이는 건 알루미늄을 함유한 시로가네(白金) 온천의 물이 비에이의 하천수와 섞이며 형성된 콜로이드 때문이다. 젤라틴과 비슷한 콜로이드가 태양광 입자와 충돌하면 파장이 짧은 푸른빛이 산란하는데, 그게 물색이 푸르게 보이는 이유다. 청의 호수에서 비에이의 또 다른 명소 흰수염폭포까지는 차로 5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다. 청의 호수에서 흰수염폭포로 이어지는 길은 ‘홋카이도 자연 100선(選)’ 중의 하나인 ‘시라카바(白樺) 가도’다. 이름처럼 수령 100년에 육박하는 흰 자작나무가 늘어서 있다. 흰수염폭포는 지하에 스며든 눈이 녹은 물과 빗물이 지층 틈으로 흘러나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린다. 흰 물줄기가 갈래갈래 펼쳐지는 모습이 수염처럼 보인다 해서 ‘흰수염’이란 이름이 붙었다. 흰수염폭포 아래 물색도 푸른빛을 띤다. 항해를 마치고 모항인 속초로 입항하는 코스타 세레나호에서 바라본 설악산 울산바위. # 일본 최고의 야경 앞에 서다. 코스타 세레나호가 두 번째로 기항하는 하코다테는 기항지 관광에 딱 맞는 규모와 조건의 도시다. 하코다테에서는 걷거나 짧은 거리의 대중교통 이동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다. 하코다테의 명소는 하코다테산 전망대다. 전망대에서 봐야 하는 건 야경(夜景). 코스타 세레나호도 그걸 알아서 하코다테 기항지 관광 승객의 선박 귀환 시간을 오후 11시까지 늦췄다. 일본에는 ‘3대 야경’이 있다. 3대 야경이란 야경을 관람하는 조망 지점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누가 언제 정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일본 3대 야경으로 꼽히는 곳은 홋카이도의 하코다테와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 나가사키(長崎)현 나가사키시다. 이들 세 도시는 모두 1859년 미·일 화친조약으로 개항한 항구라는 공통점이 있다. 빠른 서구 문화의 유입으로 일찌감치 화려한 야경을 갖게 된 게 지금껏 야경 명소로 꼽히는 이유가 된 듯하다. 하코다테 야경은 독특하다. 야경을 보는 하코다테산 전망대는 반도 형태 지형 끝부분의 산정에 있다. 바다 끝에 솟은 산정에서 뒤돌아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잘록한 도시 양쪽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도시의 불빛이 바다 위에다 두루마리를 펼쳐 놓은 듯하다. 도심의 불빛을 더 화려하게 해주는 건 먹물을 뿌린 듯한 밤바다다. 전망대에 오르니 불을 환하게 켜고 정박 중인 거대한 크루즈가 내려다보였다. 개항도시로 근대 서구 문물의 관문이었던 하코다테에는 그 시절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특히 항구 남쪽에 개항과 함께 조성된 동네인 모토마치(元町)에는 개항 무렵의 유럽식 건축물들이 모여 있다. 옛 하코다테 공회당과 옛 영국 영사관, 러시아 정교회 소속인 하리스토스 정교회, 프랑스 가톨릭 성당인 모토마치 성당,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 등이 골목마다 빼곡하다. 하코다테 항이 내려다보이는 긴 언덕인 하치만자카(八幡坂)는 영화와 드라마의 인기촬영지다. # 땅끝의 반도에서 지옥을 보다 마지막 기항지 아오모리에서는 관광 시간에 맞춰 다녀올 수 있는 가장 먼 곳으로 혼슈 최북단 시모키타(下北) 반도의 중심에 있는 ‘오소레잔(恐山)’을 골랐다. 오소레잔은 교토(京都)의 히에이(比叡)산과 와카야마(和歌山)의 고야(高野)산과 함께 일본의 ‘3대 영지(靈地·영험이 있는 땅)’로 꼽히는 곳이다. 오소레잔은 비장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살아 있는 화산이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는 칼데라호가 있고, 능선 한쪽에 유황 성분과 지열로 풀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 황무지가 펼쳐져 있다. 돌무더기 주변 곳곳에 유황 연기가 피어오르고, 진흙이 지열로 부글부글 끓는다. 붉은색 연못은 ‘피의 연못 지옥’이라 부르고, 유황 연기가 피어나는 일그러진 바위 지형에는 ‘무간(無間)지옥’이라는 이름을 붙여졌다. 산 이름이 한자로 ‘두려울 공(恐)’ 자를 쓰는 이유가 짐작되고도 남는다. 오소레잔에는 절 ‘보다이지(菩提寺)’가 있다. 1200년 전에 창건한 제법 큰 사찰로 지장보살을 모신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보살. 지옥으로 몸소 들어가서 여섯 가지 세상(六道·천상·인간·아수라·아귀·축생·지옥)의 중생을 교화하고 구제한다. 오소레잔이 지옥의 형상이니, 절집에서 지장보살을 모시는 건 당연한 일. 거칠고 황량한 자연과 그 안에서 오랜 시간을 건너온 늙은 절, 그리고 죽은 자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가 겹치는 공간에서는 섬뜩하고도 낯선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 타이베이·오키나와도 간다 롯데관광개발은 해마다 봄·가을 두 차례에 걸쳐 크루즈 여행 상품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한국을 모항으로 한 크루즈 여행 상품을 봄 시즌만 운항했다. 사실 봄 시즌 운항도 신규 계약을 통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었던 2020년 5월 크루즈 선사 코스타와 맺었던 계약을 뒤늦게 이행하는 과정에서 진행하게 된 것이다. 롯데관광개발은 내년 봄과 가을에 각각 서산 대산항을 모항으로 대만 타이베이와 일본 오키나와를 들르는 크루즈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박경일 기자 문화일보 문화부 / 전임기자 글 사진: 문화일보 트래블에서 옮김 찬란한 빛/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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