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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히로시마… 日 특별명승 ‘산단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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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찬란한빛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8회 작성일 23-10-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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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그림자 뒤에 ‘숨겨진 협곡’… 기암·폭포·소 지나 仙境 속으로 [박경일기자의 여행] 문화일보 입력 2023-10-05 09:05 박경일 기자 일본 히로시마현 서북쪽의 산단쿄(三段峽)는 깊고 좁은 협곡을 따라 기기묘묘한 경관이 이어지는 자연 명소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특별명승 36곳 중 하나다. 협곡 중간쯤에는 수심이 깊어 진초록의 물빛이 검게 보이는, ‘구로부치(黑淵)’라 불리는 소(沼)가 있는데, 그 소에 배를 띄워 정취를 즐긴다. 협곡의 수직 직벽 아래 들어선 건물은 식사와 차를 파는 산장 ‘구로부치소(黑淵莊)’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우리가 몰랐던 히로시마… 日 특별명승 ‘산단쿄’ 가이드북에도 안나온 ‘산단쿄’ 일본의 100경·산림욕 100선 단풍명소 100선 등에도 꼽혀 시바키강이 빚어낸 협곡 사이 내·외설악 합쳐놓은 듯한 비경 출입구서 구로부치 트레킹 뒤 배로 찻집까지 왕복코스 추천 일본 3경 중 인문경관 미야지마 바다 위의 붉은문 ‘도리이’ 강렬 일본인이 더 많이 찾는 ‘원폭돔’ 반성은 없이 평화만 강조 ‘모순’ 히로시마(일본)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 과소평가된 명승, 산단쿄(三段峽) 인천에서 출발한 일본 히로시마(廣島)행 제주항공편에는 한국인과 일본인 승객이 고루 탔다. 일본여행에 대한 기대에 들뜬 한국인과 만족스러운 한국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일본인이 한 비행기에 탔다. 여행을 앞둔 기대와 여행을 끝낸 아쉬움이 교차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국민이 여행으로 서로 교유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됐다. 제주항공은 인천~히로시마를 연결하는 유일한 직항 국제항공 노선을 운항한다. 히로시마공항 입국심사대에는 ‘내국인’, 그러니까 일본인 입국자 줄이 좀 더 긴 듯했다. 입국심사대 앞에 TV 모니터가 있었다. 모니터에는 히로시마현의 관광명소를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그런데 눈길을 확 붙잡는 영상이 있었다. 청량한 숲과 수많은 폭포, 기이한 협곡이 펼쳐지는 장면이었다. 수묵으로 그려낸 산수화 같은 풍경. ‘산단쿄(三段狹·삼단협)’라고 했다. 히로시마공항진흥협회가 추천해준 여행지 목록에도, 시내 서점에서 산 일본 여행 가이드북에도 산단쿄는 없었다. 왜 그랬을까. 다녀오기 전에도, 다녀와서도 지금껏 남아 있는 의문이다. 산단쿄는 일본의 특별명승이다. ‘특별명승’이란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지정하는 명소로, 우리의 명승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130곳이나 되는 명승이 있는 우리와 달리, 일본의 특별명승은 다 합쳐도 36곳에 불과하다. ‘명승’이란 타이틀을 우리만큼 쉽게 달아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산단쿄가 가진 타이틀은 더 있다. ‘일본 100경’에 속하고, ‘삼림욕의 숲 100선’ 중의 하나이며, ‘일본 단풍명소 100선’이기도 하다. 프랑스어 여행가이드 ‘가이드 블루’의 히로시마편에서도 최고점인 별점 3개를 받기도 했다. 이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산단쿄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영문 관광안내 브로슈어에도 산단쿄를 ‘숨겨진 협곡(Hidden Gorge)’이라고 표현했다. 산단쿄에 가보면 풀리는 의문이 있고, 되레 갖게 되는 의문도 있다. 풀리는 의문은 ‘산단쿄는 왜 이렇게 수많은 타이틀을 땄을까’이다.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다. 가보면 답을 그냥 알 수 있다. 가서 품게 되는 의문은 ‘이런 명소가 왜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찾기 쉽지 않다. # 협곡으로 둘러친 옥빛 소(沼)의 정취 산단쿄는 해발 1200m를 오르내리는 첩첩한 산군(山群) 사이로 흐르는 ‘시바키강(柴木川)’이 빚어낸 협곡이다. 소수력발전을 위해 고산지대에 만든 인공호수인 히지리호수(聖湖)에 담겼던 물이 짙은 숲의 협곡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곳곳에 기암괴석, 깊은 소(沼), 폭포 등을 빚어놓았다. 비유하자면 내설악과 외설악의 절경을 합쳐놓은 듯하다. 돋보이는 건 은밀한 느낌과 웅장한 규모, 그리고 풍부한 수량이다. 협곡의 길이는 장장 16㎞에 달한다. 산단쿄에는 ‘5대 경관’이 있다. 5대 경관 가운데 구로부치(黑淵)와 사루토비(猿飛) 등 두 곳은 거울 같은 협곡의 소이고, 나머지 세 곳은 모두 폭포다. 2단(二段)폭포, 3단(三段)폭포, 미쯔 폭포. 산단쿄 대표 명소로 꼽히는 건 협곡에 붙여진 ‘산단(三段·삼단)’이란 지명에서 짐작하듯 삼단폭포다. 특히 단풍 절정 무렵의 삼단폭포가 최고라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가볼 수 없다. 2년 전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출입통제 중이어서다. 이단 폭포도 그때 허물어져서 단(段)이 사라지고 말았단다. 일본인들은 폭포를 더 높이 치는 듯하지만, 산단쿄 경관의 정점은 ‘폭포’보다 ‘소’라는 데 한 표를 던진다. 길 이 막혀 삼단폭포를 가볼 수 없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름지기 새로운 경치에 더 마음이 끌리는 법. 폭포야 익숙하지만, 산중 협곡에 그득하게 담긴 진한 옥빛의 소는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이어서 훨씬 더 매력적이다. 산단쿄에는 두 곳의 소가 있다. 구로부치와 사루토비다. 구로부치는 까마득한 협곡의 직벽으로 둘러싸인 에메랄드 그린색의 못이다. 깊은 곳의 물색이 검게 보인다 해서 ‘검을 흑(黑)’ 자를 쓴다. 사루토비는 20m쯤 되는 석벽 가운데 있는 소인데, 원숭이가 날아다니던 협곡이라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했다. 맑은 계류가 고인 못은 배를 띄울 정도로 크다. 두 곳 모두 줄배를 띄우고 주변 경관을 즐기는 짧은 유람코스가 있다. 특히 구로부치에서는 배를 타고 협곡의 바위틈을 지나 상류로 올라가면 직벽 바위 아래 딱 붙어 지어진 찻집 겸 식당인 구로부치소(黑淵莊)에서 식사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다. 마침 가는 날에 배가 운행하지 않고, 식당도 문을 닫아 가보지 못했지만 그림 같은 협곡의 경관을 앞에 두고 여기서 차 한잔을 앞에 둔다면 신선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듯했다. # 협곡을 배로 건너 선경(仙景)에 들다 트레킹 코스를 따라 산단쿄에 접근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산단쿄 남쪽의 정면 출입구를 통해 시바키강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갈 수 있고, 중류쯤인 수이리(水利) 주차장에서 들어가 협곡 정면 출입구 쪽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초록의 샤워를 하며 가벼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새소리와 물소리, 흙과 나무의 냄새, 폐부 깊이 빨아들이는 촉촉한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달다. 가는 길 위에서는 제각기 이름 붙여진 수많은 명소를 지나는데 하나하나 짚기가 숨이 찰 정도다. 자연경관을 충분히 즐기는 가벼운 트레킹이라면 산단쿄 정면 출입구에서 출발해 구로부치까지 간 뒤에 배를 타고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되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렇게 걸으면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구로부치에서 더 올라가 수이리 주차장까지 갈 수도 있다. 이 코스를 택하면 왕복 4시간은 잡아야 한다. 아예 협곡 중간쯤인 수이리 주차장을 출발지점으로 삼고, 상류의 사루토비와 하류의 구로부치를 각각 다녀오는 코스도 인기 있다. 산단쿄에서는 어떤 코스를 택하든, 물길을 끼고 길이 이어져 있어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다. 산단쿄에서 아쉬웠던 건 두 가지다. 하나는 대부분의 트레킹 코스가 시멘트를 부어만든 포장길이라는 것. 일본은 도로도 그렇고, 트레킹 코스도 강박적으로 포장을 한다. 그렇다고 도로 놓듯 놓은 건 아니고, 오솔길의 바닥을 다듬은 정도다. 또 하나 아쉬웠던 건 가을 단풍이 물들기에는 좀 이른 때라는 것이었다. 가을이면 협곡의 숲 전체가 붉고 노랗게 물든다고 했다. 관광지 소개 브로슈어에는 단풍이 들 때의 협곡 풍경을 ‘숨이 막히는 장관’이라고 적혀 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건 10월 중순부터. 단풍의 절정은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산단쿄는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다. 히로시마 평화시민공원에서 도보 5분 거리인 히로시마 버스터미널에서 산단쿄로 가는 고속버스(요금 1480엔)를 타면 산단쿄 정면 입구에 닿는다.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미야지마의 이쓰쿠시마(嚴島)신사 도리이. 붉은 문의 형상을 한 도리이는 밀물이면 아랫도리가 물에 잠긴다. # 일본 3경의 인문적 경관…미야지마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관광지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미야지마다. 미야지마는 히로시마 서남쪽 해안의 작은 섬으로 이른바 ‘일본 3경(景)’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일본에는 명소에 순위를 매기는 경우가 많다. 몇 개의 풍경을 한데 묶어서 추켜세우는 식이다. 이른바 ‘5대 명소’니, ‘7대 야경’이나 ‘3대 경관’이니 하는 곳들이다. 누가, 언제 정했는지 근거가 흐릿한 경우가 많지만, 이름 붙인 이와 내력이 뚜렷한 경우도 있다. 미야지마가 포함된 일본 3경이 그렇다. 일본 에도시대 전국을 떠돌았던 유학자 하야시 ?사이(林春齋). 그가 400년 전쯤 ‘일본국사적고(日本國事跡考)’란 책을 썼다. 책에서 이곳 미야지마를 마쓰시마(松島·미야기현),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교토부)와 함께 ‘세 곳의 기이한 관경’(三處奇觀)이라고 적었다. 일본 3경은 거기서 유래한다. 그가 골라낸 세 곳은 사실 ‘최고의 경치’ 순위라기보다는, 섬나라 일본이 면한 각기 다른 바다의 대표적인 명승을 꼽은 것이다. 아마노하시다테는 동해를, 마쓰시마는 태평양을, 그리고 미야지마는 세토내해(瀨戶內海)를 끼고 있다. ‘일본 3경’은 마케팅에 십분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 3경을 기념하는 날’까지 있다. 일본 3경을 관광홍보에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본3경 관광연락협의회에서는 매년 7월 21일을 ‘일본 3경의 날’로 지정했다. 1618년생인 하야시 ?사이의 생일이 바로 그날이기 때문이다. 일본 3경의 다른 두 곳은 자연경관이지만, 미야지마가 보여주는 건 인문적 경관에 가깝다. 사실 섬 자체의 자연경관은 특별할 게 없다. 미야지마가 이름난 건 전적으로 ‘이쓰쿠시마(嚴島)신사’ 때문이다. 12세기에 섬 안에 지어진 자연 숭배의 웅장한 신전 건축물과 다양한 문화자산의 가치를 평가받아 이쓰쿠시마 신사는 배후의 야산 일대와 함께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미야지마에는 온순한 사슴이 마치 ‘동네 개’처럼 돌아다니며 음식을 탐한다. 신사 창건과 사찰 건립, 제사와 신앙, 무역과 상업, 전투와 습격, 교역과 관광에 이르기까지 섬과 신사에 얽힌 이야기는 파란만장하다. 하지만 일본의 종교나 전쟁사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여행자 입장에서는, 미야지마 여행의 무게중심은 배를 타고 들어가는 즐거움과 ‘동네 개’처럼 돌아다니는 사슴의 신기함, 혹은 관광지 주변의 북적이는 상점가의 특산품과 들뜬 분위기에 있다. 미야지마를 상징하는 가장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는 단연 바다 위에다 세운 붉은 색 도리이(신사 입구에 짓는 문 모양의 건축물)다. 도리이의 기둥은 썰물 때는 갯돌 위로 드러나고, 밀물이면 바다에 잠긴다. 물에 잠긴 붉은 도리이 사진 한 장만으로도, 거기가 이쓰쿠시마신사이며, 미야지마이며, 히로시마라는 걸 누구나 안다. # 오래된 것의 미감과 새로운 미감 히로시마현 남동쪽에 오노미치(尾道)시가 있다. 낯선 지명이지만 이래 봬도 일본유산의 하나다. 오노미치시는 세토내해에 접한, 레트로 느낌 물씬 풍기는 작은 도시. 일본 메이지시대에 철도와 해운이 만나는 교통의 요지로 상업, 조선업 등이 번성했다. 히로시마현 동부 최대 도시로 불릴 만큼 번성했는데, 번성의 뜨겁던 불길이 식으면서, 그 시절 영광이 도시 곳곳에 재처럼 남겨졌다. 퇴락한 영광의 자취에서 느껴지는 건 ‘레트로’다. 그냥 레트로가 아니라 어쩐지 좀 안쓰러운 감정이 실린 레트로다. 오노미치시가 보여주는 레트로는 ‘진짜’다. 레트로 공간은 대부분 추억의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다소 과장된 꾸밈을 가장하는 법. 그런데 오노미치시는 그렇지 않다. 시장 좌판과 언덕 뒷골목, 굴다리가 있는 철로…. 이런 일상 공간이 그저 그대로 레트로 풍경이 된다. 세상의 변화에 기를 쓰고 따라붙으려는데, 그런 일련의 노력까지도 레트로로 보일 따름이다. 오노미치에서 볼거리는 두 곳으로 나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센코지(千光寺)산 자락에 수많은 절집과 오래된 고택과 별장, 그리고 골목길이 하나의 볼거리라면, 다른 하나는 바닷가 주위의 오래된 상점가와 레트로 느낌의 시장이다. 센코지산 정상에는 세토내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근사한 전망대가 있는데, 로프웨이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간 뒤 절집과 별장 사이로 이어진 골목을 걸어 내려오는 식으로 구경한다. 산 아래 바다를 끼고 있는 시장과 골목에는 초라하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오래된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골목 안쪽에는 노포들이 즐비한데, 100년쯤의 내력은 자랑거리도 안 된다. 문 연 지 150년이 훌쩍 넘는 상점도 흔하다. 절집 고산지(耕三寺)의 부속시설인 ‘미래마음의 언덕’. 히로시마 출신 조각가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대리석으로 만든 독특한 정원이다. 히로시마현에서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 세토내해를 건너는 다리가 딛고 가는 이쿠치섬에 있는 화려한 절집 고산지(耕三寺)다. 절집의 역사는 짧다. 오사카(大阪) 출신의 창건주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1936년에 지었다. 근래 짓긴 했으되 절집을 짓는 데만 자그마치 30년이 걸렸다. 절집 건축에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는 가보면 금세 알게 된다. 일본 전역의 고건축을 본떠 세운 탑과 법당이 탄성이 나올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건축 장식이 가장 화려한 것은 1963년에 지어진 효양문(孝養門)이다. 일본 닛코(日光)시의 신사 건축물을 본떠 지었다는데, 공포와 화려함에다 단청의 선명한 색감, 처마를 장식한 갖가지 조형물이 눈길을 붙잡는다. 고산지에는 천 개의 부처를 동굴에다 모신 센부지(千佛洞)도 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300m가 넘는 동굴을 기이한 형상의 불상들로 장식해놓았는데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고산지에서 가장 색다른 곳은 절집 뒤편 산정에 조성한 대리석 정원이다. ‘미래마음의 언덕’이라 이름 붙여진 이 정원은 2000년에 개장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히로시마현 출신 조각가가 이탈리아산 대리석을 수입해 16년 동안 조성했다. 정원의 주제는 ‘가족의 유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한 평화로운 세계를 나타낸단다. 독특한 형상의 순백 대리석이 보여주는 미감이 독특하다. 원폭 투하 직후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둔 히로시마 시내의 원폭 돔. # 불편한 히로시마 다크투어리즘 이제 불편해서 뒤로 미뤄둔 원폭 얘기를 해보자. 히로시마는 다크투어리즘을 대표하는 도시다. 다크투어리즘이란 어둡고 부정적인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삼고 비극적인 공간을 관광으로 소비하는 방식을 말한다. 원자폭탄이 투하되는 최악의 비극을 경험한 도시. 7만 명이 한순간에 사망하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이 두고두고 피폭의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곳. 그 참극의 공간이 다크투어리즘의 관광지가 됐다. 히로시마를 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복잡하다. 같은 다크투어리즘의 공간이라고 해도 우리 역사와 무관한, 그러니까 ‘거리를 두고’로 마주할 수 있는 곳과 여기 히로시마는 다르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같은 곳에서는 순전히 인간적인 안타까움이나 슬픔 같은 감정 자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비극의 잣대는 보편적 정의와 휴머니즘이다. 하지만 히로시마의 비극과 상처를 대하는 감상은 결이 사뭇 다르다. 원폭 투하가 일제의 항복과 종전으로 이어지고, 독립을 되찾게 된 나라의 국민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다. 원폭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건 맞지만, 안타깝고 슬픈 감정이 전부는 아니란 얘기다. 히로시마의 원폭 돔과 평화기념공원, 평화기념자료관에는 원폭투하의 비극적 결과만 말할 뿐, 폭격의 원인을 짚는 얘기는 없다. 과연 이게 옳은 것일까. 일본이 반성 없이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에 강한 의문을 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히로시마 원폭을 상징하는 원폭 돔 앞은 늘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평화기념공원과 평화기념자료관에는 내국인 관람객들이 더 많았다. 이런 공간이 일관되게 발신하는 메시지는 ‘평화’다. 전쟁이 초래한 비극적 상흔은, 그 어떤 발언이나 구호보다 더 강력하게 평화의 필요를 역설한다. 역사적 재난을 시각화하고 공간화하는 다크투어리즘이, ‘학살이나 전쟁의 공간을 무대화하고 심지어 스펙터클화 하고 있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투어리즘 도시에는 딜레마가 있다. 참사와 비극의 내러티브를 더 고도화하면 도시가 더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히로시마는 지금 비극과 참사의 기억을 반복해 재생하는 도시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역사적 기억에서 문화적 기억으로. 그리고 전쟁과 재난에서, 자연이나 생태로…. 히로시마의 자연과 마을 얘기를 앞세우는 대신, 원폭 얘기를 뒤로 미뤘던 건 이런 이유다. 분명한 건 히로시마에는 여기서 미처 다하지 못한, 원폭에 가려진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중소도시 직항편의 매력 인천∼히로시마 직항 항공편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화, 목, 토요일 주 3회 운항한다. 오전 출발이라 시간대도 좋다. 제주항공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10개 지역으로 항공기를 띄우고 있다. 히로시마를 비롯해 마쓰야마와 시즈오카, 오이타(벳푸) 등 4개 중소도시 운항편은 제주항공만 운항하는 단독 노선이다. 모두 촘촘한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인 데다 붐비지 않는 ‘작은 공항’의 편리함이 적잖은 곳이다. 박경일 기자 문화일보 문화부 / 전임기자 *글 사진: 문화일보 트래블에서 옮김: 찬란한 빛/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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