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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고즈넉한 신비’를 마주하다...직항으로 가까워진 일본 시코쿠 에히메현 작은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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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찬란한빛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7회 작성일 23-11-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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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UFO 라인·양떼같은 바위… 길 위에서 ‘고즈넉한 신비’를 마주하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문화일보 입력 2023-11-02 09:21 박경일 기자 마쓰야마 시내를 한눈에 다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 들어선 마쓰야마 성. 400년 전에 지어진 마쓰야마 성에는 가장 높은 누각인 천수각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천수각을 비롯해 성안의 21개 동(棟)이 국가 중요 문화재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직항으로 가까워진 일본 시코쿠 에히메현 작은 도시들 이시즈치산 자락 ‘UFO 라인’ 36년전 인근서 비행접시 목격 사진 대서특필되며 명소 등극 실타래처럼 이어진 도로 ‘아찔’ 해발1000m ‘시코쿠 카르스트’ 25㎞ 걸쳐 펼쳐진 순백 석회암 고산지대 거대한 자연공원같아 밤엔 고원 위로 별 쏟아지는 듯 낭만의 간이역 ‘시모나다역’ 광고포스터로 ‘핫플’ 떠올라 해질녘 하늘·바다 색감 환상 해변열차 풍경 보러 ‘장사진’ 문학의 향기 가득 ‘마쓰야마’ 나쓰메 소설 배경이 된 도시 3000년 된 ‘도고 온천’유명 ‘마쓰야마성’ 오르면 뷰 압권 에히메현(일본)=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 일본 중소도시 여행이 즐거운 이유 일본을 이루는 4개 섬 중 가장 작은 섬이 ‘시코쿠(四國)’다. 지도를 보면 시코쿠는 가장 큰 섬인 혼슈(本州)의 배 부분의 내해(內海)에 떠 있다. ‘시코쿠’란 지명의 한자를 우리 식으로 읽으면 ‘4국’이다. 섬이 4개의 고대국가로 이뤄져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오늘날에도 당시 고대국가와 비슷한 경계를 이루고 있는 4개 현(縣)이 있다. 경상북도보다 조금 작은 시코쿠를 열십(十) 자로 4등분하면, 12시부터 시계 방향으로 가가와(香川)·도쿠시마(德島)·고치(高知)·에히메(愛媛)현이다. 혼슈도, 규슈도, 홋카이도도 아니고 시코쿠인 건 소박하고 고즈넉하되 특유의 소박한 분위기가 매력적 이어서다. 시코쿠의 4개 현 중에서 에히메현을 목적지로 택했던 건 순전히 항공 노선 때문이다. 에히메현의 중심 도시이자 현청 소재지인 마쓰야마(松山)까지는 제주항공이 직항 노선을 단독 운항하고 있다. 일본 중소도시 여행의 목적지 결정은 전적으로 항공편에 달렸다. 일본 여행의 강점은 ‘짧은 이동 시간’이다. 항공 노선이 닿는 일본 중소도시가 여럿이다. 한국에서 직항으로 갈 수 있는 일본 도시가 스무 곳이 넘는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서른 곳에 달했는데, 조만간 이 기록을 넘어설 기세다. 비행기를 갈아타지 않아도 일본 구석구석까지 갈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제주항공은 일본 노선에서만 국적 항공사 중 가장 많은 10개 도시, 14개 노선을 운항한다. 주 3편이던 마쓰야마 직항편도 지난 10월 29일부터 매일 운항한다. 국적 항공사를 이용해 언제든 손쉽게 일본 중소도시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 중소도시 여행은 대도시 여행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작은 도시는 고즈넉하고, 물가는 저렴하며, 주민들은 더 친절하다. 항공료와 숙박비가 싼 건 말할 것도 없다.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도 한결 여유 있다. 대규모 관광 명소는 없지만, 알려지지 않은 명소와 만나는 뜻밖의 즐거움이 있다. 가장 결정적인 장점은 숙제처럼 가야 할 곳이나 해야 할 것들이 없어서 여행이 훨씬 더 자유롭다는 것이다. ‘관광보다 여행’이라면, 일본에서는 대도시보다 중소도시 여행이 더 낫다. 지금부터 꺼내놓는 건 빡빡한 일정표 대신 가벼운 모험처럼 떠났던 에히메현의 중소도시에서 만난 공간과 사람 이야기다. 에히메현과 고치현의 접경지역에서 첩첩한 산중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간도로. 이 길이 ‘UFO 라인’이다. # 첩첩산중 ‘UFO 라인’을 차로 달리다 마쓰야마에 갔다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도고(道後)온천과 마쓰야마 성이다. 이 두 곳은 마쓰야마를 간다면 누구나 가게 되는, 아니 갈 수밖에 없는 곳. 그러니 그 얘기는 뒤로 미뤄두자. 따로 귀띔해 주지 않는다 해도 어쨌든 가게 되고, 알게 될 것이니 말이다. 대신 여행자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에히메현의 특별한 자연 명소 두 곳 얘기로 시작하자. 에히메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UFO 라인’이었다. UFO 라인이란 ‘길’에 붙여진 별명이다. 에히메현과 고치현의 경계쯤에 서일본을 통틀어서 가장 높은 산인 이시즈치산(石鎚山·1982m)의 산군(山群) 이 있다. UFO 라인은 이들 산군의 어깨쯤인 해발 1200∼1700m의 능선을 따라 실타래처럼 이어진 도로다. 길에 UFO란 이름이 붙은 건 도로 주변에서 UFO가 목격됐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7년 10월 12일. 이시즈치산 주변의 간푸산(寒風山)에 올랐던 일행 4명이 하산 도중 지축을 흔드는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산 후 평소처럼 등산 중 찍은 기념사진을 인화했는데, 사진의 배경인 파란 하늘에 거무스름한 은빛의 이상한 물체 두 개가 선명하게 나왔다. 사진 속 물체를 UFO로 의심한 이들은 사진을 곧바로 지역 신문사에 보냈다. 고치신문사로부터 사진을 넘겨받은 고치현 UFO 연구회는 ‘틀림없는 UFO’라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고치신문은 UFO 촬영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보도 직후 전국 단위 방송사에서 취재진이 몰려드는 등 고치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산중에서 우연히 찍은 사진 한 장이 불러온 UFO 열풍이었다. # UFO란 지명이 노리는 마케팅 고치현에서는 1970년대부터 UFO를 목격했다는 주장과 보도가 끊이질 않았다. 과학 문명의 발달이 호기심을 다 채워주지 못하던 시절, 외딴 마을 사람들은 외계 문명이 보낸 비행접시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믿고 있었다. 1974년 고치 시내에서 지그재그로 비행하는 물체를 보았다는 초등학생도 있었고, UFO 소동 3년 뒤인 1990년에도 UFO 사진을 찍었다는 제보가 있었다. 20㎝ 크기의 비행접시를 여러 차례 잡았다가 놓아줬다는 괴담 수준의 기사도 보인다. ‘UFO 라인’이란 작명에서 느껴지는 건 수완 좋은 ‘마케팅’이다. 36년 전의 목격담을 떠올려 UFO란 이름을 꺼내놓은 건 순전히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다. 길은 ‘UFO의 실체’가 아니라 ‘UFO를 믿었던 어리숙했던 시절’의 추억을 공략한다. 지역 주민에게는 슬며시 미소 짓게 하는 소동의 추억을 소환해내고, 관광객에게는 호기심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깊고 첩첩한 산중까지 관광객이며 등산객이 찾아들고 있다는 건 작명의 마케팅이 통했다는 증거다. 마케팅에 이끌려 UFO 라인을 찾아갔다 해도 ‘속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장엄한 산악경관 덕분이다. 길 위의 풍경은 마치 ‘다른 세계’로 연결될 것처럼 비현실적이다. 드라이브하면서 주변 경치를 즐기거나 그냥 차를 세우고 경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30분 안쪽의 등산만으로 지리산이나 설악산 정상쯤의 산정에 오르는 경험도 해볼 수 있다. 아, 그러자면 꼭 필요한 게 있다. 좁고 급한 도로의 굽이와 경사를 주파할 수 있는 운전 솜씨, 그리고 가드레일 없는 벼랑의 공포를 이길 수 있는 담력이다. 에히메현의 명소인 시코쿠 카르스트. 산 정상의 고원지대에 노출된 석회암 바위가 마치 양 떼처럼 보인다. # 바위가 양 떼처럼…시코쿠 카르스트 에히메현과 고치현의 경계인 산악지대에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지형의 명소가 있다. ‘시코쿠 카르스트’다. 이곳은 석회암이 땅 위로 노출된 고원지대다. 해발 1000m가 넘는 덴구(天狗)고원의 거대한 초지 위에 25㎞에 걸쳐 노출된 순백의 석회암이 마치 양 떼처럼 보인다. 일본에는 이런 형태의 지형이 드물지 않다. 야마구치현에는 아키요시다이(秋吉台), 후쿠오카현에는 히라오다이(平尾台)란 카르스트 지형이 있다. 이들 두 곳에다 시코쿠 카르스트까지 묶어서 흔히 ‘일본 3대 카르스트’라고 부른다. 시코쿠 카르스트는 드넓은 산정의 구릉에 조성한 거대한 자연공원의 느낌이다. 고원 정상쯤에는 방목하는 소들이 풀을 뜯고 있고, 그 아래로는 광활한 캠핑장이 있다. 주변에는 푸드트럭도 있고, 햄버거나 핫도그 등을 파는 휴게소도 있다. 트레킹 코스를 길게 걷거나 짧게 산책하는 이들이 있고, 캠핑을 즐기러 온 가족과 산지를 드라이브하다 들른 연인도 있다. 가을부터 봄까지 이곳에서는 운해(雲海)를 볼 수 있다. 일출과 일몰 무렵 자욱한 운무가 높은 확률로 피어난다.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도 유명하다. 별을 보고 싶다면, 방문자센터 등을 갖춘 덴구고원의 숙소 ‘카르스트 테라스’를 선택하는 게 좋겠다. 일몰의 바다를 끼고 있는 낭만적인 간이역 시모나다역. #JR이 인증했다…낭만적인 간이역 시코쿠 섬의 호젓한 서쪽 바다를 ‘이요나다(伊了灘)’라 부른다. 이 바다에 바짝 붙어 달리는 해변 관광 열차가 있다. 바로 ‘이요나다 모노가타리’다. ‘모노가타리’를 한자로 쓰면 ‘물어(物語)’, 그러니까 ‘스토리’다. 열차 이름을 우리 식으로 해석한다면 ‘서해안 스토리’쯤 된다. 기차를 타면 마치 애틋한 사연이 만들어질 것만 같은 이름이다. 해안 열차 경관의 정점은 ‘시모나다(下灘)역’이다. 시모나다역은 교행 철로 사이 슬레이트 지붕 아래 간이 의자가 전부인 무인 간이역. 별것 없어 보이지만, 진가는 사진으로 확인된다. 카메라 앵글 안에 간이역과 그 너머로 눈부신 파란 바다의 수평선을 넣으면 더 없이 낭만적인 풍경이 된다. 시모나다역이 가장 근사한 때는 해 질 무렵이다. 해가 바다로 떨어지면서 시시각각 그러데이션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과 바다의 색감도 근사하고, 창마다 따스한 불빛을 달고 간이역으로 들어오는 열차의 모습도 낭만적이다. 종일 한적했던 역이 이 시간이면 순식간에 몰려든 관광객들로 시장 바닥처럼 붐비는 이유다. 시모나다역이 지금처럼 명소가 된 건, 한 장의 광고 포스터가 계기가 됐다. 일본 철도회사 JR이 1999년 겨울, ‘청춘18’이란 무제한 탑승권 티켓 광고 포스터에 처음 이 역의 사진을 썼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텅 빈 간이역 사진 옆에 얹힌 카피 문구가 이랬다. “역에 도착한 열차에서 고등학생인 내가 내렸다.” 여행의 쓸쓸함과 낯선 곳에 대한 설렘이 느껴지는 간이역 사진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후 내리 3년 동안 시모나다역은 JR의 겨울 광고 포스터에 등장했다. 이듬해 포스터에는 멀리서 찍은 시모나다역 사진과 함께 “…전략(前略)… 일본의 어딘가에 있습니다.”라는 카피가, 그다음 해에는 간이역 개찰구 사진 아래 “무심코 내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까?”란 카피가 적혔다. 비교하자면 시모나다역은, 드라마 ‘모래시계’로 일약 유명해진 우리 ‘정동진역’과 비슷하다. 다른 게 있다면 한적한 간이역이었던 정동진은 호텔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북적이는 관광지로 변모했지만, 시모나다역은 한적하고 외딴 간이역의 모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 마쓰야마, 문학을 딛고 선 도시 이제 에히메현 여행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마쓰야마(松山)로 간다. 마쓰야마는 에히메현의 현청 소재지. 공항도 마쓰야마에 있다. 마쓰야마는 ‘문학’의 토대 위에 서 있는 도시다. 일본의 국민 작가 시바 료타로가 있었고, 구권 1000엔 지폐 모델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 일본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가 있었다. 모두 마쓰야마 출신의 내로라하는 문인들이다. 이들 작가의 명성을 잘 모른대도,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 해도 상관없다.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문학의 자취를 슬쩍 건너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마쓰야마가 편애해 마지않는 작가는 나쓰메다. 마쓰야마가 그를 특별히 아끼는 이유가 따로 있다. 그의 대표작인 소설 ‘도련님(봇짱)’의 배경이 마쓰야마기 때문이다. 소설은 도쿄 출신의 수학교사가 시골 학교에 전근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 시종 유쾌한 필치로 이어지는 소설에는 마쓰야마의 명소이자 명물인 도고온천, 마쓰야마 성, 봇짱열차 등이 등장한다. 소설은 물론이고 영화나 TV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얻으면서, 나쓰메의 ‘도련님’은 마쓰야마의 강력한 관광 콘텐츠가 됐다. 이쯤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마쓰야마의 대표 관광지, 도고온천과 마쓰야마 성 얘기를 짚고 넘어가자. 도고온천은 일본에서 오래되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온천이다. 온천의 역사를 대략 3000년으로 본다. 도고온천 본관은 지금 4년째 보수 중이다. 1894년 3층으로 웅장하게 개축했던 목조건물이 낡아 지난 2019년부터 보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본관 건물의 4분의 3쯤은 공사장 가림막 텐트로 가려져 있는데, 뜻밖에 텐트가 미감이 넘친다. 알고 보니 선물 포장 같은 텐트가 ‘열경(熱景)’이란 제목의 현대미술 작가 오다케 신로의 작품이다. 마쓰야마 성은 도시 중심에 있는 해발 132m의 가쓰야마(勝山)산 정상에 있다. 에도시대 이전에 지어진 천수각이 남아 있는 12개 성 중의 하나다. 성곽의 건축미도 훌륭하지만 도시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기막힌 위치가 더욱 인상적이다. 성은 로프웨이와 리프트가 있어 타고 오를 수 있다. # 한 줄의 문장이 그려낸 그림과 철학 마쓰야마의 문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이는 ‘현대 하이쿠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인 마사오카였다. 일본 근대화 과정의 사회적 갈등이나 추억에는 별 관심 없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군국주의의 광기와 식민 지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일본 근대문학보다는 회화적인 느낌의 하이쿠가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하이쿠는 시(詩)와 비슷한 17자로 쓰는 짧은 문학작품. 짧은 글에서 느껴지는 함축미와 회화적이면서 철학적인 문장의 여운이 특징이다. 하이쿠와 관련한 짧은 예화 하나.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대란의 와중에 일본 규슈로부터 마스크를 지원받았던 중국 다롄(大連)시가 훗날 그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일본에 마스크를 선물로 보내면서 하이쿠 한 줄을 함께 보냈다. “봄비로구나, 몸을 바싹 붙이고 우산은 하나.” 이 하이쿠는 나쓰메의 작품이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마사오카의 하이쿠를 받은 뒤 답가처럼 지은 것이란다. 그렇다면 앞서 마사오카가 나쓰메에게 보냈다는 하이쿠도 마저 읽어보자. “빌려주고서 나는 우산이 없네. 봄날의 비.’ 두 편의 하이쿠에서 시를 주고받던 두 작가의 우정과 풍류가 선명하다. 결핵으로 서른네 살의 나이에 요절한 마사오카의 시는 마쓰야마의 관광지마다 비석에 새겨져 있다. 시내 한복판에는 한 줄짜리 시이니 일본어를 몰라도 스마트폰의 번역 앱으로 간단히 해독할 수 있다. 마쓰야마 시내에는 마사오카의 생애와 작품을 둘러볼 수 있는 기념박물관도 있다. 보수 중이어서 선물 포장 같은 가림막을 쳐놓은 도고온천. # 니부카와 온천이 더 좋은 이유 도고온천이 최고라는 건 인정하지만, 관광이 아닌 느긋한 온천욕과 휴식을 기대한다면 답은 ‘니부카와(鈍川) 온천’이다. 니부카와 온천은 마쓰야마 북쪽 이마바리(今治)시에 있다. 온천이 발견된 게 1000년이 훨씬 넘는 헤이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니부카와 온천의 역사도 만만치 않다. 니부카와 온천을 추천하는 건, 한적한 산촌에서 고즈넉하게 여유작작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서다. 도고온천 주변에도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호텔이나 료칸이 여럿 있지만, 도시 한복판 같은 번잡스러운 느낌이다. 반면 니부카와 온천은 산기슭의 조용한 마을에 있다. 좁은 계곡을 끼고 있는 한적한 온천 분위기도 좋지만, 차려내는 음식은 더 훌륭하다. 니부카와 온천에는 호텔이나 별장, 료칸 등 저마다 다른 간판을 단 숙소가 6곳 있는데, 모두 중급 규모의 비슷비슷한 호텔식 료칸이다. 이 중에서 료칸식 호텔 미카도(美賀登)를 권한다. 계곡과 작은 폭포의 풍경이 창밖에 걸개그림처럼 걸리는 소박한 온천이 좋다. 이곳에서 내는 멧돼지와 집돼지의 교잡종인 ‘이노부타’의 감탄스러운 육질은, 한국인의 ‘돼지고기 샤부샤부’에 대한 편견을 싹 씻어준다. 쇠고기와 절대로 바꾸지 않을 맛이다. 소금을 뿌려 짭조름하게 구워낸 곤돌메기 구이도 일품이다. 더 만족스러운 건 요금. 미카도의 숙박 요금은 1인당 1만3200엔(약 12만 원). 도고온천 주변의 호텔과 료칸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름값을 덜어내서 이런 가격이 가능하다. ■ 도고온천에서 목욕하기 마쓰야마의 도고온천 본관은 일본의 목욕탕 가운데 최초로 1994년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음에도 박물관화하지 않고 공중목욕탕 영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도고온천이라면 본관만 생각하는데, 별관 아스카노유와 공동 온천인 쓰바키노유도 있다. 별관인 아스카노유는 아스카 시대 건축양식을 도입해 2017년에 지은 고급스러운 온천이다. 본관에도 없는 노천탕이 있다. 1953년에 문을 연 쓰바키노유는 별다른 시설이 없는 공중목욕탕이다. 박경일 기자 문화일보 문화부 / 전임기자 *글 사진: 문화일보 트래블에서 옮김: 찬란한 빛/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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