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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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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0회 작성일 24-04-02 17:35

본문

 

마른 빨래에서 덜 휘발된 사람의 온기,

달큰한 비린내를 맡으며 통증처럼

누군가 욱신욱신 그립다

삼월의 창문을 열어놓고 설거지통 그릇들을

소리 나게 닦으며 시들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며

나는 자꾸 기린처럼 목이 길어진다

온 집안을 빙글빙글 바람개비 돌리며

바람이 좋아 바람이 너무 좋아 고백하는 내게

어머니는 봄바람엔 뭐든 잘 마르지 하신다

초봄 바람이 너무 좋아 어머니는

무엇이든 말릴 생각을 하시고

나는 무엇이든 젖은 생각을 한다

 

권현형 시, <젖은 생각>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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