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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전용)

2020년 시마을문학상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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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6회 작성일 20-12-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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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시대에 걸맞게 대중성을 확보 할 수 있으면서도 현대성이 가미된 작품을 발굴하여 문학이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로서의 역할과 문학의 저변확대 취지로 2005년부터 시행된 시마을문학상이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시마을은 시문학 발전을 위하여 노력 할 것이며 좋은 시를 쓰는 좋은 시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창작의 장이 될 것입니다.

 

이번 시마을 문학상 수상작은 지난 1년간(2019.10~20.9) 창작시란에 올라온 작품 중에서 선정된 월단위 이달의 우수작(최우수작 및 우수작)‘을 대상으로 하여 선정하였으며, 기 수상자및 본인이 삭제한 작품은 선정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2020년 시마을문학상 대상 수상자로「물의 집」을 쓰신 이화영이 선정되었습니다. 금상에는 코넬리님의어느 신문기사, 은상에는 작은미늘님의 아버지가 깨졌다, 동상에는 칼라피플님의,  각각 선정되었습니다.

 

심사를 맡아주신 주영국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문학상 대상 수상자에게는 소정의 상금과 수상기념패가 전달되며 금상과, 은상, 동상은 상패와 기념품을 드립니다


문학상 시상식은 매년 송년회 때 실시 하였으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 방침으로 인해

아쉽게도 우편으로 전달 할 예정입니다. 문우님들 께서는 댓글로 많은 축하를 부탁드립니다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더욱 정진하여 우리나라 문단의 대들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문학을 사랑하는 시마을 문우 여러분의 가정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소망하며 코로나 시기에  건강을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대 상


물의 집 / 이화영

  

해오라기가 날던 여름을

두고 왔어요

지금은 겨울이니까요

겨울은 늦은 아버지처럼

어두워요

한낮인데요

바람의 방향을 견디려

회갈색 깃털 하나가 부풀어요

부풀다가

빈집은 흔들려요

소란한 한 때를 맞아요

챙기지 못한 세간들

서걱여요 풀에 지은 작은 집

풀에 지은 기억들

땅이 아닌 무게로 서 있던

비의 직선이

구름을 낳고 떠난 창

서걱이며 다시 열려요

울타리 너머 맨발의 어머니

서 있어요

겨울이에요

해오라기가 날던 여름을

두고 왔어요



【 금


어느 신문기사 / 코렐리

  

여자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가 여기 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밤은 깊었고, 검은 바다 위로 사이렌 소리가 퍼져나갔다. 땅바닥은 검은 바다 같았다. 패랭이꽃이 새하얀 천 바깥으로 툭 삐져나와 있었다.   

 

혹은 나는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자는 어디 먼 도시에서 죽어버렸다고 한다. 죽은 여자를 불쌍히 여긴 사막을 지나가던 카라반이, 낙타 등에 시체를 싣고 예까지 찾아왔다는 것이다. 낙타는 문 앞에 타액과 함께 짐짝을 부려놓았다. 카라반은 입속의 모래알을 죽은 여자의 입안에 키스로 옮겨놓았다. 그 여자를 가로등 불빛 아래 놓으면, 다른 빛깔 다른 형체로 왜곡돼 보인다. 파도가 밀려왔다. 낙타와 카라반은 파도에 휩쓸려 함께 멀리 사라져버렸다. 그 비명은 워낙 미묘한 뉘앙스를 갖고 있어 우리말로 번역하기 곤란하다.  

 

그 여자에 대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나돌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이 이 다음부터는 일치한다. 

 

여자는 굳게 닫힌 문을 힘껏 두들겼다. 굳게 닫힌 문에는 못이 박혀있었다. 여자는 입을 크게 벌렸다. 여자의 벌린 입으로부터 그녀의 부모, 형제자매, 연인이 뛰어나왔다. 그리고 여자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 은


아버지가 깨졌다 / 작은 미늘

 

아버지가 깨졌다

껍질 깨진 아버지.

껍질 깨고 하얀 탄력의 윤기나는

삶은 달걀조차 삼키지 못했던 아버지

엄마 껍질만 깨고 깨던 아버지

아버지가 깨지고 껍질이 벗겨졌다.

삶은 달걀을 깨고 벗겼는데 아버지의 흰 자가

투명하게 흘러내렸다.

싱싱한 아버지의 노른자가 쳐다본다.

아버지가 깨졌다.

깨지고 껍질이 벗겨진 아버지는 삶은

달걀 이었다.

얼마나 싱싱하고 싶었을까

얼마나 하얗게 흐르고 노랗게 싱싱하고

싶었을까?

아버지가 깨졌다.

껍질 깨진 어버지는 깨진 채로 살다 살다

당신 스스로 벗기지 못한 껍질들을 원망했던

내 손을 잡고 말없이 웃기만 했지

달걀이 깨졌다.

아버지도 깨졌다.

나도 깨졌다.

껍질 벗겨보면 싱싱했던 흰자,노른자

흘러 내리지

살다 살다 삶기고 삶기고 눈밑에

소금 찍히네



【 동


/ 칼라피플

 

대가리가 없는 못이다 

못 박는 소리는 낮은 곳에 고인다 

교성을 율독하면 

심장이 왜 울리는지 까닭을 안다 

나를 지상에다가 박는가 

의문 아래 골몰히 잠긴 못대가리 

심장 소리를 따라 가면 목수를 만날까 

살아있음 쪽으로 귀기울이면 울리는 망치질 소리 

심장 뛰는 소리와 똑같다 

우리는 목수의 자식들로 

한 살 씩 박힐수록 아픈 부위 속에서 

그를 찾는다 

저녁의 골목길마다 못통 속으로 되돌아가는 자들로 붐빈다 

목수를 기다리며 녹스는 건데 

흰 못대가리는 왜 관절이 아플까 

자신의 몸 속 깊이 박히려는 본능이다 

못 자국은 한 번 마르면 찾을 길이 없다 

아문 것이 아니라 스며든 거다 

바늘이 혈관을 따라 도는 것처럼 

한 번 들은 사람의 목소리가 

생생한 것은 그 까닭이다 

모든 생명은 저 망치질로부터 나온다, 

소리에 젖으면 씨앗은 발아한다 

왜 울리는지도 모르는 생의 리듬이 

온종일 반복되는데 

누가 지붕에 비를 박는가 손의 임자를 

만나고 싶다 

 

우리는 서로를 못 박는지 모르고 만난다 

누군가에게 못 박히고 싶은 밤 

이불을 준비하고 

방바닥에 누워 각목이 되며 

못은 가장 부끄러운 자세로 박힌다



예심: 김부회, 이명윤

본심: 주영국



2020 [시마을 문학상] 심사평


                                                                      주영국(시인)

 

문학은 본디 시대의 총체에 관여하는 것이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어떠한 변화도 꿈꾸기 어려울 것이다. 말하자면 문학은 폐허가 된 이 세계에서 인간의 가능성과 의미를 찾아 탐사하는 어떤 작업이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사실과 현상 너머에는 복잡하고 신비로운 삶의 진실이 있을 것이다. 문학적 행위란 진실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 진을 치고서 구체적 삶의 현장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입체적으로 탐색하고, 생명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좋은 문학이란(좋은 시란) 공포, 불안, 비애, 연민, 분노, 환희 등 우리에게 격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실천의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다. 문학을 통해(시를 통해) 세상의 불의와 참상을 목격한 이상, 고통받는 타인의 얼굴을 마주 본 이상, 자아와 세계의 비의(悲意)를 알아버린 이상, 이제껏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학의 힘(시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며,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할 것이다. 시적 지혜는 곧 인간 존재의 역사성을 두루 살필 줄 아는 인식을 말하며, 인간의 가치를 그 본래적 의미에서부터 파악할 줄 아는 자각과도 같다. 시인은 자신의 시대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빛이 아니라 어둠을 자각하는 자이다. 어둠을 볼 줄 아는 자, 암흑에 펜을 담그고 인간을 써 내려가는 사람을 우리는 참된 시인이라고 이름지어줄 수 있다.

 

논리의 힘만으로는 다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시만큼 섬세하게 드러내는 장르는 없을 것이다. 시는 인간을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매개일 뿐만 아니라 삶의 척박함을 견디게 하는 정신적, 심미적 힘을 그 안에 간직하고 있다. 시를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다는 현실은 아이러니하고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시를 쓰며 시적 인간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아름답고도 고무적인 일이다.

 

월 단위 우수작으로 선정된 스무 편의 작품은 대부분 습작기를 넘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시적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다. 대상으로 선정한 이화영의 ‘물의 집’은 리듬과 어조가 은유적 상상력과 절묘하게 조응하며 쓸쓸한 시적 비감을 서정으로 환기해주고 있다. 코렐리의 ‘어느 신문기사’는 난해와 비약적 상상이 낯섦과 무의미의 틈새를 오가며 긴장으로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시의 언어는 긴장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친절한 시, 수다스러운 시는 태생부터 실패한 시라고 할 것이다.  

 


주영국 시인 약력

 

 ​공주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조선대 정치학 박사.

 2004년 제13회 전태일 문학상

 제19회 오월문학상 수상.

 ​2005<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새점을 치는 저녁>등

 ​한국작가회의 회원. 현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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