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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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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3회 작성일 17-06-28 06:51

본문

죽음에 대한 오독 / 이명윤

이화공원묘지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죽음은 선명한 색채를 띤다 묘비 옆 화병에 이미지로 피어있다, 계절은 죽음 앞에서 얼마나 공손한지 작년 가을에 뿌린 말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죽음을 새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술을 따르고 절을 하는 도중에 어린 조카가 한 쪽으로 치워둔 죽음을 만지작거린다 죽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한 까닭이다 죽음은 세월을 조금 뒤집어썼을 뿐 부릅뜬 웃음은 예전 그대로다 죽음의 눈을 편안하게 감겨줄 수 없어 미안했다 우린 서로 다른 계절을 살고 있으므로 고인의 생전에 대한 이야기 혹은 향기가 사라진 꽃잎들을 주섬주섬 챙겨 떠나는 길 산 중턱 수많은 무덤에는 새롭게 눈을 뜬 죽음으로 화사한데 길 건너편 나이도 추위도 잊은 노파가 죽음 한 송이를 오천 원에 팔고 있다 차창 너머로 마른 과메기 같은 눈과 마주친다, 삶이 죽음을 한 아름 안고 있다 길은, 계절 너머로 접어들고 있었고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가야 했다.

2007년 <시안> 시部門으로 등단 <시마을 문학상>, <전태일 문학상> <수주 문학상>,<민들레 문학상>,<솟대 문학상>受賞 시집 <수화기 속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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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오독이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묘지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죽음은 선명한 색채를 띤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죽음은 아마도 살아있는 자의 죽음에 대한 기억 떠올리기가 아닌가 하는 짐작으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묘비 옆 화병에 이미지로 피어있다라는 진술로 인해 죽음의 실체(고인)와 더불어 죽음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물인 꽃이 동일하게 합쳐지는 느낌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시인에게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것에서는 다름이 없는 이유인 듯 합니다. 그리하여 어린 조카가 한쪽으로 치워둔 죽음을 만지작 거릴 수 있는 것일 터이고 나아가 죽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해지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죽음의 눈을 편안하게 감겨 줄 수 없어 미안했다는 진술로 저의 독법을 다소 혼란하게 합니다. 이것은 분명 고인에 대한 또는 죽음에 대한 진술이 아니라 꽃에 대한, 꽃이란 피었다 지는 속성을 가진 것이기에 특히나 화병의 꽃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조화가 아니라 생화라면 필연코 언젠가 시들 것이 명확한 것이니 자연스럽게 죽음의 기억을 되살리는 매개물임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생을 부여해 버린 것으로 읽히는 것입니다. 고인의 죽음, 또는 죽음에서 독립될 수 없는 것이 독립되어 이 시의 죽음의 의미를 두 개로 분화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순간, 새롭게 눈을 뜬 죽음으로 화사한데 라는 진술로 앞의 제 독법이 시인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저 혼자의 편협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것은 그 두 개의 의미가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든다는 고백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등장하는 노파, 삶이 죽음을 한아름 안고 있다라는 진술로 앞과는 다른 새로운 시안을 보여 줍니다. 즉 1행에서 25행까지의 죽음에 대한 진술은 피상적이고 제의적으로 파악한 오독이었다고 드디어 시인은 깨닫는 것 같습니다. 시인은 노파를 보면서 생생한 죽음의 실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진 듯 합니다. 그리하여 시인은 마침내 처음부터 다시 읽어가야 했다로 시를 마무리한 것으로 읽힙니다. 죽음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 정구지

<위의 감상글에 덧 붙인 희서니의 감상> 위에 정구지님의 감상글을 읽어보니 시를 정말로 정성껏, 읽으시는 분이란 느낌이 든다. 시인이 시를 쓴 보람 같은 걸 느낀다면, 아마도 이런 진지한 감상을 접했을 때가 아닐런지. 개인적 유추類推로는... 이 시는 분명히 '죽음에 접근하면서' 쓴 작품이다. 또한, 그 죽음을 바라보면서 죽음의 실체實體를 말하고픈, 혹은 규명糾明하고픈, 최초의 시적인 염원이 있었으리라고 여겨지기도 하고. 그것은... 이화공원묘지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죽음은 선명한 색채를 띤다 묘비 옆 화병에 이미지로 피어있다, 계절은 죽음 앞에서 얼마나 공손한지 작년 가을에 뿌린 말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라고 하는, 모두冒頭의 진술에서도 극명하게 들어난다. 그런데, 곧 이어 급작스럽게 '죽음'은 죽음답지 않은 '새것'으로 돌변한다. 시에서 話者 자신도 궁금하다고 했지만, 독자 역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술을 따르고 절을 하는 도중에 어린 조카가 한 쪽으로 치워둔 죽음을 만지작거리는 모습 하며, 심지어 향기가 사라진 꽃잎들마저 <새롭게 눈을 뜬 죽음>으로 화사하기까지 하다. '죽음'을 말하려던 최초의 시적 의도는 오히려 '삶'을 향한 발언이 되어버리고 (죽음 ->)은 즉, '죽음을 향한다는 것은 곧 삶'이란 엉뚱한? 등식等式이 성립되는데. 한 술 더 떠, 길 건너편에서는 나이도 추위도 잊은 노파가 죽음 한 송이를 오천 원에 팔고 있기까지 하다. 이쯤되면, 무엇이 죽음이고 삶인지 그 경계마저 모호하다. 결국, 시에서 話者도 '죽음'이란 게 한 번 들어가면 영영 나오지 못할 '블랙홀'이 아니라는 귀결歸結에 다다르는 것 같은데. 오히려, <죽음 못지 않은 어두운 질량의 삶>을 내뿜어 대는 화이트홀이란 결론으로. 하여, 삶이 죽음을 한 아름 안고 있다 길은, 계절 너머로 접어들고 있었고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죽음을) 다시 읽어가야 한다고 말한 건 아니었는지... 우리 모두에게 시인이 던지는, 죽음과 삶에 대한 커다란 화두話頭 같은 시 한 편이란 생각이 든다. - 희선,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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