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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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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4회 작성일 16-12-17 20:13

본문


낙화(落花)


푸른 알몸에서
꽃 한 송이, 떨어진다
잠드는 대지(大地) 위에

흔들리는 공중에서
시간 한 줄기, 미끄러진다
깊은 정적(靜寂) 위에

바라보던 가슴에서
눈물 한 방울, 솟아난다
마지막 시선(視線) 위에




<詩作 Note>

꽃의 마지막 몸짓을 보니,
최후의 심장이 멈춥니다

삶이 기우는 곳, 그 먼 지평선에서
또 다른 생명을 꿈꾸며 잠드는
새로운 세계

그 나머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어떤 눈빛

투신(投身)한 꽃은 비로소,
망각으로 달려가는 모든 것을
다시 꽃 피웁니다


* Note에 곁들여, 사족 같은 시 감상 하나...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李炯基 (1933 ~ 2005)

경남 진주 출생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연합신문> <동양통신>
<서울신문> 기자 및 <대한일보> 정치부장·문화부장, <국제신문>
편집국장 등을 거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1950년 고등학생 때 <문예>에 시, 《비오는 날》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한국문학가협회상(1956), 문교부문예상(1966), 한국시인협회상(1978),
부산시문화상(1983), 대한민국문화상(1990) 등의 상을 수상하였으며,
1999년 제44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문학부문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시세계는 생의 허무를 내면화시켜 담담하게 대하는 시기와
존재의 허무를 표면화하는 시기, 그리고 비로소 안정을 찾는 시기의
세 시기로 나눌 수 있겠다
대표작으로는 시, '落花'가 있다

시집으로 《해 넘어 가기 전의 기도(공저)》 《정막강산》 《돌베개의 시》
《풍선 심장》 《알시몬의 배》 《절벽》 《존재하는 않는 나무》 등이,
평론집 《감성의 논리》 《자하산의 청노루》 《시와 언어》 등이 있다



<감상 & 생각>

落花...

그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작품이지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는 가히 절창이구요

그 어떤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시순응(隨時順應)인 것과 더불어
비장(悲壯)함까지 느끼게 하는 구절입니다

또한, '지는 사랑'과 '지는 꽃'은 애닲은 이별을
감각적으로 암시하고 있구요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도
언어를 다루는 시인의 감각이 출중(出衆)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落花'는 아무래도 소멸의 이미지이겠지요

그러면서도, 그것을 영혼의 성숙을 위한
매개로서의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 이 시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이 시를 대하는 느낌이 오늘따라 각별한 건...

모든 건 定해진 때가 있듯이, '떠남'도
그와 같다는 것


그건 정말, 그렇습니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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