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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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 안희선
넋 놓고 길을 걸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 느닷없이
나보고 "아직도 살아있느냐"고 했다
나는 오히려 그 사람이
유령 같았는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 사람, 또한
산 송장 같은 날 보고
얼마나 놀랐을까
산다는 일이 문득,
미안해진다
남에게 기쁨은
주지 못할 망정
이런 추레한 모습만
보여주고
돌아보니
세상의 길 위에 남겨진,
내 발자국이 초라하다
방황 끝에 더 이상 갈 곳 몰라,
멈추어진 그 흔적
총총(叢叢)한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도 푸르게 빛나는,
나의 죄
그것이 있어,
지금껏 살아왔겠지만...
아무래도,
터무니 없이 자비로운 하늘은
나를 너무 오래
세상에 머물게 하나 보다
댓글목록
率兒님의 댓글

글을 읽는 도중 눈물이 나는 것은 무슨 일일까?
어쩌면 지금까지 잘도 버텨낸 시체 같은 내 몸이 불쌍해서 그런가?
하늘은 자비롭지도 냉혹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하늘은 애초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내가 뿌린 씨앗! 내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그 옛날에 뿌렸던 그 씨앗들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