悔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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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悔改) / 안희선
눈 깜박할 사이마다
언제나 내 생명줄을 끊어버리는 세상은
기특하기만 하다
그래서 매번 문(門)간에서
문(問)간으로 걸어가
귀 기울이는 문(聞), 또한
늘 색다른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오른쪽 귀를
왼편 팔에 대어보면
한번도 알아듣지 못했던
소리와 마주치는데,
내가 살며 구차한 것들을 외치는 동안
똑똑한 시인들은
더 많은 것들을 외치고 있었구나
그리고 마침내 하나 남은 눈으로
나의 얼굴도 감아 본다
지금 이 세상 어느 곳에서는
까닭도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렇게 살다가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무의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도
넘치고 넘치는데,
내가 목청 높혀
연륜(年輪)의 비참함을 부르짖더라도
이 세상에 들어줄 이 아무도 없음은
그 또한 얼마나 은혜스러운가
세상의 무질서한 사랑도
이쯤되면 감사한 것이니
나는 차라리 나를 회개하리라
이따금 물고기가 헤엄치면서,
문득 생각난듯 제 흰 배를 물결에
드러내는 것처럼
댓글목록
率兒님의 댓글

참으로 오랜만에 아내를 불러 안시인님의 글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안시인의 시가 너무 좋아진다."
아내는 글을 읽고난 후 이렇게 답했습니다.
"안시인이 이제 마음을 다 내려놓는 모양이야. 그러니 이런 글이 나오지...."
아내는 한숨을 쉬면서 돌아섰습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형님 블로그에 들어가, 게시된 사진들을 보노라면
형님은 그때 (그니까, 2002년도에 佳人 시인님과 함께 뵈었을 때)보다
얼굴에서 무심히 흘러간 세월이 읽혀졌는데
형수님은 변함이 없으신듯 -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지 몰겠지만
부족한 글인데 너무 과분한 말씀을 주신다는 - 동생이라고 해서 무조건 봐주기 없기
그나저나, 손주들도 보시고
이제 명실상부한 할부지 되셨다는..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率兒 형님,
率兒님의 댓글

안시인님도 몸이 허락하는 대로 마음 건강하게 계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그럽디다.
'건강도 안 좋으신데 한국에 들어오시지 그곳에는 왜 계신데?'
'뭐 사정이 있으시겠지.....'
저도 이제는 막차 기다리고 있는 심정입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자꾸
떠나니 제 마음도 점점 홀가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떠나도 먼저 떠난
친구들보다는 많이 살았거든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