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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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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788회 작성일 16-09-1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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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시집 『질마재신화』(1975)의 맨 첫장에 실린 시 <신부>


新婦는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 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新郞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新郞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新婦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니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나서 40년인가 50년인가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 일이 생겨
이 新婦네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新婦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新婦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시인(徐廷柱 1915∼2000).

호는 미당(未堂). 1936년 중앙불교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이 당선되어 등단.
그 뒤 김광균(金光均)· 김달진(金達鎭)· 김동리(金東里) 등과
동인지 《시인부락》을 발간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함.
첫 시집 《화사집》에서 인간의 원죄의식과 전율· 통곡· 형벌·
비원(悲願) 등 운명적 업고業苦를 시화詩化하였는데, <문둥이> <자화상>
<화사(花蛇)> 등이 대표작품이다. 이어 <만주에서> <살구꽃 필 때>
<민들레꽃> <귀촉도(歸蜀道)>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고,
제2시집 《귀촉도》를 간행하였다.
이 시기부터는 초기 원죄적 형벌과 방황에서 벗어나 동양사상으로
접근하여 화해和解를 주제로 삼았다.
1956년 간행된 《서정주시선》에서는 <풀리는 한강가에서>
<상리과원(上里果園)> 등 한민족의 전통적 한과 자연의 화해를 읊었고,
<학><기도> 등에서는 원숙한 자기 통찰과 달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달관적인 세계는 《신라초(新羅抄)》에 이르러 새로운 질서로
확립되었고 1968년에 나온 시집 《동천(冬天)》에서는 불교의 상징세계에
대한 관심이 엿보인다.



<감상 & 생각>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을 대표하는, 산문시 중에 하나이지요.

신랑의 사소한 오해로 인해서 버림을 받은 신부의 한(恨)이
만들어 내는 망부상(望夫像)이 인상적인 시입니다.

한 마음으로 지아비를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은
현세(現世)의 차원을 넘어, 그 어떤 영원한 영적(靈的) 존재로서의
맑은 아름다움을 그려냅니다.

未堂의 시에서 느껴지는 토속적(土俗的) 분위기와 더불어,
신화(神話)적 매력도 간직하고 있는 시 한 편이구요.

요즘처럼, 가벼운 부박(浮薄)한 사랑이 넘쳐 흐르는 시대에
영육(靈肉)이 함께 하는 지순(至純)한 일편단심이 우리들로 하여금
그 어떤 숙연(肅然)함과 함께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주네요.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남은 新婦의 모습......

그것은 그렇게 그리던,
신랑에 대한 원망(초록 재)과 다홍 재(그리움)이
한데 어우러진 지고지순한 여인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 희선,



Fade out - 강은일 (奚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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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率兒님의 댓글

profile_image 率兒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석잘 지내셨지요? 간간히 이곳에 들러 안시인님의 글을 읽으며 건안을 빌었습니다.
세월 참 빠르지요? 젊은시절은 잠시 피었던 순간, 세상만사 덧없음을 알고나자 이미
내 몸은 갈길을 재촉하고 있네요. 철들자 노망난다고 과거의 그 모든 사변들이 다
부질 없는 망상이었음을 깨닫자 인생은 이미 다 흘러가 버렸습니다. 
생노병사 희노애락이 내 인생의 전부라는 것을 진즉 알았더라면 이 짧은 인생을 보다
보람 있게 보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인생을 천당이니 뭐니하며 콩팔사팔 했었으니....
아이고 이 미련아~! ㅎㅎㅎ
안시인님! 늘 웃고 삽시다. 사는 날까지요. 결국은 잘난 자나 못난 자나 똑 같이 쭈그렁
바가지가 되어 한곳으로 들어갑디다.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솔아 형님,

제가 형님을 알게 된 때가 90년대 시사랑 시절이었으니..
정말 세월의 흐름이 유수와 같습니다

그간 이곳에서 간간이 형님을 뵙고 인사도 드리곤 했었는데

제가 시말에 복귀(?)한 후에도 좀처럼 뵐 수 없어
안부가 두루 궁금하기도 했었구요

이렇게라도 다시 뵈오니, 너무 반가운 마음

형수님도 무탈.무고하시겠지요
- 요즘도 두분 간혹 싸우시는지.. (웃음)

근데요,
부부 사이는 원래 그래야한다고 봅니다
- 결국, 그건 서로에게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뜻이기에

요즘, 아무런 애정 없이 침묵은 금이라며
참선 수행하듯 말 없이 지내는 부부들도 얼마나 많은지요

그나저나, 자갈치 시장에 함께 가기로한 약속은
점점 無望한 것이 되어가는 느낌..

꼴에 이젠 눈까지 하나 멀어서 (암튼, 가지가지 합니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 뭐, 지가 건강을 말할 처지는 못되지만서도.. 암튼,

종종 들리셔서, 좋은 글도 좀 올려주시길요

참, 쭈그렁 바가지가 되어 한곳에 들어가는 거

지가 형님보다 정확히 5년 빠를 거란 거 (웃음)


추석 연휴라면서요 (한국 달력에 그렇게 써있음)

평안한 휴식의 시간이 되시면 합니다


그리고, 형수님께 안부 전하는 거 잊지말기에요

率兒님의 댓글

profile_image 率兒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쪽 눈까지'라는 소식을 들으니 갑자기 마음이 찡해집니다.
그러나 안시인님! 뭐 어떻습니까? 그래도 흙에 불과했던 우리가
생명으로 살아있었던 덕분에 다 겪어보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살면 뭐하나 싶었는데 휙~ 마음
한번 돌려보니 그토록 지옥 같았던 나날들이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하루라도 더 살아있을 때 양껏 더 겪어보자~!'
죽으면 그것마저도 없잖아요? ㅎㅎㅎ
손주 데리고 노는 재미로 사는 저 사람 갑자기 마음이 찡해질 것
같습니다. 한번도 소식 안 전해 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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