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보슬비 내리고 말갛게 젖은 하늘에
유년의 기억이 무지개로 걸리면
그 너머 아슴히 환해지는 얼굴을 본다
알알이 타는 꿈과 함께
입술에 번져오는 미소,
고와라
고향 여울진 그리움과 풀잎 같은 파릇한 것들
그런 것들이 진정 아름다워라
새벽숲의 맑은 내음, 피톤치드 향 같은,
싱그러움이 내 안에서 고요한 호흡이 될 때
세상살이 사나운 내 얼굴에도
아주 뜻밖에, 아주 뜻밖에,
오랜 잠 속에서 눈을 뜨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 곱게 피어 오른다
잠깐동안의 현기증이었지만
결코 싫지 않았던,
어지럽지 않았던, 아주 오래 전으로
세월의 낡은 계단을 쿵쿵 내려서면
그곳에서 맑게 웃는 아이가
그 아이가, 나였던 적으로 서있다
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심지어 나까지도
- 안희선
댓글목록
kgs7158님의 댓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귀한글 잘 읽고갑니다,,해피구월애 행복들 하소서^*^
안희선님의 댓글

즐거운 추석, 되셨는지요
부족한 글인데
머물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kgs7158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