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인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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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인접(隣接)하다
아직도 내게서 떠나지 않는
소리 없는 노래를
아무 감동없는 빈 가슴에 품고
차라리 헛된 날들에서 깨어나고 말리니
그러면, 추억이란 흔한 이름으로도
까마득한 푸른 날들이 사막에 돌아올 일은 없으리
이곳을 잠잠히 떠나간 사람들이 어디 나뿐이겠느냐만
나와 함께 살던 사람들이 왜 사라졌는지 말할 길 없으나
그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던 세상은 이제 정겨운 삶이
이미 오래 전에 멈추었음을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들이 먼저 떠나 간 자취를 좇아 바람처럼 거닐다 보면
찾아드는 곳마다 이미 떠나고 찾을 길 없는 사람들이
저 먼 곳에서 마치 바로 앞에 서있듯 내 눈 깊은 곳에
그리움의 곡선(曲線)을 그리며 손짓을 하네, 왜 이제 오느냐고
반갑게 인사를 하네
- 안희선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먼곳에서 인접하다......죽음을 의미하는 듯 하네요...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안 나이인데도 돌이켜 보면 후회스러운 삶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버티고 살다보면 뿌리를 내리고 나무 될 줄 알았는데 한갖 낙엽이 되어 나무가지를 떠나는 신세같다는 생각도 들구요,,그래도 사는 동안은 즐겁게 살도록 하세요, 맛난것도 드시구요,,건강한 모습으로 내일 또 뵙겠습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주신 말씀을 대하니..
(건강상의 이유로) 몇번인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서성거렸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사실, 인생이란 건 본질적으로 외롭고 쓸쓸함이란 생각요 (태어날 때도 혼자, 갈 때도 혼자)
- 많은 이들이 그런 본질(절대고독)과 대면하기 싫어서, 애써 잊으려 하며 안 그런 척 하며 살아가지만
귀한 말씀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꽃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