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쭘시-초-1605-24] 카이사르와 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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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쭘시-초-1605-24] 카이사르와 뽕나무 / 시앙보르
어머니 천식 해소를 위해
뽕나무 오디를 한 광주리 땄다
감나무처럼 뽕나무는 쉬이 부러진다며
어머니가 말렸으나 듣지 않았다
키 작은 삭개오가 뽕나무에 올라
낮아진 예수를 바라본다
진짜 거인은 낮아진 자가 아닐까
세금을 면제시켜 주자는 결심이
잘 읽은 오디로 툭 떨어진다
허공에 뜬 무릎 사이로
요나의 박 넝쿨이 올라와 하늘에 닿는다
초록빛 정글짐을 벗어나
번지점프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아이들이 흔드는 뽕나무 가지에서 천사는 줄넘기를 한다
어머니는 밭은 기침을 멈추지 않았으나
나는 지극히 고무적이라고 위로한다
수돗물이 명품 포도주가 되려면 적어도
30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성급한 기적이란 적자 난 경영자의 대차대조표
그러므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나무를 쓰다듬는 손등에서
경동맥을 관통하는 못 하나가 보인다
나는 깃털로 추락하고 놀란 어머니는 기침을 멈춘다
몸을 받아내는 예수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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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집 뽕나무는 7월이면 대풍년이라 지붕이 무너질 정도다.
뽕나무 아래 서면, 눈 맑은 목수가 생각난다.
고향의 휴식은 그러므로 거기에서 시작되고 거기에서 멈춘다.
올 7월을 기다린다.
예수를 보기 위해 나무에 올라간 세금징수원 삭개오, 멋진 사나이다.
다행히 어머니는 기침을 그쳤다. 가이사여, 네 몫을 다 챙겨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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