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쭘시-초-1605-26] 붕어빵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뻘쭘시-초-1605-26] 붕어빵 / 시앙보르
파트라슈
딸 아이가 좋아하는 너구리 개
왜 내겐, 팥 들었슈, 붕어빵이 떠오르는 걸까
아내의 붉어지는 아가미, 사랑한다는 말
진중한 사람 좀 되라, 아니었을까
바쁘면 내려오지 않아도 돼, 어머니는
그렇게 바쁘게 살면 뭐하니, 라고 기억에 남는다
팔 다리에서 비늘이 솟아나는 시간
얼굴 좀 보자,는 친구는
야 임마 술 한잔 사줄래, 외로운 말
뒤집어지지 않으려 고집을 부려본다
나는 아빠가 더 좋아, 라는 아들의 말에
점점 왜소한 웃음이 되어간다
잊혀질까봐 벌벌대면서도
헤엄을 생략하는 못된 버릇이 내겐 있다
속고만 살아가는 참붕어들아
목구멍 깊어지는 꿈에서라도
한번 쯤은 들켰으면 좋겠다
나는 단 한번도 한가운데 등뼈를 만져본 적이 없어요
물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허연 김을 내뿜던 붕어들은 어디로들 갔을까
농협 앞, 붕어빵 주인은 여름철 아이템을 고민하느라
화상 입은 지느러미를 감추며 까맣게 타들어간다
투박한 실금으로 같이 구워지고 싶은 밤
----------------
* 받은 사랑을 기억치 못하는 인간은 사랑이 넘친다.
진짜 사랑을 체험하지 못하고 줄줄 흘리고 다니는 것이다.
애인아, 내 잔이 넘치는구나.
의인이 소수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진짜 사랑 또한 소량이다.
매일 절망하면서, 절규하면서도 살아 있는 건 누군가의 기도 때문이라고 믿는다.
사랑한다, 진짜 붕어들아 !!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