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초고_1605-28] 풍경 채집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시_초고_1605-28] 풍경 채집 / 시앙보르
텔레비전을 끄고
컴퓨터를 끄고
스마트폰을 끄고
초인종 건전지를 빼내면
슬립모드에서 와락 깨어나는 영혼이여
꿈 없는 꿈 꾸는 밤을 원했습니다
아, 머리밭 조명마저 꺼야겠습니다
밤낮 시달리던 소니 디스크맨은
잠에 곯아떨어진지 아주 오래되었지요
당신의 귀한 선물은 이제 휴식할 것입니다
LP판처럼 컴팩트디스크 또한
쓰레기 더미 속에서 푹 쉬겠군요
파주 헤이리 황인용 음악감상실에서
유일하게 나를 사로잡은 건
구형 진공관 앰프의 따스한 불빛이었지요
싱글앰프를 자작하다가 고압에 감전된 이후
음악은 내 손가락을 통해서 들어옵니다
손가락 열 개는 두 개의 귀보다 다양해서 마음에 듭니다
설거지를 할 때가 제일 신이 나지요
젓가락과 양은냄비는 환상의 커플
몸을 끌고 다니느라 지친 것들은 멀리 휴가를 보냅니다
여전히 제자리인 풍경에 손을 내어미는 일은
첫 연애처럼 떨립니다
홀로 떨고 있습니다
----------------
* 꿈이 많은 편이다. 유쾌하고 즐거운 꿈이 대부분이지만 어느때는 상상력을 압도하는
진기신기한 꿈을 꾸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글쎄, 꿈 속에서 꽤 그럴 듯한 시를
한편 적었다. 흡족해서, 야 바로 이거라구 이거, 고함까지 친 정경이 떠오른다.
웃기는 것이, 이건 꿈이니까 깨어서 쓰려면 기억해야지, 하면서 노트에 필사까지 했다는 점.
잠이 깨어서 기억나는 구절을 노트에 그대로 적어내렸다.
이게 뭐람? 중구난방, 말도 안되는 몽시 !! 얼굴이 뜨겁다. 놓쳤던 풍경이나 보자꾸나.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