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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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바다
태초에 바다가 내 몸 안에 있었는지 몰라요
매일, 水平線에서 구름처럼 떠오르는 천사들
어쩌면, 그리도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을
닮아있는지
먼 곳에서 늘 혼자 천천히 돌며 노니는,
우주의 어린 왕자
나처럼 많이 외로워 보여요
바람꽃이라도 모아 던져볼까요?
푸르게 글썽이며
하늘에 닿은, 저 바닷길 위에
내 눈동자 가득히 그를 담고서
당신이라는 시.공간적 배경
[Memo]
* 사실, 위의 졸시는 조향 시인의 <에피소드>를 감상하다가
파생되는 한 느낌을 그리움의 채로 걸러 써 본 것
에피소드(EPISODE) / 조향
열오른 눈초리, 하잖은 입모습으로 소년은 가만히 총을 겨누었다.
소녀의 손바닥이 나비처럼 총 끝에 와서 사뿐 앉는다.
이윽고 총 끝에선 파아란 연기가 물씬 올랐다.
뚫린 손바닥의 구멍으로 소녀는 바다를 보았다.
― 아이 ! 어쩜 바다가 이렇게 똥그랗니 ?
놀란 갈매기들은 황토 산태바기에다 연달아 머릴 처박곤 하얗게
化石이 되어갔다.
趙鄕 (1917 ~ 1985)
1941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첫날밤’이 당선되어 등단
부산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진양성과 창작 및 저술활동에 전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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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공격적.적극적 이미지의 소년과 방어적.소극적 이미지의 소녀 사이에서
전개된 짤막한 에피소드가 그 어떤 환상적인 분위기와 함께
표현되는 반사실적인 묘사라는 점에서 시인이 추구했던,
초현실주의 수법에 충실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혁명적 意識을 지닌 소년이 쏜 총에 의해 고통 대신에
똥그란 바다(新世界)의 환희로 깨어나는,
소녀의 경이로운 意識
구태의연한 세상을 놀래킬만 하다
머릴 처박곤 하얗게 화석(化石)이 되어갈만 하다
60여 년 전에 쓰여진 詩라고 믿기지 않는다
오늘의 그 어떤 첨단을 달리는 詩보다 스마트하다
참신하다
- 희선,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그렇군요, 스마트하고 매우 진보한 시라 느껴집니다...시인님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시인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일랑 전부 제 머리속에 심어놓고 가시옵소서, 지가 법(노동법 및 관련법)이라면 두째가라면 서럽다 말할 수 있지만, 문학에 관해서는 한무식 하거든요!.(예전에 문학과 선배가 하늘보면 뭐가 생각나냐고 물었을 때, 국가의 3요소[영공 영해 영육]중 영공에 해당한다고 답한적이 있음)...그럴려면 제가 시인님보단 오래 살아야 한다는 말인데, 사실 저도 건강에는 자신이 없답니다.../오늘도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별 말씀을 달님처럼 하시는 건 변함 없네요
전요, 사실.. 샤워님이 첨엔 남자인 줄 알았고
法 전공하신 분이라서 무지 무섭고 딱딱한 분인 줄 알았다는
- 근데요, 지가 자리 깔은 사람도 아니고 샤워님이 女辯인 걸 어찌 알겠어요
더 웃긴 건, 꽃맘님은 절 여자로 생각하셨다는 (하긴, 지 이름이..)
암튼, 찬란한 오해는 암도 못말리는 각자의 고유 권한?이자 자유라서
글구, 지가 한 손가락 꼽아보니..
아, 글쎄 꽃맘님이 저보다 무려 20년을 더 사신다는
너무 심하단 생각도 해보면서 (좀 지겹지 않을까요 - 염려 접으라구요? 네.. 알겠습니다)
부족한 글에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핑크샤워 시인님,,, 그닌깐 꽃맘님